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장은수 · Essay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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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적었다. 하지만 삶이 우리를 속일 때 우리는 슬퍼지고 노여워진다. 개인적 결핍, 타인으로부터의 몰이해, 경제적 무력함, 사회적 재앙인 전쟁과 계층 갈등, 재해의 순간들까지. 거대한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서 우리의 사고가 정지하고 얼어버리는 순간. 문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 책에서 운명의 장벽은 여성, 계급, 노동자, 정체성 혼란, 욕망, 역사와 계급의 부조리 등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로 나타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 등에서는 현대인의 욕망과 고립, 무력감으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등에서는 불평등한 노동 현실이 부각된다. 식민주의와 계급적 부조리를 다루는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문명과 자연과 맞부딪히는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또한 현대의 문제를 파헤친다. 그러나 저자 장은수는 예리한 시선으로 현대의 문제 뿐 아니라 인간의 인간다운 저항을 더욱 강조한다. 그것이 ‘읽기’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문학을 읽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작품 안에 그려진 타인의 낯선 삶과 낯선 감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의 시선을 변화시키고, 고통과 고독의 순간을 돌파해 나갈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의 힘은 결국 나를 점점 넓혀 주고, 낯선 세상을 새로운 자아로 살아가게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답하듯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십 여권의 문학작품은 이 모든 좌절과 역경의 서사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의지를 완성해 간다. 저자 장은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그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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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문학은 자유의 기계이다 7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인간은 심판을 당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네메시스』, 필립 로스 희망은 작은 형태로 존재한다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읽다, 일하다, 상상하다, 사랑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아브라카다브라, 슬픔은 기쁨이 되어라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슈디 조용히 책 읽는 어머니와 활기차게 떠나는 딸들 『소네치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뿌리 뽑힌 자의 기억을 찾다 『아우스터리츠』, W. G. 제발트 단어가 더 많은 의미를 품는 세계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혜는 고통의 형식을 띤다 『절반의 태양』,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은 인간의 속삭임을 모아 우주적 합창곡을 완성하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유리의 도시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다 『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인종주의를 넘어서 지구 행성적 휴머니즘으로 『하얀 이빨』, 제이디 스미스 얼마나 쉽게 노예가 만들어지는지 보아라 『킨』, 옥타비아 버틀러 카우보이의 서부에서 퀴어의 서부로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연주하는 것은 내 작은 심장 조각 『세상의 모든 아침』, 파스칼 키냐르 죽음이 웅웅대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화이트 노이즈』, 돈 드릴로 책을 불태우다, 삶을 불태우다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모든 사랑이 이별로 끝나는 세계에서 『여름 별장, 그 후』, 유디트 헤르만 빌어먹을 놈들에게 절대 짓밟히지 말라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아버지, 거칠지만 삶을 사랑하는 사람 『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폭력의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일 수 있는가 한강의 작품 세계 에필로그 |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

Description

'아무리 가혹한 현실도 문학으로 다져진 인간의 내면을 무너뜨릴 수 없다.' 작품읽기의 길을 열어주고 작품 속에서 길어낼 수 있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사랑의 가능성이 모조리 소진된 세계에서 끝내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문학의 힘 이십 여권의 문학 작품이 던지는 질문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거기서부터 독자의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강의 작품 세계를 개관하며 제시하는 ‘폭력의 세계에서 어떻게 해야 인간일 수 있는가’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시간.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적었다. 하지만 삶이 우리를 속일 때 우리는 슬퍼지고 노여워진다. 개인적 결핍, 타인으로부터의 몰이해, 경제적 무력함, 사회적 재앙인 전쟁과 계층 갈등, 재해의 순간들까지. 거대한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서 우리의 사고가 정지하고 얼어버리는 순간. 문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이 책에서 운명의 장벽은 여성, 계급, 노동자, 정체성 혼란, 욕망, 역사와 계급의 부조리 등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현대의 다양한 문제들로 나타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녹턴』 등에서는 현대인의 욕망과 고립, 무력감으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등에서는 불평등한 노동 현실이 부각된다. 식민주의와 계급적 부조리를 다루는 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문명과 자연과 맞부딪히는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또한 현대의 문제를 파헤친다. 