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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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의 여행 산문집.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연재한 글과 새롭게 발표하는 글 8편을 더하고 가다듬어 엮은 책이다. 단순히 여행의 기록을 담은 기행문도, 사적인 감상에만 치중한 에세이도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방문한 타지에서 혹은 어딘가로 향하는 길 위에서, 그도 아니면 여정이 끝난 뒤에 마주하는 어떤 순간을, 저자는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가만히 품고 있다가 하나씩 길어 올려 글로 풀어냈다. 어느 순간 문득 일상 속에서 떠오른 여행의 기억, 그 때 그 여행지에서의 감정을 마주하고 지긋이 응시하듯이. 장소는 몽골, 러시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태국, 일본, 이란, 중국, 실크로드 등 해외의 여러 지역과 순천, 부산, 대구 등 국내 도시를 넘나든다. 때론 비행기의 이코노미석, 때론 부산의 택시나 서울의 버스 안 일 때도 있고, 최근 여행은 물론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거슬러 오르기도 한다.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이라면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 한 편의 제목처럼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말이다. 그러니까,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기인 듯 (우리가 흔히 아는) 여행기가 아닌 58편의 이야기는 외로움, 낯섦, 그리움, 위안, 안도, 희망 등 여행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모든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여행의 의미, 나아가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겠다. 언뜻 서늘한 여름 저녁, 노천 술자리에서 펼쳐지는 수다거리마냥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같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한 단맛과 심심한 재미가 우러나는 여행담. 그리고 언젠가, 아마도 우리를 다시 길 위로 이끌 그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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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작가의 말 4여수에서는 군침이 돈다 12변하는 것만이 영원하다 16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지는 방법 20오르골의 법칙, 도루묵의 법칙 24떠나는 순간까지도 아쉬움은 남지 않게 28그 많은 비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32우린 모두 젊은 여행자 36단. 독. 여행 40꿈꾸고 소망하는 일, 사람의 일 44천국에서 다시 만나잘까, 내가 사랑한 그녀 50외로움도 너의 것이야 54아름다운 모스크 아래의 소녀들 58이게 청춘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62모든 삶을 다 살 수 없으니 나는 연필을 사겠다 66이코노미석에 앉아 조종사의 눈으로 70사막조차 피로 물드는 시대의 도피처 76순천만에서 바다의 대답을 듣다 80그대로 옮긴 '기분 좋은 발음' 84다른 세상으로 가는 완행열차 88나가사키의 특별한 라스트 드링크 92멸종 위기에 놓인 '낯선 사람' 96밀물처럼 밀려오던 리스본의 노스탤지어 100롯폰기에서 한국 음식 맛보기 104다시 돌아와 내 눈 앞에 선 코끼리 108남산타워가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세상이라니 112페르시아, 사람은 배짱이라는 이상한 결론 116여행의 불편함은 시차 같은 것 120이제 다시 맛보지 못할 해피 스모킹 124위로의 테크놀로지 128수학여행은 무죄다 134안중근의 손가락이 내게 들려준 말 138이코노미석은 지상, 아니, 천상 최고의 창작 공간 142두바이에서는 나도 만수르인 양 146길고 긴 하얼빈의 밤에는 소설을 읽어야죠 150부산의 택시기사들과 지구 끝까지 154오래전에 살라망카를 떠나왔지만 158처음이자 마지막일 낙타 고기의 맛 162카프카의 불 피우는 기술 166소설가가 여행지에서 제일 많이 하는 짓 176모처럼의 여행인데 비가 내려 짜증난다면 182터널을 빠져나와도 다시 이 우주라니 182보이는 대로 볼 때 보이는 것 186여기는 어디이며 나는 누구인가? 190국제시장이 있으니 부산은 국제도시 194지금 진보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198리스본의 밤에 듣는 파두의 매력 202세상에서 가장 사치로운 달리기 206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에 겨우 존재하는 것들 210유네스코 지정 외로운 세계 여행자 216지구가 하나뿐이라 다행이야 222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노이의 아침에 226세상이 변해도, 장소가 바뀌어도 여전한 것 230사진으로 다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234하나의 나로만 살아가는 건 인생의 낭비 238베이징의 옥류관에서 '휘파람'을 듣고 싶다 242여행지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빛 246기다리면 저절로 희망이 생겨난다 250모든 게 끝났으니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 254김연수의 여행에 함께한 책과 영화, 그리고 음악 258첫 독자의 말 260

Description

흔히 여행은 설레고 즐거운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처럼, 여행 또한 막상 떠나보면 기대했던 것과 꼭 같지는 않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발을 동동 구르고,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전에는 몰랐던 지독한 고독을 맛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타인의 존재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변함없는 현실, 고민, 걱정거리를 확인하고 나면, 그 여행마저도 완벽한 도피나 해답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소설가 김연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여행은 설레고 즐겁고 짜릿하기보다, 외롭고 외로우며 또 외로운 시간의 터널처럼 보인다.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고('리스본의 밤에 듣는 파두의 매력'),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는 휴일의 놀이공원과 다를 바 없으며('유네스코 지정 외로운 세계 여행자'), 호텔 방은 이 세상에 오직 혼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재확인하는 장소다('체크인과 체크아웃 사이에 겨우 존재하는 것들'). 그는 늘 그 외로움을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밤베르크에 석 달을 머무는 동안 저녁이면 리슬링 와인을 친구 삼았고('외로움도 너의 것이야'), 옌지에서는 호텔 커피숍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때웠다('단.독. 여행'). 마드리드에선 노트북 충전등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기도 했다('위로의 테크놀로지'). 물론 그의 여행이 늘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뜻밖의 못한 사건('처음이자 마지막일 낙타고기의 맛')도 있고, 잊지 못할 만남('아름다운 모스크 아래의 소녀들')도 있다. 때로는 호텔 비누의 행방을 궁금해하고('그 많은 비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장거리 비행 중 이코노미석에서 시간 보내는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이코노미석에 앉아 조종사의 눈으로'). 이처럼 여행이란 낯선 감정과 사람, 경험을 통해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깊숙이 묻어둔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며, 뜻밖의 깨달음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나 타인의 삶을 그려내는 소설가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에게 여행이란 어쩌면 자발적으로 선택한 낯설고 고독한 상황에서 외롭고 무력한 상태의 '낯선' 나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타인을, 나아가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저자가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고, 스스로 '낯선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만나기를 희망하는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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