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Spring)
青春: 春
2023 · Documentary · China, France, Luxembourg, Netherlands
3h 32m



This film was shot between 2014 and 2019 in the town of Zhili, a district of Huzhou City in Zhejiang province, China. Zhili is home to over 18,000 privately-run workshops producing children's clothes, mostly for the domestic market, but some also for export. The workshops employ around 300,000 migrant workers, chiefly from the rural provinces of Yunnan, Guizhou, Anhui, Jiangxi, Henan and Jiangsu.
천수경
5.0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나의 포항 외할머니가 월스트리트 금융맨과 똑같은 갤럭시 알람에 깨는 시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속 주인공이 도박장에서 먹는 치즈버거와 똑같은 치즈버거로 나의 숙취를 해소할 수 있는 시대. 또한 생소한 산골짜기 출신의 타국 노동자가 만든 부품이 들어간 전화기로 우리가 사랑도 전하고 실연도 당하고 마지막 편지 같은 것도 쓰고 이력서도 제출하고 119에 전화도 할 수 있는, 그런 시대. 이국의 청춘들이 옷을 만든다. 통속적인 발라드에 맞춰 흥얼거리고 누가 더 빨리 만드는지 시합도 한다. 절대 안 될 것 같은 짝사랑한테 개수작도 부리고. 밀도 높은 노동에 예민해져서 동료랑 터무니없는 몸싸움도 한다. 그 모든 게 각종 뒷주머니와 레이스에 한땀 한땀 박힌다. 누군가의 살갗에 몇 계절씩 닿아 있을 옷감에 저들의 청춘이 배어 있다. 개수작은 엉성해도 재봉틀을 다루는 손길은 엉성하지 않아서 그 날카로움에 베일 것만도 같고. 옥상의 빨랫줄에 널린 패딩과 이불 뒤에선 ‘인생이 걸린 일’에 관한 대화가 오간다. 두 사람만의 대화는 임신 중절에 관한 온 동네의 훈수로 번진다. 그러다가 물량은 제시간에 쳐내야 하기에 갑작스러운 중단. 쫄깃했던 썸도 그렇게 중단되나 싶다. 청춘이 그렇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도 태평하게 숨 쉴 폐활량이 남아돈다. 어색함 같은 것에 인색하지 않다. 천둥벌거숭이들. (면전에 대고 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심했잖아요. 그런 말을 하는 여자한테 그래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더 심하고요). 남이 뻐기거나 젠체하면 재수 없어 하고 본인 체면을 좀 구기는 건 괜찮다. 멋진 곳이다. 무시무시하지만.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 안 해서 이웃들이 맹비난해도 아침을 먹으며 산들바람을 즐길 여유가 있다. 지난밤은 너무 즐거웠으니까. 그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다. 인생이라는 건 뭐가 많이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몰라서. 명절 때 고향에 가면서 “향수병 조심해!”라고 말하던 청년이 탄 버스의 뒷모습이 크게 남았다. 이제 이곳이 집이니까 고향 돌아가면 향수를 느낄 준비를 하라는 건지, 고향에 너무 마음 붙이고 오면 돌아와서 향수에 휘청일 것이란 말인지. 그의 능청스러운 표정으론 알 수 없었다. 여자들이 서로 치장해주는 장면도 좋았다. 서로를 꾸며주면서 각기 다른 머릿결과 피부, 얼굴형을 알아갔을 것이다. 갓 성인이 되었을 무렵 친구들의 속눈썹을 말아주고 옷장을 순찰해주던 장면이 스쳤다. 이제 우리는 서른이라서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무언가를 입어보지 않아도 “나보다 너한테 더 잘 어울릴 옷이 있어,”라고 카톡을 할 수 있다. 영문 모르게 식은 연인에게 칭얼대는 남자를 보면서는 나에게 짜게 식었던 스무 살의 첫사랑이 오랜만에 떠올랐다. “그때 왜 그랬어?” “네가 Y랑 부산 여행 몰래 갔었잖아.” “걔가 그래? 같이 간 거 아니고 우연히 만났는데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같이 있다고 말을 못 한 거였어. 혼자 노는 척하면서 종일 너한테 연락했던 거 기억난다. 내가 그랬었네.” “나 그때 얼마나 상처 받았는데.” “나는 C 언니 생일 파티에서 네가 쌩까길래 울면서 일찍 집 갔던 거 지금도 생생해. 나 너 진짜 좋아했었잖아.” “내가 더 좋아했었지.”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요절 사인이 밝혀진 사랑. 그리고 떠오른 장면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재수 학원에 다니던 스물의 나. 내 얼굴 보려고 학원 다니는데 내가 아파서 못 오면 자기도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던 문자. 내가 누운 침대 위에 걸린 빨랫감들. 화요일마다 학사 이모님들이 빨아주신. 어깨가 늘어나지 않도록 특이한 형태로 소매가 옷걸이에 걸쳐져 있던. 옷을 꼭 그렇게 널어주셔서 감사했던 마음을 전하고 떠나올 걸. 영화는 조금 권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휴식의 장면에서 끝난다. 단가를 협상할 때 너무도 고압적이었던 사장 때문에 나는 노동자들이 부디 한 푼이라도 더 받아서 더 재미있게 놀길 바랐다. 더 깔쌈한 옷을 사 입고 더 맛있는 걸 먹길 바랐다. 저들의 휴식을 지켜보며 내가 생각한 더 나은 휴식이라는 것이 허상처럼 느껴졌다. 저들의 행복은 내 이해의 범위 바깥에 있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다. 자신의 실익에 대한 파악이 잘 된 것 같은 청년은 말한다. 너무 한가로운 공장에서 일하면 에너지가 안 난다고. 빡센 곳에서 파이팅 넘치게 일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청춘으로 포화된 이전 공장의 중독성을 알 것도 같았다. 알 것도 같은데 모르는 것도 같다. 그저 나는 앞으로 패딩이 따뜻하면 거기에 깃든 열기가 누군가의 청춘이라고, 박음질이 부족한 옷이 있으면 누군가가 무료한 일터의 재미를 찾고자 친구와 시합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Jay Oh
3.0
'메이드 인 차이나'의 대가는 봄이었구나. 괜히 옷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How many springs have we unwittingly purchased?
조조무비
3.0
#🧵 쳇바퀴 속에서 별거아닌 이야기를 기워내는 저쪽의 청춘.
다솜땅
3.0
직물공장에서 미싱일을 하는 사람들, 이주 노동자! 일, 연애, 임금협상.. 그들은, 오늘도 미싱을 돌린다... #24.7.27 (501)
주방장의 잡기술
3.0
생생한 어느 일상을 그대로 담으면 그 사회가 보다 잘 보인다. 1위안은 180원쯤, 1펀은 1/100 위안 2023 BIFF
상맹
4.0
끊이지 않은 고된 노동에도 지지 않는 청춘. 쉬지 않고 미싱을 돌리면서도 함께 사랑하고 싸우고 욕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고 울적해하면서 괴롭히고 농담하고 웃기도 하는 청춘
corcovado
3.5
이 청춘들의 삶은 재봉틀에 묶인 실처럼.
클로즈-업
4.0
일도, 여가도 조그만 사각형 공간에 축소된 청춘의 삶. 그들에게 다른 길은 없었을까? - 28th BIFF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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