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홍윤기, 김정인·김한종, 전재호·한홍구, 김창남·이영미, 김경일·김동춘, 신승철·우기동”
한국 대표 인문학자 12인의 ‘사람과 사람의 사회’를 위한 날선 시선과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인문학박물관에서-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는 인문학자 12인의 육성》출간.
1. 왜 ‘인문학박물관’일까?
역사를 기록하고 끊임없이 반추하는 것은 더 튼튼한 미래를 위한 지지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인문학의 역사를 정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경제 성장 위주의 발전을 거듭해온 이 땅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으나 지금의 인문학 붐은 일정한 방향성 없이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번져가는 들불처럼 위태롭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요즘이기에 더욱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여 한국 인문학의 역사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인간이 만든 모든 것에 대한 자료를 수집·배열한다는 기치를 들고 문을 연 인문학박물관은 그 첫 번째 작업으로 12인의 인문학자를 초청해 인문학에 기반을 둔 삶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그리고 이 논의의 현장을《인문학박물관에서-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는 인문학자 12인의 육성》에 고스란히 옮겨 담아 또 하나의 소중한 자료로 남겼다.
2. 얻어 입은 옷을 벗어버린 우리의 인문학을 꿈꾸며
《인문학박물관에서-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하는 인문학자 12인의 육성》에는 역사, 문화, 교육, 개인의 삶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12인 인문학자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장 인문학 강의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사회에 꼭 맞는’ 인문학적 사유를 펼쳐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재 삶의 문제와 동떨어진 고리타분한 인문학이 아닌 살아 있는 인문학, 생활로서의 인문학 하기의 좋은 예를 선보여 누구나 쉽게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자신의 고민을 풀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 책에는 많은 사람이 망설이던 날카로운 비판과 깊이 있는 성찰이 명쾌한 논리와 더불어 존재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한국 대표 인문학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으로 지나치게 절제되거나 꾸며진 글을 통해 전하는 인문학적 사유와는 완전히 다른 통쾌함을 선사한다.
“당신의 이론이나 식견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문제는 한국인 여러분 스스로 고민해야지 왜 저에게 물어봅니까?”
한국을 말하고 한국을 이해하는 인문학, 한국 사회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인문학을 논의하다.
3. 사람과 사람이 사는 사회의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는 지혜를 선물하는 즐거운 수다
인문학 이론은 해당 사회의 현상을 바탕으로 어떤 틀을 정립하여 설명한다. 따라서 외국의 인문학 이론은 그 나라의 사회 현상을 설명한 것으로 우리 사회에 적용했을 때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고 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들 12인의 인문학자는 이 점에 동의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목할 만한 현상, 혹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역사 등을 중심으로 ‘우리의 이론’을 전개하기 위해 힘쓴다.
‘우리 인문학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삼은 진중권과 홍윤기는 수입품 보세 가공 수준의 한국 인문학의 역사적인 콤플렉스를 지적하고 인문학이 이 같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전술과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어 ‘근대적 학제의 도입과 우리 학문의 변화’를 주제로 이야기한 김정인과 김한종은 일제강점기 근대교육과 대학 설립 과정의 실상, 이에 따른 인문학의 생산과 수용 문제를 짚고 식민지 체제와 미군정, 유신체제 등의 지배체제 속에서 확립하지 못했던 가치관을 교육을 통해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근대적 이념의 도입이 우리 사유의 형성에 끼친 영향력’에 대해 논의한 전재호와 한홍구는 근대이념들이 숙성되지 않은 채 새롭고 좋은 것으로만 인식되어 우리에게 폭력적으로 작동되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자본과 권력이 판치는 사회에서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비판정신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김창남과 이영미는 ‘대중문화와 인문학,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주제로 삼아 문화 연구의 전제가 되는 인문학적 질문들을 소개하고 대중문화의 저열한 혹은 창의적인 부분에 끊임없이 인문학적인 말 걸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근대화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이야기한 김경일과 김동춘은 보편주의로 근대성을 이해한 것이 우리 근대사회 형성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부분이라 지적하고, 서구나 한국이나 같은 지평에서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바로 지금이 근대를 확실히 넘어선 시야를 가지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신승철과 우기동은 주제로 삼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인문정신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어 있는가를 따져보는 일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