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박이문 · Poem
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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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선생의 시집으로 총 4부 9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제1부 생명으로 시작하여, 제2부 일상, 제3부 인생, 제4부 이국 그리고 서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창조와 생명의 출발보다는, 이미 창조된 생명의 보존을 향한다. 이른바 생태계의 움직임이다.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곧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며, 그 안타까움은 문명 비판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엄청난 분노로 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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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_생명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 13 그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것도 아니라서 · 15 생태계 · 18 생명존중의 몇 가지 양식 · 21 지구에서 인간이란 · 23 오징어의 사랑과 죽음 · 25 봄에 솟아나는 생명의 싹 · 27 나의 연령, 나의 윤회 · 28 문명의 임종 · 30 생명 · 31 봄을 알리는 일산 호수공원의 낯선 새 · 32 흰 눈 속에서 눈을 뜨는 흰 크로커스 꽃봉오리 · 33 난리가 나고, 모두가 미쳤는데 무슨 시를 어떻게 쓰랴 · 34 어느 날 늦은 오후 일산 호수공원의 풍경 · 36 아수라장 · 38 도깨비 세상 · 41 어째서 나는 아직도…… · 43 그 침묵의 뜻은 · 45 태풍과 폭우 앞에서 · 46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길 · 47 풍경 · 49 장마 끝 흰 구름과 하늘 · 50 일산 호수공원 철창에 갇힌 짝 잃은 두루미 · 52 똥파리가 있는 한 풍경 · 53 제2부_일상 아파트단지의 간판은 설치 아트 상설전시장 · 57 영안실 · 59 인천공항에서 · 61 동창명부를 들춰 보면서 · 63 함박눈이 내리는 12월 말 거리에서 · 65 얼음판 요정의 나비춤: 김연아송 · 67 주말 고속도로에서 · 68 시신기증등록을 하고 나서 · 70 슈퍼마켓 푸줏간 · 71 찬희 형님의 매장 · 72 보라매 병원 입원실의 메타포 · 74 병실에 누워 · 76 연세대 캠퍼스 은행나무 단풍 길 · 78 설날의 새로운 의미 · 79 눈 오는 날의 바쁜 까치 · 81 덕수궁 좌측의 돌담길 · 82 김태길 선생님을 위한 조사 · 83 주말 즐거운 낚시터의 회 파티 · 84 소르본대학의 옛 은사에게 새벽 안부 전화 · 86 가까워지는 아포카프리스 · 87 영화 ‘위대한 침묵’ · 89 폭설이 퍼붓는 태백산 밤의 짐승들 · 91 아직도 쓰이지 않은 시 · 92 영상 환경오염 · 93 제3부_인생 나는 새에 반했고, 개는 나의 동무였다 · 97 77번째의 꿈을 꾸면서 · 99 바닷가 거룻배 하나 · 101 인생은 병원이고 병원은 인생이다 · 102 자연은 인상파 화가이다 · 103 일산 두루미의 좌선 · 104 우주의 가득 찬 공백 · 105 꿈속의 형이상학적 토론 · 110 영원한 것들 · 112 잠이 오지 않는 함박눈 퍼붓는 밤 · 113 할아버지의 팔을 잡아 드려라 · 115 이 할머니를 부축해주세요 · 116 성저공원에서 만났던 박새는 눈송이가 퍼붓는 이 밤을 어디서 지새울까 · 117 강풍 속 눈보라 몰아치는 밤에 떠오르는 상념들 · 118 별의 고독 · 119 설경 · 120 함박눈이 쌓이는 날의 풍경 · 121 짐승들의 가지가지 신비로운 섹스 방식 · 123 내가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 