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오병량 · Poem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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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212번째 시집으로 오병량 시인의 첫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를 펴낸다. 2013년 『문학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오병량은 문학동네시인선 100번 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의 제목이 된 시구가 담긴 「편지의 공원」을 쓴 시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가 발표하는 시들은 아직 시집으로 엮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밝은 뭇 독자에게 회자되며 꾸준히 읽혀왔다.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는 그런 시인이 데뷔한 지 11년 만에 발표하는 첫 시집으로, 오래 연마한 문장으로 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은 깊다. “책상이 다 뜨거워지도록” “빈 종이만 쓰다듬는” 시 속 화자의 골똘한 목소리가 시집 전체에 오롯하게 넘실거린다. 주위 사람들의 “숱한 ‘죽음’의 시간을 통과하며” 삶을 “살아”(문학평론가 고봉준, 해설)낸 화자는 “며칠을 밤새 중얼거리다 울고 말았을” “밤중에 빗을 든 사람”(「봄눈」)들의 울음소리에 귀기울인다. 그런 화자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한 편의 긴 편지와도 같은 이번 시집은 오병량의 첫 시집을 기다려온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안부인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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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다만, 다만의 말로 쓴 봄눈/ 꿈의 독서/ 묻다/ 나들목/ 유독/ 다만, 다만의 말로 쓴/ 딸기와 고슴도치/ 입술은 어떻게 갈라졌고 왜 뼈처럼 부러지지 않는가/ 국수의 맛/ 말하는 법이 없었다/ E=mc²/ 편지의 공원 2부 대단한 그루터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대공황/ 꿈꾸는 도살장/ 모조/ 녘/ 벽 하나의, 벽 하나의 종소리처럼/ 아령/ 무른 피/ 개척교회/ 레닌그라드의 집배원/ 그 가을 어떤 사진의 비탄적이며 퇴폐적인 분위기/ 일별/ 하루는 긴 이름/ 아니라면 안일한/ 목도리 사용법 3부 인간의 힘으로 자매결연/ 어쩌다 사슴/ 모조로 피는 장미/ 미란/ 대홍수/ 나는 최근에 운 적이 있다/ 새들이 노는 아지트/ 원두를 보는 아침/ 결벽/ 수리중/ 어린이날/ 진오기/ 첩의 딸/ 호랑이꽃 해설 | 상실 이후 고봉준(문학평론가)

Description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누군가 떠나고 남겨진 빈자리의 주변을 맴도는 마음,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지려는 마음으로 힘겹게 앓으면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시집 오랜 기다림 끝에 도착한 오병량 첫 시집 출간! 문학동네시인선 212번째 시집으로 오병량 시인의 첫 시집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를 펴낸다. 2013년 『문학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오병량은 문학동네시인선 100번 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의 제목이 된 시구가 담긴 「편지의 공원」을 쓴 시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가 발표하는 시들은 아직 시집으로 엮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 밝은 뭇 독자에게 회자되며 꾸준히 읽혀왔다.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는 그런 시인이 데뷔한 지 11년 만에 발표하는 첫 시집으로, 오래 연마한 문장으로 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은 깊다. “책상이 다 뜨거워지도록” “빈 종이만 쓰다듬는” 시 속 화자의 골똘한 목소리가 시집 전체에 오롯하게 넘실거린다. 주위 사람들의 “숱한 ‘죽음’의 시간을 통과하며” 삶을 “살아”(문학평론가 고봉준, 해설)낸 화자는 “며칠을 밤새 중얼거리다 울고 말았을” “밤중에 빗을 든 사람”(「봄눈」)들의 울음소리에 귀기울인다. 그런 화자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한 편의 긴 편지와도 같은 이번 시집은 오병량의 첫 시집을 기다려온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안부인사가 될 것이다. 종일 마른 비 내리는 소리가 전부인 바다였다 욕실에는 벌레가 누워 있고 그것은 죽은 물처럼 얌전한 얼굴, 구겨진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혐오는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 이 위태로움을 어찌 두고 갈 수 있을까? 