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히라마쓰 요코
2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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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등을 쓴 히라마쓰 요코는 먹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미식가인 동시에 수십 년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맛을 실험해 온 요리인이고, 맛의 근원과 그 안의 이야기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하는 맛 탐험가이기도 하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는 맛과 인생을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내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가 지금까지 스스로 음식을 만들고 맛을 즐기면서 '나의 맛' '자기만의 입맛과 취향'을 어떻게 갈고닦았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는 책이다. 살아가면서 한 인간이 문학에 대해, 음악에 대해, 미술에 대해, 영화에 대해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듯 '자기만의 맛'이란 게 무엇인지, 그에 대한 취향을 집요하게 찾고, 다듬고, 견고하게 구축해 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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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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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부엌에서 생각하다 009 이런 것을 먹어 왔다 034 옻그릇과 이별하다, 만나다 047 한잔하고 싶은 날 055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냄비 속을 들여다보다 069 나의 맛국물 이야기 080 딱 맞는 소금 간 094 맛있는 밥을 짓고 싶어 109 손으로 만든다 : 한국의 맛 120 손으로 만든다 : 우리 집 맛 134 여행 일기 : 한국의 밥 계절의 맛 155 차 한잔해요 167 여름은 역시 카레입니다 177 면을 후룩후룩 185 찜 요리의 달인이 되고 싶다 199 숯불을 피우다 함께여도 혼자여도 211 오늘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 221 혼자 먹는다, 누군가와 먹는다 230 책에 나오는 요리&레시피 245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오늘 하루도 맛이 쌓인다” 맛과 사람을 잇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가 음식을 만들고 맛을 즐기며 집요하게 파헤쳐 간 ‘나의 맛’ 고찰기 “보통 사람이 가진 보통의 강함. 거기에서 나오는 게 언제 어느 때 만들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 맛일 것이다. 그 사람의 맛일 것이다.” ―‘이런 것을 먹어 왔다’에서 《어른의 맛》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등을 쓴 히라마쓰 요코는 먹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는 미식가인 동시에 수십 년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맛을 실험해 온 요리인이고, 맛의 근원과 그 안의 이야기를 따라 전 세계를 여행하는 맛 탐험가이기도 하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는 맛과 인생을 사려 깊은 언어적 감수성으로 엮어 내는 작가 히라마쓰 요코가 지금까지 스스로 음식을 만들고 맛을 즐기면서 ‘나의 맛’ ‘자기만의 입맛과 취향’을 어떻게 갈고닦았는지를 낱낱이 드러내는 책이다. 살아가면서 한 인간이 문학에 대해, 음악에 대해, 미술에 대해, 영화에 대해 자기만의 취향을 찾아가듯 ‘자기만의 맛’이란 게 무엇인지, 그에 대한 취향을 집요하게 찾고, 다듬고, 견고하게 구축해 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맛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로서 좁게는 자신의 집에서, 넓게는 세계 각지를 돌면서 만난 음식과 맛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밀한 ‘이력서’ 혹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히라마쓰 요코는 스스로 불 조절해 가며 맛있는 밥을 짓고 싶다는 일념 하에 전기밥솥을 과감히 버리고, 요리의 근간이 되는 맛국물을 탐구하기 위해 아시아 각지로 훌쩍 떠나고, 자신의 부엌을 책임질 단 하나의 소금을 선택하기 위해 염전으로 향하여 그 제조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집에서 숯불을 피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맹목적으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참맛을 고수할 수 있다고 젠체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는 여러분도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라고 강권하지도 않는다. 단지 “내 손의 감각이나 후각, 청각, 결국 오감을 더 활용해 요리하고 싶다. 부엌에 서는 것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밀려온 순간부터 이러한 태도로 맛을 대하고 글로 기록해 갔을 뿐이다. ‘음식과 맛을 통해 사회를 읽어 내고 싶다’는 욕구를 토대로 글을 쓰기 시작한 히라마쓰 요코. 그는 “일상의 요리에 이벤트 감각은 성가시다”고 말하며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맛, 즉 맛 좋은 밥 한 그릇, 술과 안주, 맛국물, 소금, 아시아의 손맛 나는 요리, 차, 과일, 카레, 면 요리, 찜 요리 등 자신의 하루하루를 든든하게 채웠고, 결국 ‘자기만의 맛’이 된 그간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털어놓는다. 