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phile3.5교양인 취급받고 부족하지 않아 세상과 담쌓고 외딴섬에서 백치 시늉하며 뻔뻔히 살 수는 있겠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외딴섬에 추방당해 사는 이상 고독에서 벗어나진 못할 테다. 뻔뻔한 인생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쓸쓸함에 관한 누군가의 미안함이 절절하다.Like264Comment0
이용우4.5고작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쉽게 변모하는 사람들. 각자의 히스토리는 문 안 쪽에서, 혹은 바깥에서 은밀하게 표출된다. 문 밖을 훔쳐보는 작은 화면은 또 하나의 문과 같다. 가끔은 바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문이 더욱 두껍게 느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다. 소의 눈을 보고 채식 주의자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좋은 고기를 논하는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성은 보수적이고 감정은 즉흥적이다. 둘의 싸움은 늘 개 인을 자탄하게 한다. 남의 무거운 수치스러움이 나에게는 가벼운 해프닝이 된다는 걸 무덤하게 인정하는 순간.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상대와 나를 위해 기꺼이 도망친다. 넘실대는 파도가 대지를 덮지 않는 정도로 차오르는 순간이 왠지 모르게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감희는 극장에 다시 들어선다. 그리곤 파도를 본다. 관음하던 화면 보다 훨씬 큰 화면속의 잔잔한 파도를 가만히 본다.Like110Comment2
JE4.5간간히 딴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 주어진 것, 만나야 하는 사람, 책임감, 부담감, 막연함, 사소한 불안. 유난히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영화에 채 집중 못하고 월요일 출근 걱정부터 앞섰나 싶었다. 가만 돌이켜 보니 어쩌면 그게 영화의 정념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럴싸하게 빗대자면,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척력과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의 인력, 잔잔한 수면 위로 그늘지는 삶의 장력. 관계와 이야기를 감춘, 그녀들을 짐작케만 할 뿐인 나긋한 대화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묘한 공기가 들어 찬다. 그걸 들춰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틈입하는 남자들의 뒷통수. 홍상수의 이전 영화들 같았더라면 그녀들을 좀 더 위태롭게 하며 (얼굴을 드밀며)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긴 조곤조곤한 말씨나 매서운 독설, 그득한 불만 등 옹골찬 그녀들의 태도가 더 눈에 띈다. 하지만 그 견고함만치 그녀들의 삶도 흔들리지 않았을 거라 믿긴 어렵다. 이미 어딘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도망쳐 온 이들은 아닐까. 차마 더는 도망칠 수 없어 정착한 건 아닐까. 마치 감희는 그런 그녀들을 탐색이라도 하듯 흘러 다닌다. 그렇다고 감희가 <풀잎들>의 아름처럼 마치 영화 속 하나의 구조물이랄지 관찰자 같진 않고,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의 민정처럼 좀 더 자유롭게 유영하는 존재 같았다. 마치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 같이 정박한 이들 사이를 거닌다. 어쩌면 쓸쓸한 자유로움. 그런데 감희가 그녀들과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1부에서 3부까지, 감희가 만나는 세 사람의 미묘한 나이 차이로 인해, 감희의 먼 미래에서 가까운 미래는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 감희의 만남들은 자기 미래로의 탐색인 걸까. 과거로 얽힌 관계들로부터 미래를 보는 현재의 순간. 자체로 이상한 감각을 주지만, 그 순서대로라면 극장 장면은 마침내 감희의 오롯한 현재에 잠기는 순간일 것이다. 좁은 공간, 부서지는 물결만이 감희를 감싸는 순간. 평온하게만 보이던 감희의 표정이 새삼 달리 보인다. 