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빈 기자4.5'카우보이의 노래'(2018)는 코언 형제가 다다른 경지를 새삼 알게 한다. 촬영이 아름답고, 편집이 정확하며, 음악은 균형잡혀 있다. 각기 다른 캐릭터가 서로 다른 사건 속에서 매번 다른 결정을 내리는데도, 이들이 펼쳐놓은 여섯 가지 단편이 하나의 장편으로 보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각본은 또 어떤가. 액션과 로맨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은 물론 하나의 신(scene)에 희비(喜悲)를 동시에 담아내는 깊이는 탄식을 자아낼 정도다. 코언 형제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거대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불가해한 세계 위에 서있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에피소드도 도저히 버릴 수 없다. 영화를 왜 보냐고 물으면 아무 대꾸도 없이 이 작품을 슬쩍 틀어주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 단편인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아마도 그들 자신에 관한 그러면서도 그들이 만드는 영화에 관한,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일 게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한 남자는 말한다. "그래요, 우린 팀으로 일하죠. 2인1조로요. 주의가 산만해지면 쉽게 잡히는 게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주의를 흩트리는 역할을 해요. 이야기나 대화, 노래, 보석으로요. 제가 주의를 끌면 클래런스가 후려친답니다. (...) 전 영원히 살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클래런스가 작업을 마친 뒤 그 사람들을 보면 흥미로워요. 길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죠. 여기서 저기로 저 반대편으로 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려고 애써요.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게 정말 정말 좋아요. (뭘 이해한다고?) 전부 다요. (그걸 이해한 사람이 있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전 그냥 바라볼 뿐이죠."Like177Comment0
Nyx3.5이야기꾼 코엔형제의 블랙유머 단편집. " 우리가 해주는 이 이야기들에 너네가 어떤 표정과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단 말이지 " -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Like141Comment0
Jay Oh4.0역마차에서 내리긴 했다만 나머지는 내 몫이구나. 서부극에서 찾은 위태롭고 허무한 삶과 죽음의 철학. This stagecoach has struck gold and has left its mark. Yet onwards, on and on.Like117Comment4
윤제아빠3.5위트와 유머로 무장 했지만, 해학과 통찰로 받아 들이다. . . #코엔형제답다 #오랜만에심플함을 #위트를뛰어난감각을 #느꼈다 #헌데 #난옴니버스는별로Like104Comment0
GS4.5'책'이라는 장치와 결합한 코엔 세계의 독특한 정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코엔 형제의 영화는 늘 아리송하다. <파고>(199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시리어스 맨>(2009), <인사이드 르윈>(2013) 등 수많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의 관습과는 거리가 멀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운명은 동전처럼 쉬이 뒤집히며 결정된다. 등장인물들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에 부딪히면서 제멋대로 튀어 나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흔히 우리가 접한 영화에서 규범처럼 사용된 스토리텔링은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만큼은 늘 무기력하고 그 가치를 상실한다. 그런데 코엔 형제는 그 무기력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매력을 만들고, 정의할 수 없는 어떤 불가사의한 삶을 스크린 위에 오롯이 담아낸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공개한 신작 <카우보이의 노래>(2018)는 코엔 형제의 세계가 책이라는 영화적 장치와 접하여 새로운 인상을 준다. -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이 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보존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매개체로 사용했듯이, 여섯 갈래의 에피소드로 나뉜 <카우보이의 노래>는 책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끝맺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기존의 코엔 영화와는 미묘하게 다른 정서를 만든다. 여기서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인 ‘stories live forever people don't(이야기는 영원하지만, 사람은 아니다)’는 굳이 영화 속에 책이라는 장치를 도입한 이유(책은 이야기를 영원하게 보전하는 방식.)가 될 것이고, 포스터 제목인 ‘The Ballad of Buster Scruggs(카우보이의 노래)’에서 뻗어가는 여섯 갈래의 길과 말은 이야기가 미묘하게 변주하며 구전되는 모습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영화와 관객 사이에 책을 집어넣어 간접성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웨스턴 장르 특유의 정서와 결합하여 관객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신화적인 혹은 동화적인 향수(鄕愁)를 제공한다. - 그런데 이러한 향수는 코엔 영화에 도사리는 불확실한 세계의 기운과 접목하여 다시금 새로운 매력을 창출한다. 완성도 높은 서부극을 만들되, 전통적인 이야기를 코엔 스타일로 변주하고, 희극과 비극을 자유자재로 뒤집으며 아이러니한 인생사를 재치 있게 그려낸다. 과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톡톡히 보여줬던 서부극은 이번 <카우보이의 노래>의 에피소드에 각각 새로운 공기로 가득 차 있다. 