125 일산 호수공원의 살아난 배롱나무 · 126 바람직한 삶과 죽음 · 127 나의 명상 · 129 나의 소원 · 130 죽음에서 살아나다 · 131 제4부_이국異國그리고 서정 네팔, 눈에 덮인 히말라야 산봉 · 137 네팔, 바그마티 강변의 힌두교 성지, 시바신의 파슈파트넛 사원 화장터에서 · 139 네팔, 쿠마리 여신의 집 · 142 비라나시, 갠지스 강 순례지에서 · 144 뭄바이의 한 거리에서 · 146 년 월 일 인천 공항과 프랑크푸르트 행 KE905 기상에서 · 147 Frankfurt Buchmesse 2009/10/17독일 · 149 Wetzlar성당 및 Goethe & Lottehaus Plaza · 150 히말라야 골짜기에서 추락사한 한 알피니스트, 고미영의 소식을 접하면서 · 151 아이티 지진의 속보를 보며 · 153 대인待人 · 154 정착지 없는 여권 · 156 불행 속에서 · 158 게시판 · 160 T역첩驛帖 · 162 대화 끝에서 · 163 폐문 · 165 영토 · 166 5월의 여인 · 168 회화를 잃은 세대 · 169 아스팔트 길 위에서 · 171 기도와 같은 순간 · 173 상처傷處 · 175 혼자만의 시간 · 177 냉정한 두뇌, 슬픈 심장의 언어 · 179 - 박이문의 시세계 후기 · 189

Description

▶ 서평 박이문 선생의 시는, 시 그대로 그의 철학이다. 산문과 운문이 서로 섞여 있고, 팩트와 상징이 서로 침노하고, 절망과 소망이 서로 껴안고 있는 혼돈 속의 정연한 질서! 전 4부로 나누어진 시집은 제1부 ‘생명’으로 시작하여, 제2부 일상, 제3부 인생, 제4부 이국 그리고 서정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은 창조와 생명의 출발보다는, 이미 창조된 생명의 보존을 향한다. 이른바 생태계의 움직임이다. 생태계에 대한 관심은 곧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며, 그 안타까움은 문명 비판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엄청난 분노로 분출된다. 이 시집에 담은 작품들은 14편을 빼놓고는 저자가 모두 2006년 여름에서 2010년 가을 사이에 쓴 것들이다. 젊은 시절의 작품들은 모더니즘의 분위기도 풍기고 있으나 최근의 작품들은 간혹 당황스러울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으로 환경 위기를 고발하고, 인간의 야만을 꾸짖는다. 그리고는 근본적으로 시인 자신에게 질문한다. 냉정한 두뇌의 관찰이 심장으로 녹아들어 우주와 자연의 암인 인간의 생태환경을 바라보며 슬픈 심장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 슬픈 심장의 시인은 마지막 불꽃으로, 그 불꽃의 언어로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이고, 그 의미를 찾고 유지하는 것이 대체 이 세상에서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 구성 및 내용 이 시집에는 총 4부 96개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1부는 생명, 2부는 일상, 3부는 인생, 4부는 이국 그리고 서정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저자의 환경철학, 일상생활, 인생관조, 그리고 이국정서를 엿볼 수 있다. 이 시집에 담은 작품들은 14편을 빼놓고는 모두 2006년 여름에서 2010년 가을 사이에 쓴 것들이다. 14편의 작품은 시인이 긴 외국에서 떠돌이 삶을 접고 서울에 돌아와서 1950년대 중반기부터 1961년 다시 서울을 떠나기 전 6년 동안 발표했던 시 가운데 남아 있는 것들이다. 당시 시인은 스크랩북에 시인이 발표했던 작품을 정리해 두곤 했었다. 놀랍게도 그 중 얼마가 남아 있었다. 그것들에 대해서 시인은 각별한 느낌을 갖고, 그런 이유에서 이 작품들에 한해서, 가능한 한 그것들을 발표한 시문, 잡지, 월간, 계간지의 이름과 날짜를 명시해두기로 했다. 