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몬드꽃

올리브 키터리지
平均 4.0
1. 나에게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분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이야기의 숲, 이야기의 들판, 이야기의 바다에 삼일 동안 앉고 눕고 잠길 수 있었다. 몇몇 대목에서는 마음이 쓰린 듯이 너무나 아프기도 했고, 마지막에 다다라서는 울컥하여 눈물도 났다. 영상이 아닌 텍스트만을 보고 눈물이 나는 것은 내게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이 책을 읽은 것은 내 독서생활에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다. 시리지만 따스한 소설이었다. 분명 아름다웠다. 2. '미국인 작가가 미국적 삶을 다룬' 작품에 주어진다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란다. 일상적인 매일의 삶, 가족, 인간관계, 사랑, 죽음, 인간을 말하는데 내셔널리티가 따로 있을까. 지금껏 있어 왔고, 일어나고 있고,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반가웠다. 읽으면서 내가 앉은 자리를 자꾸만 어루만졌다. 3. 장편의 테두리 안에서 올리브 키터리지가 에피소드 형태로 등장하는 구성이 흥미로웠다. 옮긴이의 말대로 올리브는 너무나 강렬한 인물이라서 내내 등장했다면 많이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올리브의 시선만이 아닌, 다른 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특히 좋았다. <밀물>의 케빈, <피아노 연주자>의 앤지, <굶주림>의 하먼과 데이지, <겨울 음악회>의 제인, <튤립>의 루이즈, <범죄자>의 레베카의 이야기도 올리브 키터리지의 가족 이야기 만큼이나 좋았다. 책을 다 읽고나서 HBO 드라마도 보았는데 올리브와 다양한 등장인물간의 연결고리가 명확히 확인되며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오더라. 단편 같은 장편임과 동시에 장편같은 단편으로서 장편과 단편 모두의 매력과 장점을 고루 갖춘 훌륭한 작품이다. 4. '어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고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났다. '녹인 황금이 마음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한 것처럼' 이라든지, 건강한 자율신경계와 같이 돌아가는 약국이라든지 등등 묘사도 탁월했고, 솔직하다 못해 발가벗겨진 것 같은 대사들도 몹시 짜릿했으며, 너무 많이 들어서 흔해빠져버린 '인생의 진리'같은 것들도 이 작품에서는 신선하고 다르고 새 것같이 느껴졌다. 작가와 옮긴이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