그러나 저자 장은수는 예리한 시선으로 현대의 문제 뿐 아니라 인간의 인간다운 저항을 더욱 강조한다. 그것이 ‘읽기’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문학을 읽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작품 안에 그려진 타인의 낯선 삶과 낯선 감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의 시선을 변화시키고, 고통과 고독의 순간을 돌파해 나갈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읽기의 힘은 결국 나를 점점 넓혀 주고, 낯선 세상을 새로운 자아로 살아가게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답하듯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십 여권의 문학작품은 이 모든 좌절과 역경의 서사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의지를 완성해 간다. 저자 장은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그 과정을 보여준다. 아무리 현실이 참혹하다 해도 작은 희망의 내일을 보여주는 것(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이나, 사회적 억압이나 검열이 그 더럽고 냄새나는 폐지 속에서도 영롱한 지성의 불빛을 끝내 삭제할 수 없다는 것(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확인하면서 독자들은 읽기와 함께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만나게 된다. 책만 사랑하던 한 평범한 여성이 인내와 관용의 힘으로 어려운 현실을 이겨나가는 이야기 ( 『소네치카』)에서는 ‘아무리 가혹한 현실도 문학으로 다져진 인간의 내면을 무너뜨릴 수 없으며, 인간은 작디작은 행복만으로도 큰 고통을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대면하게 된다. '문학은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분투하는 마음이 일으키는 변화를 추적해 보여준다.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은 우리 삶을 고역으로 만드는 현대적 삶의 조건 속에서 변화를 가져오려고 일을 벌이고 애를 쓰는 인물들을 우리 눈앞에 그려낸다. 자기 삶을 바꾸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작품들에서 앞날을 위한 눈부신 비전을 얻을 것이다.' p.322 저자는 이 책에서 세헤라자데 같은 이야기꾼이 된다. 그가 설명하는 문학은 흥미진진하고 다채롭다. 그는 이 이십 여개의 ‘모던 클래식’을 안내하는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 작품 읽기의 길을 열어주고, 독자들이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소개하는 작품 속의 세계는 더러 낯설고 잔인하고 무겁지만 그럼에도 그의 안내가 더없이 친절하고도 적실하여 작품을 직접 읽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킨다. 읽다 보면 그의 ‘안내’ 또한 하나의 훌륭한 서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홀린 듯이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폭풍 같은 인용문이 곳곳 등장하여 작품의 정수를 엿보게 해준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독자는 매번 본질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어떻게 맞설 것인가?” 거기서부터 독자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될 거라 기대한다. 한편, 저자는 문학을 통해 맞이하는 가장 성숙한 체험은 저항이지만, 맞서는 것만이 저항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흑인 노예제도의 역사 한복판을 관통해가는 『킨Kindred』의 다나를 통해 ‘삶을 포기하고 싶고 무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 앞에서 어떤 경우엔 생존 자체가 가장 거룩한 저항’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작품 속을 여행하면서, 나는 읽어서 재생의 힘을 얻고, 일해서 나와 세상을 바꾸며, 사랑해서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확인하는 인물들을 수없이 마주쳤다. 이 물신에 중독된 세계에서 문학은 우리가 짐승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p.323 저자는 '사랑의 가능성이 모조리 소진된 세계에서 끝내 아름다운 언어를 찾아내는 것이 문학'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읽고, 일하고, 사랑하는 것’은 '무의미와 공허가 가득한 이 세계에서 우리 영혼을 지켜주는 세 가지 기본 동사'이다. 사랑은 삶의 충만한 의미가 되어주고, 일하기는 현실적인 삶을 지탱하는 보루가 된다. 그런데 사랑을 빼앗기고 일의 터전을 상실하는 참혹한 상황에서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 수 있는가. 읽기는 독자에게 그런 상황을 제시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삶, 자신의 인간다움을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성찰하는 읽기가 일하기, 사랑하기와 연결될 때 인간은 보다 더 충만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읽다, 일하다, 사랑하다’를 세 가지 기본 동사라 말한 이유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 장은수는 한강 문학을 통해 새로운 저항의 차원을 강조한다.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으로 남기 위해 타인의 고통에 참여하는 행위다.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는 감수성이 곧 저항의 내용이다. 문학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질 뿐 아니라 ‘고통의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점진적으로나마 운명을 바꿔나갈 수 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돕는다’는 한강의 말은 ‘허구가 현실을 돕는다’는 말로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20년 10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발행된 풍월당의 문화예술 무크지 『풍월한담』의 연재 내용을 다듬고 정리, 보완하여 묶은 것이다. 저자 장은수는 이 책이 문학에 관한 이론이나 평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읽기를 통해 문학 속 낯선 인생과 낯선 감정을 겪을 때에야 자기 삶 바깥에서 벌어지는 지혜를 자기 것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문학 읽기는 타인의 이야기를 자기 삶의 나침반이요 인생 지도로 삼을 줄 아는 지혜다. 그런 지혜를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것이 이 책을 펴내는 저자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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