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Beyond That Mountain (英題)
平均 2.8
'저 산 너머'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년기를 다룬 전기 영화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종교인에 대한 전기 영화인데, 그 업적들이나 중요 사건들이 있는 성인의 삶이 아닌 유년기만 바라본다는 점이 상당히 궁금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김수환 추기경의 종교관이나 가치관을 다룰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이 기대가 독이 됐다. 김수환 추기경의 종교적 바탕과 시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가는 일종의 오리진 스토리와도 같은 영화였다. 가난한 집안의 힘든 형편 속에서 부모님과 신부님에게서 어떤 가르침을 받으며 신부로 첫 걸음을 내디게 됐는지에 대한 잔잔하고 해맑은 영화였다. 한국의 종교 영화로서 한국적인 배경과 음악과 감성들로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갈등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에는 갈등이 필요하다. 갈등이 있어야 시작에서 끝의 여정 동안 관객이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큰 흐름의 갈등은 전무하다. 곳곳에 한 씬짜리 작은 갈등들은 있지만 이는 에피소드 같은 성격이 강하지, 전반적인 흐름에 큰 영향은 없다. 어린 김수환이 종교인으로서의 꿈이 생기기까지 겪었을 내적 갈등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고, 그저 이런 저런 설교들과 에피소드들을 나열할 뿐이다. 주인공이 넘어서야 할 산이 무엇인지 영화의 대부분동안 불분명하다 보니, 영화의 맑고 순수하고 둥글한 분위기는 이내 단조로운 지루함으로 변모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