다른 여성들처럼 돌연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쳐내는 대신 본인이 미끄러지듯 자리를 피하고는, 다시금 극장에나 정주하고 만다는 게 퍽 쓸쓸하다. 도망칠 곳 없는 그녀의 현재는 오직 극장뿐인가 보다. 즉물적이면서도 모호한, 자체로 추상과 구체를 함께 머금은 듯한 제목이 홍상수의 영화에서 드문 일은 아니겠으나, <도망친 여자>는 유독 미묘하다. 도망친 여자라면 사실 옆집 여자뿐일 텐데, 그럼에도 남겨진 딸을 쓰다듬는 손길에서부터 모두가 도망친, 혹은 도망치는, 혹은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냥 제목을 의식한 탓일까. 모르긴 몰라도 여느 홍상수의 영화처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미묘한 틈새가 생경한 감각을 이끈다. 지난 <강변호텔>의 죽음에서 깨어나 토로할 감정이 궁금했던 나로선, 역시 또 새롭게 찾아오는 정경이 흥미롭기만 하다. 1부의 전원 풍경처럼 평온하면서도 3층을 보여 달라는 감희의 투정처럼 불안이 차 있고, 새벽에 홀로 눈 뜬 감희마냥 고요히 쓸쓸하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파렴치하게 들릴 말들이 떠다니지만, 아득대던 이전에 비해 유약하게 가라 앉는 것 같다. 이를테면 남편과 "5년동안 단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는 감희의 말. 물론 과시나 자랑, 자신들의 사랑이 건재함을 나타내는 몰염치한 대사 같긴 하나, 대사의 유난한 강세와 반복에 진심의 고백이라기보단 필사적인 다짐처럼도 들린다. 말하자면 "똑같은 말을 하면 진심 같지가 않다"는 우진의 말처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강변호텔>의 죽음이 이상한 평온을 마련했다면, 닭과 산이 열어준 <도망친 여자>의 부드러운 평온은 되레 필사적인 휴지처럼 느껴진다.Like101Comment3
차지훈4.0스포 O . 영화는 또 다시 김민희가 출연한다. . 홍상수 감독영화 중 20번째로 본 영화가 바로 '도망친 여자'이다. . 그 말투, 대사, 물흐르듯 10분이상 진행시키는 특유의 롱테이크, 뜬금없는 배경이나 사물, 동물에 대한 포커싱, 알코올, 담배, 푸념, 남자들의 찌질함, 현실적이어서 이상하게 비현실적인 삶의 투영, 피상적인 인간관계, 피상적인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불문율, 넋두리, 로드무비, 영화 감독이 등장인물로 등장(아마 홍상수 본인을 투영시킨 것일 것.) 등 . 이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스무편 이상에서 동일하게 나타나,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익숙함으로 인도한다. . 영화의 내용은 5년동안 한순간도 떨어져있지 않던 감희(김민희 분)은 어느 날 남편과 떨어져 알고 지내던 언니,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 영화는 세 번의 만남을 보여준다. . 첫번째 만남(서영화 분)에서 기억남는 점. ->도둑 고양이 씬. 이웃으로 새로 이사온 남자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서영화 배우에게 그러지 말라고 그런다. 자신의 아내는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데 이렇게 밥을 주면, 아내가 마당도 못나온다고.. . 서영화 배우는 '도둑 고양이'라는 표현에서 발끈한다. . '도둑 고양이?' . '도둑 고양이'는 주인이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를 의미한다. 아마도 길가에 있는 음식을 뒤적거리는 행위때문에 붙은 말일수도. . 그저 그들만의 생태계에 떨어져 생존방법을 갈구하는 것 뿐인데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도둑'이라는 좋지 못한 수식어를 붙인다. . 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든 서영화 배우. 그러나 그러한 지적에도 계속 '도둑 고양이'라 칭하는 남자 이웃. . 대화가 끝나고 고양이를 클로즈업하며 씬이 마무리된다. . 어쩌면 우리가 살아오는 인간관계도 이러한 주홍글씨들로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 김민희 배우는 머리를 식히러 아는 언니인 서영화 배우 집에 들렀을 뿐인데, 말다툼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 '이거 괜히 도망 나왔나..?' . 지친 관계를 정리하려 해도, 또 다른 관계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는 법이다. . . 두번째 만남(송선미 배우 분)에서 기억남는 점. ->송선미 배우는 필라테스 강사로서 자산을 10억이상 모아놓은 인물로 나온다. . "언니 부럽다.. 