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시대를 윤리적으로 살아갈 것인가?
30년 동안 피터 싱어의 『실천윤리학』은 응용윤리학의 고전적인 입문서로 사용되어 왔다. 제3판을 위해, 저자는 모든 장들을 다시 고치고 업데이트하였으며,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윤리적 문제들 중의 하나인 기후변화를 다루는 새 장을 더하였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어떤 문제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관련이 있다. 다른 사람이 굶주리고 있을 때 사치품을 사는 것이 윤리적인가?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된 동물의 고기를 구매해야 하는가? 나의 탄소 발자국이 지구 평균값보다 높다면 나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나머지 다른 질문들은 인종이나 성에 근거하는 평등과 차별, 임신중절, 수정란의 연구용 사용, 안락사, 정치적 폭력과 테러리즘, 그리고 우리 행성 환경의 보존 등의 문제들과 직면하게 함으로써 우리들을 의식 있는 시민이 되게 한다.
이 책의 명료한 스타일과 도발적인 논변들은 대학 강의를 위한 이상적인 교과서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마땅한 삶인가를 생각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적합한 교양서이다.
“이 책은 보다 넓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의도된 것은 물론이고 철학, 종교, 의학, 교육 및 사회과학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씌어진 것이다. 실제로 싱어는 철학수업에서 널리 이용될 만한 자극적이고도 논쟁적인 방식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최근 윤리학의 발전과정에 있어 중요한 의의를 지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공리주의를 부활시켜 현대의 갖가지 도덕적 쟁점들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이다.” -역자 후기 중에서
∠주요 내용
사람들은 때때로 윤리가 실제 세계에 적용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기에, 윤리란 ‘거짓말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죽이지 말라’ 등의 짧고 간단한 규칙들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윤리에 대해 이러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윤리가 복잡한 삶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단순한 규칙들이 상충하기도 하고, 상충하지 않는다 해도, 규칙을 따르는 것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마도 잘못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나치 치하의 독일에 당신이 살고 있고, 비밀경찰이 당신 집에 유대인이 숨어 있나 하고 찾으려 왔다면, 당신네 다락방에 숨어 있는 유대인 가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확실히 옳은 일이 될 것이다. 성적 행위의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도덕처럼, 단순한 규칙들로 이루어진 윤리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해서, 윤리 전체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될 필요는 없다. 그런 것들은 단지 윤리에 대한 한 견해의 실패일 뿐이며, 또 교정 불가능한 실패조차도 아니다. 윤리가 규칙들의 체계라고 생각하는 의무주의자deontologist들은 상충하지 않는 보다 복잡하고 보다 특별한 규칙들을 찾아냄으로써, 혹은 규칙 간의 상충을 해결할 수 있도록 규칙들에 위계적인 순서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의 입장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윤리에는, 간단한 규칙들을 적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삶의 복잡성에 의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오래된 입장이 있다. 그것은 결과주의자consequentialist들의 견해이다. 결과주의자들은 도덕규칙이 아니라 목적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들은 행위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정도에 따라 행위를 평가한다. 다른 결과주의도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결과주의는 공리주의이다. 고전적 공리주의는, 하나의 행위가 그 행위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의 행복을 다른 행위보다 더 많이 증가시킬 때 그러한 행위를 옳은 행위로 보며, 그렇지 못한 행위는 그른 행위로 본다. 이러한 진술에는 두 가지 추가규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많은 행복’은 그 행위에 의해서 야기될지도 모르는 고통이나 불행을 뺀 후 남는 순수 행복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 다른 행위가 최대행복을 똑같이 산출한다면, 어느 행위나 옳다.-22쪽
윤리의 이러한 보편적 측면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옳음과 그릇됨을 알려주는 윤리적 이론을 도출할 수 있을까? 스토아학파 철학자들로부터 헤어와 롤스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이를 시도해 왔다. 아직까지 는 어떠한 이론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윤리의 보편적 측면을 있는 그대로 형식적으로 서술한다면, 광범위한 여러 이론들이 이러한 보편성이란 개념과 양립 가능한데, 이러한 이론들 중에는 결코 융화될 수 없는 윤리적 이론들이 또한 포함된다. 이 점이 문제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윤리의 보편적 측면을 계속 서술하다가 불가피하게 하나의 특정한 윤리적 이론에 다다르게 된다면, 우리는 윤리에 대한 정의에 우리 자신의 윤리적 신념을 슬그머니 집어넣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윤리가 보편적 관점을 취해야 한다는 이러한 정의는, ‘윤리이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중요한 후보들을 포괄할 정도로 충분히 넓고 충분히 중립적이어야만 한다고 가정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윤리의 보편적인 측면에서부터 하나의 윤리이론을 연역해내는 데 놓여 있는 이러한 장애물들을 극복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의 자리인 이곳에서 그러한 일을 시도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그 대신에 나는 단지 조금 덜 야심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의 보편적인 측면이 적어도 출발점에서 는 넓은 의미로 공리주의적인 입장을 취할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공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면,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38쪽
인간은 인종이나 성별과 관련 없이 모두 평등하다고 말할 때,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인종차별주의자나 남녀차별주의자나 평등에 대한 그 밖의 반대자들은, 우리가 어떤 검사를 하든지 간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아님을 자주 지적해 왔다. 어떤 사람은 키가 크고, 어떤 사람은 작다. 어떤 사람은 수학을 잘 하는데, 다른 사람은 덧셈도 거의 못한다. 어떤 사람은 100미터를 10초에 뛰는데, 다른 사람은 전혀 달리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의도적으로는 결코 다른 존재를 해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가지고 도망칠 수만 있다면 100달러 때문에 낯선 이를 죽인다. 어떤 사람은 극도의 황홀과 깊숙한 절망을 경험하는 감정적인 삶을 살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다 평탄한, 자기 주변의 일들에 의하여 비교적 영향을 받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차별목록은 상당히 많다. 인간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너무나 많은 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을 세울 사실적 근거를 찾는 일은 가망 없어 보인다.-48쪽
이익 평등고려의 원칙은, 이익을 가진다는 특성 외에, 능력이나 어떤 다른 특성에 근거해서 타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의향을 금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이익이 되는지를 알 때까지 이 원칙에 따라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어떤 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익은 그들의 능력과 그 밖의 특징에 따라 아마도 바뀔 것이다. 수학적인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의 이익을 고려해서 그들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실질적으로 해를 가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그 개인의 이익을 고려한다는 기본적인 요소는 인종이나, 남녀나, 지능검사 점수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져야 한다. 지능검사에서 특정한 점수 이하의 점수를 받은 사람들을 노예화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을 수 없는 특수한 신념을 허용하지 않는 한, 평등한 고려와 양립할 수 없을 것이다. 지능은 인간이 가지는 많은 중요한 이익들, 예컨대 고통을 피하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아이들이 있을 때 그들을 사랑하고 돌보고, 다른 사람들과 우정과 애정을 즐거이 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