그대여,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라고 쓴 그대의 편지를 두어 번 더 기억하며 해변을 따라 걸었다 슬픔에 비겁했다, 생각할수록 자꾸 여며지는 백사장 말하자면 그건 소용없는 커튼, 소용없는 커튼은 창밖을 곤히 지웠다 도무지 펄럭이지 않았다 파도는 죽어서도 다시 바다였다 죽을힘을 다해 죽는 연습을 하는 최초의 생명 같았다 _「묻다」 부분 오병량 시에는 대체로 연인과의 작별 혹은 가족과 이웃들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한 결핍과 상실의 정서가 배어 있다. 1부 ‘다만, 다만의 말로 쓴’은 “말없이 울고 빗물에 젖은 새처럼 흐느끼”는 “너”(「꿈의 독서」)라는 시적 대상을 그리워하며 “틈틈이 편지를”(「편지의 공원」) 쓰는 화자 ‘나’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너’라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득하고 따스한 너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꿈의 독서」)라고 생각하며, “다시 사람을 사랑하려는” “병증”(「입술은 어떻게 갈라졌고 왜 뼈처럼 부러지지 않는가」)에 시달리는 ‘나’의 내면이다. 오병량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편지의 공원」을 읽어보자. 6월, 공원에 누워 공원을 바라본다 방안에 누워 방안을 바라보면서 안녕, 네 눈에 내가 보이길 바라지만 건조대 마른 옷가지에선 네 살냄새만 난다 어제 입은 셔츠에 비누를 바른다 힘주어 잡으면 튀어오른다 부드러움은 죄다 그렇다 (…) 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 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에 몸이라도 던지겠지만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당신이 기타와 피아노를 친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뻤어요 다친 사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치료하는 일이 꿈이라고 했지요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엄마의 기타는 목이 휘었다고 하지만 기타는 계속 배울 거라고 마치 그 꿈을 살아본 사람처럼 차분했어요 그 고요한 수면 위에 몸 내릴 수 있는 새가 있을까? 나의 초라한 발견이 평범한 사람을 울리기 쉬운 새벽이면 틈틈이 편지를 썼어요 _「편지의 공원」 부분 “네 눈에 내가 보이길” 바라는 마음, “건조대 마른 옷가지”에서 맡는 ‘너’의 “살냄새”,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고 고백하는 ‘나’의 간절한 그리움은 읽는 이의 시각과 후각, 촉각을 뒤흔들어놓으면서 그 절절한 감정에 절로 스며들게 한다. “빙빙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개에게”조차 묻게 되는,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라는 ‘나’의 질문은 “다시 태어나도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의 발신음의 다른 표현처럼 읽힌다. 한편, 2부 ‘대단한 그루터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은 시적 화자의 내면에 주로 초점을 맞춘 1부와 달리 일터나 공원, 교회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한 편의 풍경화와도 같은 이 시들은 특유의 비애감으로 묘한 여운을 남기며 고즈넉한 서정을 불러일으킨다. “외출에서 돌아온 앞집 부부”(「대공황」), “소시지를 만드는 기술자”와 “그의 조수”인 “나”(「꿈꾸는 도살장」), 부활절에 공원에서 계란을 먹으며 “죽음”이란 무엇인지 “되새겨”보는 “우리”(「모조」), “이른 저녁이면 종탑에 올라”가는 “맹인 사제”(「벽 하나의, 벽 하나의 종소리처럼」), “대교”의 “남단”에서 “뒹군” “친구”(「무른 피」), “오래전 커다란 배를 탔”지만 어느새 “평범한 노인”이 된 “아버지”(「일별」) 등이 시의 주인공이다. 이들의 삶에는 대체로 “먹먹함”과 “기구한 울음”(「벽 하나의, 벽 하나의 종소리처럼」)이 차올라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는 “끝내 사라지고 말 것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또한 엿보인다. “너는 잘할 거니까, 아직 희망이 있어”라고 말하는 “아버지”(「일별」)처럼. 시인은 삶이라는 ‘그루터기’에 옹기종기 붙어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연민을 보내는 2부에서 한 걸음 나아가, 3부 ‘인간의 힘으로’에서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생래 속에서 스러져간 가족, 이웃 등의 사연을 쓸쓸한 삽화(揷話)처럼 펼쳐내면서 종내 ‘시’란 죽음을 기리는 예술일 수 있음을 사유하게 하는 듯하다. 어릴 적에 “슈퍼 집 아들”이 놀다가 빠져 죽은 개천에 방문하게 된 화자 ‘나’의 목소리가 담긴 「대홍수」를 읽어보자. 가끔 모르는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면 사이렌이 멈추고 차가운 비가 하나둘 떨어지는 개천을 따라 걸으며 진짜 견디는 것을 영영 말하지는 않을 것 같아 다만, 살아 있다는 게 놀라운 것처럼 그날의 구청 공무원들처럼 그 죽음은 당신들 몫이라며 안도하고 싶다고, 줄곧 우리는 살아내야 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크고 긴 빗줄기가 내릴 때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 내 가련한 육신 아래 세상 가장 가벼운 스티로폼 하나 뜨고 내 손마디에 뼈 없는 수수깡 하나 들려 있는 듯한데, 무덤 속의 병정처럼 나는 지킬 것이 있는 것도 같고 무엇일까? 살인자의 심정으로 개천을 걸으며 산 사람, 산 사람을 두려워하며 너의 병든 하늘색 운동복을 빨랫줄에 널던 큰누나는 목을 걸었지. 그 여자가 너의 누나. 철 계단을 오르며 교복 치마를 자꾸 내렸는데, 너 모르지? 내가 사랑하면 죽는 거, 이루지 못하면 내가 죽이는 거, 나는 피식 웃고 죽은 이름을 세어보았다. _「대홍수」 부분 화자는 “살아내야” 하는 시간 동안 “무덤 속의 병정처럼” “지킬 것”이 있으며 그것은 “죽은 이름을 세어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진술은 시집의 마지막에 수록된 「호랑이꽃」에서도 인상적으로 변주된다. 할머니가 죽고 보름이 채 되지 않아 할아버지도 죽었다 둘은 납골당에 갇혀 영원히 죽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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