전세금 껴서 10억이지..? 그 나이에 그래도 그렇게 돈을 모아 부럽다." .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10분 이상의 롱테이크로 찍어낸다. . 미친 것만 같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집따윈 필요없어 보인다. . 중간에 등장하는 송선미 배우를 스토킹하는 남성. . 하룻밤을 같이 보낸 후 계속 집에 찾아온다고 사이코같다고 언급하는 송선미 배우. .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온도차. 이를 또한 특유 남성의 찌질함으로 점철시키는 홍상수 감독님. . 비참하면서도 우스우면서도 공감간다. . 일방통행이 될 수 없는 남녀간의 관계는 알 수 없다. 두렵다. 암막 커튼같다. . 김민희 배우는 또 꼬여버린 관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었다. . 완전한 관계에서의 해방은 없는 법이다. . . 세번째 만남(권해효, 김새벽)에서 기억남는 점. ->김새벽이 운영하는 에무 시네마 지하에서 독서 뭐시기를 운영하는 권해효. . 어느새 유명해져서 티비에 나오지만, 김새벽은 남편의 유명세가 싫다. . 김민희가 영화를 보고 나오며 담배를 피는 권해효와 만남. . "티비에서 봤는데 말씀이 너무 많으신 거 같아요" 라고 권해효에게 말하는 김민희. . "말이 너무 많으면, 했던 말도 또하는 법인데, 그러면 사람이 진정성이 없어 보여요." 라고 말하는 김민희. . 권해효는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이러한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근데 웃긴 점 한 가지. . 김민희 배우도 사람들을 줄곧 만나며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저 남편이랑 5년간 떨어져있던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 자기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권해효에게 꾸증을 한다. . '언행불일치' . 이 순간 폭소가 터질 수 밖에 없다. .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자신먼저 돌아보는게 필요해 보이는 이 씬. . 기가막히게 홍상수 스러워 웃겨서 자지러질 것만 같다. . 홍감독님의 영화는 항상 메시지들을 굵직하게 던지진 않지만, 곱씹어보면 삶의 불문율을 느낄 수 있는게 매력이다.Like74Comment0
리얼리스트3.5다시금 새로운 영화언어로 도망친 홍상수 자신의 영화언어세계와 페르소나를 다룬다는 점에서 근원적이고 위선을 자조한다는 점에서 희극적이다 여성서사인척하는건 맘에 안들지만 그때와는 다르고 지금도 새롭다 (홍상수 왈 : 한국언론과 대중이 욕한다해도 나는 내갈길간다 마이웨이!!)Like58Comment0
Cinephile
3.5
교양인 취급받고 부족하지 않아 세상과 담쌓고 외딴섬에서 백치 시늉하며 뻔뻔히 살 수는 있겠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외딴섬에 추방당해 사는 이상 고독에서 벗어나진 못할 테다. 뻔뻔한 인생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쓸쓸함에 관한 누군가의 미안함이 절절하다.
이동진 평론가
4.0
중심에 구멍을 낸 뒤 사건의 뒤안길에서 일렁이는 마음의 그림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no
4.0
This may contain spoiler!!
이용우
4.5
고작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쉽게 변모하는 사람들. 각자의 히스토리는 문 안 쪽에서, 혹은 바깥에서 은밀하게 표출된다. 문 밖을 훔쳐보는 작은 화면은 또 하나의 문과 같다. 가끔은 바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문이 더욱 두껍게 느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다. 소의 눈을 보고 채식 주의자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좋은 고기를 논하는 우리는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성은 보수적이고 감정은 즉흥적이다. 둘의 싸움은 늘 개 인을 자탄하게 한다. 남의 무거운 수치스러움이 나에게는 가벼운 해프닝이 된다는 걸 무덤하게 인정하는 순간. 그 나이가 되었을 때 우리는 상대와 나를 위해 기꺼이 도망친다. 넘실대는 파도가 대지를 덮지 않는 정도로 차오르는 순간이 왠지 모르게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감희는 극장에 다시 들어선다. 그리곤 파도를 본다. 관음하던 화면 보다 훨씬 큰 화면속의 잔잔한 파도를 가만히 본다.
