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사연들

백우진
2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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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주고받았던 단어들을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낯설게 바라본다.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었다. 저자 백우진에게 단어는 20여 년간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쓰는 내내 ‘말동무’ 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빌 때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어나갔다. 그러다 자주 쓸 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채운 메모를 간직하며 우리말을 궁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언어를 탐식(貪識)하기에 이르러온 과정에 관한 저자의 보고서(寶庫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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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기 위해 1.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 : 낱말의 문화 -그냥 좀 아까워서 -때 미는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 -여미려 해도 여밀 깃이 없어 -파란색과 국방색 -눈으로 말하는 사람들 -배고픔의 6단계 -말에 콩을 넣으면 -콩이 어떻게 하늘까지 자랄까 -기회를 별러, 결의를 벼리고 -서슬은 무섭고 윤슬은 예쁘다 -마실 때 나는 소리 -모음의 감각 -준첩어가 올망졸망 -블링블링 대롱대롱 -소리에 가깝게 받아쓰기 -유의어 사전 -쇼미더‘라임’ -법쪽에 계신 분 -아재개그를 위한 변명 2.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 낱말의 유래 -불맛을 내는 단어 -고양이와 나비 사이 -“제가 깁니다.” -붉어서가 아니라 뾰족해서 -슬픈 넉점박이 -도토리를 먹어서 돼지 -뒷담화가 필요하다 -핑킹가위로 바삭바삭 -벼락박과 바람벽 -서울로 오기까지 -남산이 많은 이유 -한자 꿰맞추기 -쑥스러움을 덜어보려고 -오징어가 까마귀를 먹는다? -‘싱숭생숭’의 싱숭생숭한 어원 -양복과 함께 들어온 단어 -한국식 외래어 3.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 : 낱말의 규칙과 변화 -된사람, 든사람, 난사람 -‘뱅이’의 족보 -떨새와 차도녀 -‘러미’라는 어미 -송이버섯, 표고버섯, 검버섯 -발목 옆은 복사뼈, 손목 옆은 무슨 뼈? -어렵다, 어지럽다 -숭이, 통이, 퉁이, 뚱이 -씬 있는 낱말 -그렇게 어리버리하다가는 -가난하게 살지언정, 일거리가 없을망정 -‘작은뜸부기’보다 작은 뜸부기 -리, 리,리 자로 끝나는 말은 -역순사전을 갖고 싶다 -이를 꼭 쑤셔야 할까 -단어 생태계의 적자생존 -발라내고, 되살리고 -‘없다’ 때문에 없어진 말들 -한?중?영 작명 센스 4.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 : 낱말의 재발견 -당신의 결을 살릴 수 없다면 -귀얄의 말맛 -도사리처럼 떠난 사람 -돌땅을 뚝딱 -오늬무늬의 리듬 -우듬지 사이로 검푸른 하늘 -할머니 손등에 보굿 같은 세월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골짜기 되고 -갑자기 하는 설거지 -가위의 중요한 부위 -샅치기 샅치기 샅뽀뽀 -어디 있기는, 고섶에 있잖아 -속담의 추억 -어깨를 결고 걷기 -부레가 끓자 부아가 나다 -전 꼽사리인데요 -‘윙’이 두 번을 넘으면 -바지의 맵시, 말씨의 맵시 나가며: 말을 홀로 생각하는 연습 참고문헌

Description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이다 말할 수 없는 것까지 말하기 위한 단어 공부 우리는 우리말의 한계를 알아야 우리가 보는 세계의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우리말의 한계를 알아야 그 한계를 어떻게 확장할지 궁리하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 서문 중에서 “왜 한국어에만 ‘억울하다’가 있을까?” 어떤 사회에 있는데 다른 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목욕탕에서 미는 ‘때’에 해당하는 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 영어로 때를 표현하려면 ‘dirt and dead skin cell’이라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권 사회 사람들의 몸에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를 미는 문화가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걸까?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를 사유하는 수단이 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다는 뜻이며, 단어를 명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물을 예리하게 분별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언어에 대한 관심은 꼭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한 단어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일, 그 기원과 변천과 쓰임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특정한 모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의 단계를 끌어올린다. 언어를 탐식(貪識)하는 사람, 백우진 하나의 단어를 붙잡아, 하나의 우주를 궁리하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 살아오면서 수없이 주고받았던 단어들을 마치 어린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낯설게 바라본다. 단어를 실마리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생각을 소리에 실어내는 방식을 포착해 풀었다. 저자 백우진에게 단어는 20여 년간 활자 매체에서 기사를 쓰는 내내 ‘말동무’ 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빌 때마다 약 2,400쪽인 사전을 한 단어 한 단어 읽으면서 눈에 띄는 표제어를 적어나갔다. 그러다 자주 쓸 만한 우리말 단어를 모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채운 메모를 간직하며 우리말을 궁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언어를 탐식(貪識)하기에 이르러온 과정에 관한 저자의 보고서(寶庫書)이기도 하다. 단어의 ‘사연들’은 그래서 흥미롭다. 사연을 듣다 보면, ‘어떤 영역에 관심을 둘 경우 대개 보통 수준을 넘어선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단어 사랑에 수긍하게 된다. 단어가 탄생한 배경을 추적해보는 일, 단어가 조합되는 원리를 탐색해보는 일, 사라진 단어들을 기억해보는 일은 단지 ‘단어에 관한 일’이 아니다.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그로부터 하나의 우주가 걸려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독자가 언어를 사색하는 일이 인문학의 입구라는 것,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는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무엇’을 말해준다는 것을 실감하기를 바란다. 오래전 태어나, 공간에 녹아들고, 그동안 숨었다가, 헤치고 모여든 단어들 이 책은 먼저 다른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말 고유의 ‘맛이나 무늬’를 찾아본다.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이다. 언어는 그 사회를 비춰서 보여주는 거울이므로 한 사회의 낱말이 그 사회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의 ‘잘코사니’가 그런 실마리가 되는 단어다.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한 경우에 고소함’을 뜻한다. 영어나 일본어에는 잘코사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독일어에는 ‘Schadenfreude’가 있다. 이 책의 둘째 부분은 ‘단어가 오래전 태어난 사연’, 즉 유래를 찾아본다. 한 사회의 언어에는 그 사회의 발자국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한자에서 출발해 우리말로 들어오고 세계적으로도 확산된 단어의 여정을 들려주기도 한다. 출발 단어는 ‘확(?)’이다. ?은 ‘가마솥’을 가리키고, 간체자로는 ‘?’으로 쓴다. 이 한자어의 광둥어 발음이 ‘웍’이다. 웍은 오늘날 세계 전역의 주방에서 쓰이며 영어로는 ‘wok’로 표기된다. 확은 우리말로 넘어와서는 ‘돌확’ 등이 됐다. 셋째 장은 우리말의 조어 방식, ‘단어가 헤치고 모여든 사연’을 짚어본다. 그중 하나가 우리말에는 끝부분이 같은 단어의 묶음이 많다는 것이다. ‘깨비’로 끝나는 낱말에는 도깨비, 허깨비, 진눈깨비, 방아깨비 따위가 있다. 이렇게 단어를 묶어서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예컨대 ‘깨비’는 주변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데 붙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장은 ‘단어가 그동안 숨었던 사연’이다. 곱고 귀한데 쓰이지 않았던 말들을 골라놓았다. ‘도사리’ 같은 낱말들이다. 도사리는 ‘다 익지 못한 상태에서 떨어진 과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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