편차와 다름이 있을지언정 개성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필자는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하지만, 유머와 스타일, 배우 ‘팀 블레이크 넬슨’의 얼굴이 살아있는 1번 에피소드(카우보이의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에피소드는 6번이다. - 6번 에피소드(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마부는 멈추지 않았다)는 다섯 인물의 끊이지 않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현상금 사냥꾼의 대사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마차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마차 위에 시체가 있다고 얘기하며, 능청스럽게 이야기와 인간의 욕망을 엮어내는데, 듣고 있는 마차의 인물들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할 뿐이다. 그런데 당황한 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과 유사하게 보인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납득하기 힘든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야기)을 목격했던 관객은 그 죽음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불가사의한 세상에서 이해는 늘 허사로 돌아갈 뿐이다. 그렇다면 마차 위의 시체는 죽음을 표현하는 존재가 될 것이고, 사냥꾼은 코엔 형제, 사냥꾼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마차는 멈추고 호텔에 당도한다. 사냥꾼과 부하는 시체를 들고 (사후 세계를 연상하는 의도적으로 밝은 조명이 있는)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고, 남은 인물들은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모른다. 그들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사실 선택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세상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로 가득하다면, 그것을 긍정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호텔의 문으로 들어서는 인물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의 우연과 불가해함. 그로 인해 생기는 삶의 균열들을 긍정하겠다는 태도가 아닐까. -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듯이, 코엔 형제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고 해석하든, 해석하지 않든 정답은 없다. 설사 해석이 틀리거나 즐기기만 하더라도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내가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 -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까? https://blog.naver.com/rmatjdwjdals/221403057911Like103Comment2
영화보고 밥먹고 커피마시고 산책해요
4.5
This may contain spoiler!!
석미인
4.5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면 이 영화로... 좋은 영화인지는 보면서 알았지만 첫대사만 듣고 어쩔 수 없겠구나라고 예감했다.
손정빈 기자
4.5
'카우보이의 노래'(2018)는 코언 형제가 다다른 경지를 새삼 알게 한다. 촬영이 아름답고, 편집이 정확하며, 음악은 균형잡혀 있다. 각기 다른 캐릭터가 서로 다른 사건 속에서 매번 다른 결정을 내리는데도, 이들이 펼쳐놓은 여섯 가지 단편이 하나의 장편으로 보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각본은 또 어떤가. 액션과 로맨스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은 물론 하나의 신(scene)에 희비(喜悲)를 동시에 담아내는 깊이는 탄식을 자아낼 정도다. 코언 형제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거대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불가해한 세계 위에 서있는 인간'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에피소드도 도저히 버릴 수 없다. 영화를 왜 보냐고 물으면 아무 대꾸도 없이 이 작품을 슬쩍 틀어주고 싶을 정도다. 마지막 단편인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아마도 그들 자신에 관한 그러면서도 그들이 만드는 영화에 관한,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일 게다.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한 남자는 말한다. "그래요, 우린 팀으로 일하죠. 2인1조로요. 주의가 산만해지면 쉽게 잡히는 게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주의를 흩트리는 역할을 해요. 이야기나 대화, 노래, 보석으로요. 제가 주의를 끌면 클래런스가 후려친답니다. (...) 전 영원히 살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클래런스가 작업을 마친 뒤 그 사람들을 보면 흥미로워요. 길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죠. 여기서 저기로 저 반대편으로 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려고 애써요.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게 정말 정말 좋아요. (뭘 이해한다고?) 전부 다요. (그걸 이해한 사람이 있나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전 그냥 바라볼 뿐이죠."
Nyx
3.5
이야기꾼 코엔형제의 블랙유머 단편집. " 우리가 해주는 이 이야기들에 너네가 어떤 표정과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단 말이지 " -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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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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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 Oh
4.0
역마차에서 내리긴 했다만 나머지는 내 몫이구나. 서부극에서 찾은 위태롭고 허무한 삶과 죽음의 철학. This stagecoach has struck gold and has left its mark. Yet onwards, on and on.
