“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15개의 문학작품과 심리학 이론의 일대일 매칭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가에게 최고의 자산은 자신이 어릴 때 경험했던 상처다”라고 말했다. 문학작품 속에는 작가가 가진 심리적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심리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때로는 작품 속 인물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나라도 그랬을 거야’ 하며 동질감을 느끼지만, 또 때로는 ‘도대체 주인공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하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대체 왜,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그런 문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오랜 시간 대중들에게 사랑받아온 문학작품과 주인공들의 모습을 심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섬세히 들여다봄으로써 그간 외면해왔던 ‘내 마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1부에서는 프로이트, 아들러, 융을 통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에 관해 생각해본다. 특히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통해서 억압된 욕망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로 열등 콤플렉스를,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로 무의식에 존재하는 그림자를 살펴보면서 우리 자신의 무의식에 내재한 억압된 욕망과 콤플렉스, 그림자를 돌아본다.
2부에서는 우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통해서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을 살펴보며, 데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통해서는 이와 상반되는 칼 로저스의 인간주의 심리학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통해서 앨버트 엘리스의 합리적 정서행동 치료에 관해 살펴본다.
3부에서는 생애 처음 만나는 타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가족’에 대해 살펴본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통해 볼비와 에인스워스의 ‘애착’ 개념을 살펴보고,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을 통해서는 머레이 보웬의 자아분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통해서는 브래드쇼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대해 생각해본다.
4부에서는 성격장애와 관련한 심리 이론을 살펴본다. 성격장애는 사고의 유형과 행동 특성에 따라 4부에서는 성격장애와 관련한 심리 이론을 살펴본다. 성격장애는 사고의 유형과 행동 특성에 따라 크게 A군 성격장애(조현성 성격장애 등), B군 성격장애(자기애성 성격장애 등), C군 성격장애(강박성 성격장애 등)로 나뉘는데,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괴테의 「파우스트」, 채만식의 「태평천하」를 통해서 각각의 성격장애 특성과 대처에 대해 살펴본다. 그리고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통해 번아웃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눈다.
마지막 5부에서는 기존의 부정적 심리 현상과 달리 긍정적인 정신적 가치에 대해 다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통해서는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에 관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으며, 톨스토이의 「부활」을 통해서는 로버트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 대해 알아본다.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마음의 병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다
한국 사람들은 ‘정신력 부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학생도, 실적이 추락한 영업사원도, 운동경기에서 승부욕이 강하지 않은 선수도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몸에 피가 부족하면 수혈을 하고, 수분이 부족하면 물을 마시는데 정신력은 부족하면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더 쥐어 짜내라고 한다. 그렇기에 정신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걱정이나 보살핌은커녕 신랄한 비난만 쏟아진다.
‘정신력 부족’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가 마음을 지키고 가꾸는 데 얼마나 인색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남들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을 돌볼 줄 모른다. 몸의 병은 가벼운 감기만 앓아도 이상을 느끼지만, 마음의 병은 깊어지는 줄도 모르고 방치하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렇기에 마음의 문제 해결은 자신의 마음을 아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의 인식 속에서는 마음의 병이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우울증을 비롯한 온갖 정신질환, 성격 문제, 가족 문제에 이르기까지 마음의 문제가 단지 개인의 문제이기만 할까?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는 어떠한 책임도 없는 것일까?
지은이는 마음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 혹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라고 인식한다. 성격적 문제든, 심리적 문제든 마음의 문제는 모두 관계성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정신분석에서도, 인간주의 심리학에서도, 애착이나 자기 분화 등 가족치료적 입장에서도 모든 마음의 문제는 관계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에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재는 성격이 왜 이렇게 모가 나 있어?” 혹은 “쟤는 다 좋은데 너무 내성적이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은 버려야 돼” 등의 판단이나 비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