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동구리

동구리

1 year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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蛇の道

映画 ・ 2024

平均 2.9

1998년 구로사와 기요시는 <뱀의 길>이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링> 시리즈의 각본을 써 널리 알려진 타카하시 히로시가 각본을 맡았다. 두 사람은 2024년 프랑스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 발표한다. 원작에서 전직 야쿠자였던 주인공은 이번 영화에서 '미나르 재단'이라는 겉보기엔 유력 자산가의 사회공헌재단 같지만 그 속에 음험한 비밀이 숨겨진 재단의 직원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주인공의 조력자 또한 학원강사에서 의사로 변경되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소하다. 98년도 <뱀의 길>은 97년 <큐어>에서 이어지는 듯한, 세계 자체의 부패와 몰락의 어둠이 잔뜩 드리운 듯한 배경 속에서 (종종 웃음을 터트리게 되는) 독특한 리듬으로 풀어낸 미스터리 스릴러였다. 반면 2024년의 <뱀의 길>은 그 이후의 기요시 영화들, 이를테면 <리얼 완전항 수장룡의 날>의 축축함, <회로> 속 그을음들이 감각시켜주는 기분나쁨,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의 불쾌한 미스터리와 같은 것들을 연상시킨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조력자 사요코의 존재가 그러하다. 원작의 조력자는 '학원강사'라는 지위 속에서 모종의 이유를 (합리적이진 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었으나, 24년도 <뱀의 길> 속 사요코는 무엇을 위해 잔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설픈 복수극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사요코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악인을 골라 죽이는 사이코패스, 이를테면 <덱스터>의 덱스터와 같은 인물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에서 미스터리가 해소되지만, 그것은 영화가 종료되기 5분 전의 일일 뿐이다. 프랑스와 프랑스어라는 배경과 언어의 차이는 이번 영화를 더욱 이상한 지점으로 이끌어간다. 물론 프랑스가 채택된 것에는 여러 현실적인 프로덕션상의 이유가 존재하겠으나, 관객인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주는 독특한 감각이다. 일본-프랑스 합작의 형식으로 제작된 <뱀의 길>은 일본의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프랑스 하드웨어의 영화, 라는 단순한 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본이라는 퇴로를 남겨둔 채 프랑스를 무대로 삼은 것에 가깝게 다가온다. 그것은 영화 속 사요코의 상황과도 같다. 그는 자신의 남편처럼 일본으로 돌아가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자 노력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말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는) 파리에 남아 복수의 칼을 간다. 어쩌면 이번 영화가 담아내고자 한 것은 올해에만 <클라우드>와 <차임>을 포함해 세 편의 영화를 공개한 기요시 자신의 위치에 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클라우드>와 거의 비슷한 구도를 보여주는 후반부의 총격전은, 기요시 자신의 방식을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영화 속에서 관철시켜보고자 하는 시도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