윤제아빠
3.5
위트와 유머로 무장 했지만, 해학과 통찰로 받아 들이다. . . #코엔형제답다 #오랜만에심플함을 #위트를뛰어난감각을 #느꼈다 #헌데 #난옴니버스는별로
GS
4.5
'책'이라는 장치와 결합한 코엔 세계의 독특한 정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코엔 형제의 영화는 늘 아리송하다. <파고>(1996),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시리어스 맨>(2009), <인사이드 르윈>(2013) 등 수많은 코엔 형제의 영화를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의 관습과는 거리가 멀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불규칙하게 발생하고,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운명은 동전처럼 쉬이 뒤집히며 결정된다. 등장인물들은 알 수 없는 불가항력에 부딪히면서 제멋대로 튀어 나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흔히 우리가 접한 영화에서 규범처럼 사용된 스토리텔링은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만큼은 늘 무기력하고 그 가치를 상실한다. 그런데 코엔 형제는 그 무기력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매력을 만들고, 정의할 수 없는 어떤 불가사의한 삶을 스크린 위에 오롯이 담아낸다. 이번에 넷플릭스에 공개한 신작 <카우보이의 노래>(2018)는 코엔 형제의 세계가 책이라는 영화적 장치와 접하여 새로운 인상을 준다. -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이 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보존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매개체로 사용했듯이, 여섯 갈래의 에피소드로 나뉜 <카우보이의 노래>는 책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끝맺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기존의 코엔 영화와는 미묘하게 다른 정서를 만든다. 여기서 이 영화의 포스터 문구인 ‘stories live forever people don't(이야기는 영원하지만, 사람은 아니다)’는 굳이 영화 속에 책이라는 장치를 도입한 이유(책은 이야기를 영원하게 보전하는 방식.)가 될 것이고, 포스터 제목인 ‘The Ballad of Buster Scruggs(카우보이의 노래)’에서 뻗어가는 여섯 갈래의 길과 말은 이야기가 미묘하게 변주하며 구전되는 모습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영화와 관객 사이에 책을 집어넣어 간접성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웨스턴 장르 특유의 정서와 결합하여 관객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신화적인 혹은 동화적인 향수(鄕愁)를 제공한다. - 그런데 이러한 향수는 코엔 영화에 도사리는 불확실한 세계의 기운과 접목하여 다시금 새로운 매력을 창출한다. 완성도 높은 서부극을 만들되, 전통적인 이야기를 코엔 스타일로 변주하고, 희극과 비극을 자유자재로 뒤집으며 아이러니한 인생사를 재치 있게 그려낸다. 과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톡톡히 보여줬던 서부극은 이번 <카우보이의 노래>의 에피소드에 각각 새로운 공기로 가득 차 있다. 편차와 다름이 있을지언정 개성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필자는 모든 에피소드를 좋아하지만, 유머와 스타일, 배우 ‘팀 블레이크 넬슨’의 얼굴이 살아있는 1번 에피소드(카우보이의 노래)를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 짚고 넘어가고 싶은 에피소드는 6번이다. - 6번 에피소드(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마부는 멈추지 않았다)는 다섯 인물의 끊이지 않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현상금 사냥꾼의 대사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마차의 분위기를 지배한다. 마차 위에 시체가 있다고 얘기하며, 능청스럽게 이야기와 인간의 욕망을 엮어내는데, 듣고 있는 마차의 인물들은 이해하지 못해 당황할 뿐이다. 그런데 당황한 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모습과 유사하게 보인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납득하기 힘든 다양한 형태의 죽음(이야기)을 목격했던 관객은 그 죽음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불가사의한 세상에서 이해는 늘 허사로 돌아갈 뿐이다. 그렇다면 마차 위의 시체는 죽음을 표현하는 존재가 될 것이고, 사냥꾼은 코엔 형제, 사냥꾼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영화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마차는 멈추고 호텔에 당도한다. 사냥꾼과 부하는 시체를 들고 (사후 세계를 연상하는 의도적으로 밝은 조명이 있는) 계단으로 들고 올라가고, 남은 인물들은 불안해하며 어쩔 줄 모른다. 그들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사실 선택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세상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요소로 가득하다면, 그것을 긍정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호텔의 문으로 들어서는 인물의 마지막 모습은 세상의 우연과 불가해함. 그로 인해 생기는 삶의 균열들을 긍정하겠다는 태도가 아닐까. -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듯이, 코엔 형제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고 해석하든, 해석하지 않든 정답은 없다. 설사 해석이 틀리거나 즐기기만 하더라도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내가 코엔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다. - -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까? https://blog.naver.com/rmatjdwjdals/22140305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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