그는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독자들이 맛볼 수 있도록 레시피도 공개한다. 그의 레시피는 참으로 간단명료해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히라마쓰 요코가 다져 온 맛의 영토 나의 냄비, 세상의 냄비 속을 들여다보며 맛에 대한 감각을 단련하다 “스스로 밥을 짓자. 스위치에 맡기지 않고, 불을 조절해 맛을 만들어 가면서 따끈따끈하게 밥을 짓고 싶다. 그런 단호한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밥을 짓고 싶어’에서 히라마쓰 요코가 맛에 대한 감각의 영토를 다지기 위해 움직인 행동반경은 꽤 넓다.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 중 하나는 일본 각지는 물론이고 한국, 태국,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음식에 대한 정보가 생생하고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부엌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부엌을 찾아다니며 들여다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음식에 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기분이 든다. 그의 맛 탐험가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측면이다. 이렇게 발로 뛰며 체득한 맛이기에 그의 문체에서는 섬세함과 뚝심이 느껴진다. 그는 한국을 삼십 년 가까이 드나들며 서른 번이 넘은 시점에서는 세는 걸 아예 그만 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독 한국 맛의 정체와 특징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 주는 부분에서 무릎을 치게 된다.(‘손으로 만든다 : 한국의 맛’ ‘여행 일기 : 한국의 밥’) 돌솥비빔밥, 비빔냉면, 회덮밥, 쌈밥, 김밥 등을 먹으며 “섞은 맛. 이것이 한국 요리의 진면목”이라는 점을 간파한다. 비비고 섞는 맛의 포인트가 어디서 유래했을까를 고민하다가 한국의 전통적인 숟가락을 고찰하기도 한다. 제주도(성게국.자리물회.오분자기구이.옥돔구이.꿩샤브샤브), 목포(산낙지.홍어회), 해남(떡갈비)에 가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냉면은 여름이 아니라 휘몰아치는 찬바람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온돌방에서 먹어야 제맛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한 정보력과 포용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맛의 근간을 쥐고 있는 맛국물과 소금 그리고 밥 짓기에 관한 기록도 별미다. 먼저 맛국물부터. 가쓰오부시, 다시마를 우린 맛국물은 물론이고 오키나와 소바의 돼지고기 육수, 닭뼈와 말린 가자미를 우린 홍콩 완탕면 가게의 국물, 베트남 호치민에서 새벽 5시부터 대성황을 이루는 쌀국수집 국물 등 그 맛의 비밀이 뭘까 싶어 냄비 속을 살펴본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어느 독신 할머니 집에서는 통조림 올리브가 국물을 내는 데 뛰어난 식재료라는 것도 알게 된다. 이 책에서는 염전의 풍경도 만난다. 히라마쓰 요코는 자신의 부엌을 책임지고 있는 천일염 제조 현장을 방문하여 한여름 새벽, 아직 온기를 머금은 소금 낱알 하나를 맛보기까지 생생한 과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맛있는 밥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진 시점에 전기밥솥을 버리고 불 조절과 씨름해 가며 십 년간 벌인 밥 짓기 소동 에피소드도 곱씹을수록 맛있다. 먹는다는 것에 대한 각성이 집요해질수록 또렷해지는 인생의 맛 “잼은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졸인다. 세상이 완전히 어둠에 싸여 소리를 잃은 밤 살짝 씻어 꼭지를 딴 딸기를 통째로 작은 냄비에 넣고 설탕과 함께 끓인다. 그것뿐이다. 그러면 밤의 정적 속에 감미로운 향기가 섞이기 시작한다. 어둠과 침묵 속에서 천천히 누그러지는 과실을 독차지한 행복감으로 벅찬 기분이 든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에서 사실 히라마쓰 요코는 ‘찐 맛’을 제대로 즐기고자 전기밥솥을 버리기 전에 이미 전자레인지도 버렸다. 신발장 속 놀라운 탈취제 숯을 보면서 문득 숯불을 피워 봐야겠다 싶어 흙풍로를 사서 ‘불 맛’을 즐기기도 한다. 히라마쓰 요코에게는 먹고 싶지 않은 기분도 하나의 맛이고, 혼자 먹는 것도 함께 먹는 것도 하나의 감각으로서의 맛이다. 차 한잔의 여유도, 계절 변화에 맘껏 취하는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맛이다.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밤 소박한 안주를 만들어 혼자 술 한잔하며 자신이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 보내는 법을 터득하고, 아끼던 옻그릇이 박살났을 때 사람과 마찬가지로 물건과도 헤어지는 방법이라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뿐인가. 과일을 맛있게 먹는 타이밍에 대한 감각과 경험을 들려주며 잼을 만드는 것 또한 과일을 맛있게 즐기는 방법임을 일러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각성이 집요한 사람이 살아 온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한 기분이 든다. 히라마쓰 요코의 글이 담고 있는 맛과 인생에 대한 충실한 감각 때문이다. 그가 자기만의 맛을 찾아 부엌에서 생각하고, 때로는 세계 곳곳을 직접 발로 뛰어 채록한 그 맛이 그대로 그 사람 인생에 녹아들어 진한 향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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