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프
3 years ago

유령
平均 3.6
해설을 읽었을 때 야 비로소 이해되는 책들이 있다. 내용이 어려웠을 때도 그렇지만, 책 자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는 더더욱. 물론 해설이 제시하는 관점이 모두에게 타당한 진리는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그 글은 책에 관해 나보다 훨씬 많이 고민한 흔적일 것이다. 정용준의 『유령』은 (솔직히 말해서) 읽는 내내 뭘 느껴야 할지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변명하자면) 신원호 PD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그렇게나 재미있게 보았던 나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보지 않았다. 왜일까? 감빵과 범죄자에 관해 말하는 서사를 나는 본능적 기피하고 있던 걸까? 박혜진 평론가의 해설을 읽은 후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생겼다. “우리에겐 악을 모를 권리가 없다”는 말이 나를 흔들었다. 악과 악인에 관해서라면 티끌이라도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게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내 안에도 어떤 모양의 악이 존재한다는 것, 범죄자만 악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런 사실들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일까? 별안간 질문으로 마치는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