JE
4.5
간간히 딴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야 할 일, 주어진 것, 만나야 하는 사람, 책임감, 부담감, 막연함, 사소한 불안. 유난히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영화에 채 집중 못하고 월요일 출근 걱정부터 앞섰나 싶었다. 가만 돌이켜 보니 어쩌면 그게 영화의 정념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럴싸하게 빗대자면, 도망치고 싶은 현실의 척력과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의 인력, 잔잔한 수면 위로 그늘지는 삶의 장력. 관계와 이야기를 감춘, 그녀들을 짐작케만 할 뿐인 나긋한 대화지만, 언제나 그렇듯 미묘한 공기가 들어 찬다. 그걸 들춰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틈입하는 남자들의 뒷통수. 홍상수의 이전 영화들 같았더라면 그녀들을 좀 더 위태롭게 하며 (얼굴을 드밀며)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긴 조곤조곤한 말씨나 매서운 독설, 그득한 불만 등 옹골찬 그녀들의 태도가 더 눈에 띈다. 하지만 그 견고함만치 그녀들의 삶도 흔들리지 않았을 거라 믿긴 어렵다. 이미 어딘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도망쳐 온 이들은 아닐까. 차마 더는 도망칠 수 없어 정착한 건 아닐까. 마치 감희는 그런 그녀들을 탐색이라도 하듯 흘러 다닌다. 그렇다고 감희가 <풀잎들>의 아름처럼 마치 영화 속 하나의 구조물이랄지 관찰자 같진 않고,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의 민정처럼 좀 더 자유롭게 유영하는 존재 같았다. 마치 한 마리의 도둑고양이 같이 정박한 이들 사이를 거닌다. 어쩌면 쓸쓸한 자유로움. 그런데 감희가 그녀들과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심지어 1부에서 3부까지, 감희가 만나는 세 사람의 미묘한 나이 차이로 인해, 감희의 먼 미래에서 가까운 미래는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 감희의 만남들은 자기 미래로의 탐색인 걸까. 과거로 얽힌 관계들로부터 미래를 보는 현재의 순간. 자체로 이상한 감각을 주지만, 그 순서대로라면 극장 장면은 마침내 감희의 오롯한 현재에 잠기는 순간일 것이다. 좁은 공간, 부서지는 물결만이 감희를 감싸는 순간. 평온하게만 보이던 감희의 표정이 새삼 달리 보인다. 다른 여성들처럼 돌연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쳐내는 대신 본인이 미끄러지듯 자리를 피하고는, 다시금 극장에나 정주하고 만다는 게 퍽 쓸쓸하다. 도망칠 곳 없는 그녀의 현재는 오직 극장뿐인가 보다. 즉물적이면서도 모호한, 자체로 추상과 구체를 함께 머금은 듯한 제목이 홍상수의 영화에서 드문 일은 아니겠으나, <도망친 여자>는 유독 미묘하다. 도망친 여자라면 사실 옆집 여자뿐일 텐데, 그럼에도 남겨진 딸을 쓰다듬는 손길에서부터 모두가 도망친, 혹은 도망치는, 혹은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 같다. 그냥 제목을 의식한 탓일까. 모르긴 몰라도 여느 홍상수의 영화처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미묘한 틈새가 생경한 감각을 이끈다. 지난 <강변호텔>의 죽음에서 깨어나 토로할 감정이 궁금했던 나로선, 역시 또 새롭게 찾아오는 정경이 흥미롭기만 하다. 1부의 전원 풍경처럼 평온하면서도 3층을 보여 달라는 감희의 투정처럼 불안이 차 있고, 새벽에 홀로 눈 뜬 감희마냥 고요히 쓸쓸하다.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파렴치하게 들릴 말들이 떠다니지만, 아득대던 이전에 비해 유약하게 가라 앉는 것 같다. 이를테면 남편과 "5년동안 단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는 감희의 말. 물론 과시나 자랑, 자신들의 사랑이 건재함을 나타내는 몰염치한 대사 같긴 하나, 대사의 유난한 강세와 반복에 진심의 고백이라기보단 필사적인 다짐처럼도 들린다. 말하자면 "똑같은 말을 하면 진심 같지가 않다"는 우진의 말처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던 <강변호텔>의 죽음이 이상한 평온을 마련했다면, 닭과 산이 열어준 <도망친 여자>의 부드러운 평온은 되레 필사적인 휴지처럼 느껴진다.