시 몇 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아로 자란 코끼리의 분노 인도의 밀렵꾼들이 상아를 팔아 돈을 벌려고 어미 코끼리들을 마구 죽였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밭을 만들려고 코끼리들의 거처인 숲에 침입해서 나무를 베고, 숲을 밭으로 바꾸어 코끼리들은 생존의 터전을 잃었다 어미 아비를 잃어 고아가 된 새끼 코끼리들은 먹을 것을 구하러 숲에서 마을로 나왔다 그들은 시골 마을에 몰려와 보이는 대로 뒤져 먹고, 닥치는 대로 길고 힘센 코로 들이받고 부순다 동네 사람들에게 아비 어미를 잃은 어린 코끼리들은 분노와 원한, 복수심에 차 있다 분노에 찬 어린 코끼리들은 물건, 동물, 사람도, 집도, 먹을 것도, 먹지 못할 것도, 그리고 또 그들의 사육사들까지도 코로 올려 높이 공중에 던지고, 땅에 떨어지면 바윗돌 같은 발로 밟아 죽인다 부모의 따뜻한 보호, 사랑도 없이 자란 분노 때문이란다 아비 어미의 가정교육도 없이 자란 정신적 상처 때문이란다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잘 살려고, 아니 그냥 생존하기 위해서 우리들은 코끼리를 죽인다 사람들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코뿔소를 사냥한다 사람들은 재미로 동물을 죽이는 스포츠를 즐긴다 생명을 죽임으로 삶의 환희를 느낀다 인간은 정신병에 걸렸고, 고아 코끼리들은 분노한다 코끼리, 코뿔소를 쏘는 밀렵꾼을 쏴라 재미로 사냥하는 사냥꾼을 사냥하라 생명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름으로! 시신기증등록을 하고 나서 세브란스병원 해부학과 사무실 시신기증등록 수속을 한다 약 십 분이 걸렸다 서류 한 장을 내고 밖에 나오니 그 무게의 만 배보다도 더 몸은 가볍고 가벼워진 몸보다 십만 배 더 편해지는 마음 복도에는 바삐 오고가는 의사와 간호원 휠체어를 타고 서성대는 환자들 환자들을 찾아온 수많은 가족과 친지들 병원 문을 나오니 피부에 닿는 이른 봄바람 서로 부딪치고 비키면서 어디론가 바삐 가는 수많은 행인들 그리고 밀리고 엉키고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 물결 나의 소원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비우고 싶다 아직도 확실하지 않지만 텅 비우고 싶다 모든 것을 아주 털어버리고 싶다 암만 해도 잘은 모르겠지만 꼭 알고 싶다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싶다 아직도 무엇인가 허전하기에 쓰고 싶다 신선한 시를 네팔, 쿠마리 여신의 집 초경 이전까지 그녀는 네팔의 여신으로서 숭배를 받으며 작은 사원 같은 이 집 2층에 갇혀 혼자 산다 그녀가 초경을 치른 직후, 다시 여느 아가씨가 되어 부모의 집으로 돌아 갈 때까지 몇 년이고 그녀가 보는 세상은 밖의 세상과 차단된 그 방안뿐이며, 그녀가 만나는 사람은 그녀를 시중하는 늙은이 몇 명뿐이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그녀는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여 분 동안 집안 뜰을 향해 난 문을 살짝 열고 밖의 세계와 시각적으로 접할 수 있다 관광객들이 여신의 얼굴을 보러 모여들었다 봤다 초경을 하지 않아 아직 여신으로 남아있는 소녀가 방문을 살짝 열고 밖을 내다 봤다 그리고 나도 봤다 그 여신을, 앳된 그 여신의 웃음 진 얼굴을 초경을 하면 그녀는 여신이기를 멈추고, 여느 소녀로서 제집으로 돌려 보내지고 그러고 나면, 여신이었기 때문에 결혼도 어렵고 윤락의 길을 걷게 되기 쉽단다 아! 잔인한 관습이여! 아 어둠의 믿음이여! 잠깐 본 그 철모르는 어린 여신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애처로운 그녀의 운명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상처 비슷한 사람이 겨냥한 총탄이 병사의 가슴에 녹슬어 모두가 돌아갈 언덕에는 눈물이 내린다 독한 술잔에 얼큰해진 의식적 망각 도시의 골목마다 바람에 너덜거리는 철조망 철조망 같은 상처 그 자국마다 어느 보초의 칼끝 같은 노여움이 솟는다 하늘이 찢기면 꽃 보다 고운 별이 뜰 것인가 아직 피 엉킨 상처는 어둔 하늘을 노리며 포구처럼 열린 가슴에도 지금 눈물 같은 비가 내린다 (문학예술,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