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e
1 year ago

아름다운 마무리
平均 3.8
연휴에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지겹다. 운전대를 잡지 않은 주제에 이렇게 생각하는 건 이기적일까? 그래도 정체되는 아스팔트 위에서 석양은 그저 눈 따가운 지루한 광선이다. 운전석에 꽂혀있는 법정 스님의 책을 꺼냈다. 엄마가 읽은 책 중 몇 권은 너덜너덜한데, 이 책도 그렇다. 구석구석 모서리가 접혀있다. 내리는 눈발, 손에 잡은 종이, 적힌 말씀. 모든 것이 하얗다. 연잎차를 처음 마셨을 때의 그 느낌이다. ‘방하착’이라는 말을 새로 알게되었다.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새로 펼친 이 낡은 책을 다 읽었는데, 여전히 도착은 아득하다. 인연을 향하는 길은 이다지도 끈질기고 길다. 44p)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일지 않고 / 달이 연못 속에 들어가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