차지훈
4.0
스포 O . 영화는 또 다시 김민희가 출연한다. . 홍상수 감독영화 중 20번째로 본 영화가 바로 '도망친 여자'이다. . 그 말투, 대사, 물흐르듯 10분이상 진행시키는 특유의 롱테이크, 뜬금없는 배경이나 사물, 동물에 대한 포커싱, 알코올, 담배, 푸념, 남자들의 찌질함, 현실적이어서 이상하게 비현실적인 삶의 투영, 피상적인 인간관계, 피상적인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불문율, 넋두리, 로드무비, 영화 감독이 등장인물로 등장(아마 홍상수 본인을 투영시킨 것일 것.) 등 . 이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스무편 이상에서 동일하게 나타나,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익숙함으로 인도한다. . 영화의 내용은 5년동안 한순간도 떨어져있지 않던 감희(김민희 분)은 어느 날 남편과 떨어져 알고 지내던 언니,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 영화는 세 번의 만남을 보여준다. . 첫번째 만남(서영화 분)에서 기억남는 점. ->도둑 고양이 씬. 이웃으로 새로 이사온 남자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서영화 배우에게 그러지 말라고 그런다. 자신의 아내는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데 이렇게 밥을 주면, 아내가 마당도 못나온다고.. . 서영화 배우는 '도둑 고양이'라는 표현에서 발끈한다. . '도둑 고양이?' . '도둑 고양이'는 주인이 없이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를 의미한다. 아마도 길가에 있는 음식을 뒤적거리는 행위때문에 붙은 말일수도. . 그저 그들만의 생태계에 떨어져 생존방법을 갈구하는 것 뿐인데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도둑'이라는 좋지 못한 수식어를 붙인다. . 이러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든 서영화 배우. 그러나 그러한 지적에도 계속 '도둑 고양이'라 칭하는 남자 이웃. . 대화가 끝나고 고양이를 클로즈업하며 씬이 마무리된다. . 어쩌면 우리가 살아오는 인간관계도 이러한 주홍글씨들로 물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 김민희 배우는 머리를 식히러 아는 언니인 서영화 배우 집에 들렀을 뿐인데, 말다툼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 '이거 괜히 도망 나왔나..?' . 지친 관계를 정리하려 해도, 또 다른 관계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는 법이다. . . 두번째 만남(송선미 배우 분)에서 기억남는 점. ->송선미 배우는 필라테스 강사로서 자산을 10억이상 모아놓은 인물로 나온다. . "언니 부럽다.. 전세금 껴서 10억이지..? 그 나이에 그래도 그렇게 돈을 모아 부럽다." .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10분 이상의 롱테이크로 찍어낸다. . 미친 것만 같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집따윈 필요없어 보인다. . 중간에 등장하는 송선미 배우를 스토킹하는 남성. . 하룻밤을 같이 보낸 후 계속 집에 찾아온다고 사이코같다고 언급하는 송선미 배우. .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온도차. 이를 또한 특유 남성의 찌질함으로 점철시키는 홍상수 감독님. . 비참하면서도 우스우면서도 공감간다. . 일방통행이 될 수 없는 남녀간의 관계는 알 수 없다. 두렵다. 암막 커튼같다. . 김민희 배우는 또 꼬여버린 관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밖에 없었다. . 완전한 관계에서의 해방은 없는 법이다. . . 세번째 만남(권해효, 김새벽)에서 기억남는 점. ->김새벽이 운영하는 에무 시네마 지하에서 독서 뭐시기를 운영하는 권해효. . 어느새 유명해져서 티비에 나오지만, 김새벽은 남편의 유명세가 싫다. . 김민희가 영화를 보고 나오며 담배를 피는 권해효와 만남. . "티비에서 봤는데 말씀이 너무 많으신 거 같아요" 라고 권해효에게 말하는 김민희. . "말이 너무 많으면, 했던 말도 또하는 법인데, 그러면 사람이 진정성이 없어 보여요." 라고 말하는 김민희. . 권해효는 수긍하는 듯하면서도 이러한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 근데 웃긴 점 한 가지. . 김민희 배우도 사람들을 줄곧 만나며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 "저 남편이랑 5년간 떨어져있던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 자기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권해효에게 꾸증을 한다. . '언행불일치' . 이 순간 폭소가 터질 수 밖에 없다. .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자신먼저 돌아보는게 필요해 보이는 이 씬. . 기가막히게 홍상수 스러워 웃겨서 자지러질 것만 같다. . 홍감독님의 영화는 항상 메시지들을 굵직하게 던지진 않지만, 곱씹어보면 삶의 불문율을 느낄 수 있는게 매력이다.
리얼리스트
3.5
다시금 새로운 영화언어로 도망친 홍상수 자신의 영화언어세계와 페르소나를 다룬다는 점에서 근원적이고 위선을 자조한다는 점에서 희극적이다 여성서사인척하는건 맘에 안들지만 그때와는 다르고 지금도 새롭다 (홍상수 왈 : 한국언론과 대중이 욕한다해도 나는 내갈길간다 마이웨이!!)
황재윤
4.0
고요한듯 그러나 물결치는 파도같은 내면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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