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닿지 않는 슬픔

이기선 · Poem
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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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시와반시」에 '도원일기'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기선 시인의 첫 번째 시집. 2009년 경기문화재단의 창작기금을 받은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지층에는 상처의 시간이 켜켜로 쌓여 있다. 그것은 '우는' 어머니와 '대답 없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족사적 비극들이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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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대체로 자주 비가 내렸다 겨울나무 13 도원일기 14 이월이 가고 16 밤송이 17 새우잠 18 팽이치기 19 꽃샘 20 만월 21 대답 없는 아버지 22 수정 얼음 25 손이 닿지 않는 슬픔 26 종이 접기 27 삼십 대의 病歷 28 껍데기로 남았다 29 그 여름의 강 30 화원 가는 길 31 봄볕 32 노래 33 채석강에서 34 어머니 35 검·푸·른·멍 36 아버지가 뱉어낸 사과씨 37 내가 떠나온 별에 관한 기억 38 초저녁 별 39 누이의 연애 40 비행기 41 햇살은 바람이 불어도 42 안경알을 닦으며 43 징검돌 연가 44 사랑 46 밤고양이 47 숲 48 달력을 새로 걸며 50 2부 추락한 높이가 굴러가는 힘이 되네 노래 2 53 엎어져서 아름다운 54 루이 암스트롱 55 노래 3 56 돌멩이 57 풍선58 파리 혹은, 거미 59 어떤 불화 60 이웃사촌 61 어둠의 강 62 진실에 도달하는 법 63 誤字의 난 64 석봉 어미 66 흥부의 아내 67 노인과 뱀 68 한바탕 꿈 69 개미와 베짱이 70 구순기 71 자는 모습 72 어둠이 문이 되었다 73 자가중독 1 74 자가중독 2 75 가구경 76 새봄은 마리아야, 마리아야 79 비단 잉어 80 맘모스 81 토글 방식 82 해설 김정남 슬픔이 시가 되기까지 83

Description

2003년 『시와반시』에 「도원일기」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인통신’ 동인으로 활동 중인 이기선 시인의 첫 시집이다. 2009년 경기문화재단의 창작기금을 받은 시집이다. 이기선 시인의 이번 시집의 지층에는 기형도의 시집이 그러했듯 상처의 시간이 켜켜로 쌓여 있다. 그것은 ‘우는’ 어머니와 ‘대답 없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족사적 비극들이다. 이 시간들이 자신의 원체험으로 각인된 시인에게 그것은 화인火印 같은 것이어서, 시큰해지는 콧등을 찡그리지 않고서는 읽어낼 도리기 없다. 그의 노래는 억만 년 동안 계속된 파도의 움직임처럼, 모래밭을 가꾼다. 그 방식은 파도의 반복 운동과 같은 ‘토글 방식’이다. ‘하나의 스위치로 하여금 전원의 꺼짐과 켜짐, 두 가지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 파도는 밀려옴과 밀려감이 하나다. 토글 방식도 마찬가지다. 오디오를 끌 때와 켤 때 모두 하나의 스위치로 이루어진다. 스위치를 누르면 ‘침묵덩어리’ 같았던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술사의 모자 속 젖은 손수건에선 장미꽃이 만발하며, 깜깜하던 방안도 일순간 환해진다. 그 ‘눈부신 빛’은 바로 ‘어둠’ 속에 있었다. 음音은 침묵 속에 있었고, 유有는 무無 속에 있었으며, 광요光耀는 암흑暗黑 속에 있었던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꽃은 어디서 피는가? 바로 ‘시들었던 자리에서 자기를 다시 피워 올린다’. 파도는 어디서 오는가. 바로 자신이 밀려갔던 자리에 다시 밀려온다. 시는 어디서 태어나는가. 내 스스로 ‘내 아픈 곳을 눌러’본 자리에 돋아난다. 시인이 말하는 시 쓰기란 바로 ‘토글 방식’을 말하는 것! 하여, ‘슬퍼하는 나무는 행복하다’ 그가 그렇게 뼈아픈 진자운동으로 슬픔의 자리와 시의 자리를 오간다면, 죽는 날까지 그렇게 온몸으로 부딪히며 상처의 자리를 누른다면, 그는 아마도 우리의 마음밭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시인이 될 것이다. 그 슬픔으로 지은 첫 열매, 달고도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