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오세일

오세일

2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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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厳令

映画 ・ 1973

平均 3.4

제국주의의 지지에 대한 이론은 그 누구보다 꿰뚫고 있지만 정작 그 본질의 믿음은 부족하기에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소실되어 있는 교수, 혁명에 힘을 보태며 타인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지만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확고함은 없는 청년, 중요한 혁명을 앞두고 있지만 순간의 성욕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장교까지. 어쩌면 감독은 단순히 그들의 정치적 신념을 혐오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탐구하고 측은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벽에 걸려 있는 천황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교수의 아내가 내뱉은 말. 교수가 자식을 가지지 않는 이유는, 혈연이 곧 자기 자신을 닮을 확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던가. 혈연이 본인과 같이 제국주의의 사상에 물들었을 때 펼쳐질 미래, 그 미래를 교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본인의 정치적 신념 또한 그저 허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자가당착의 늪에 빠져 면도날로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는 행위는, 끝내 현실 도피를 위한 자해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벽이나 물 컵 등 피사체의 뒤에서 마치 인물을 관음 하는 듯한 은밀한 숏들,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는 밝은 빛과 대비되는 흑백의 공간, 프레임의 사각지대에 인물들을 걸쳐 놓아 이끌어내는 불균질한 정서 등 미학적인 시도들이 돋보인다. 물론 다소 나이브한 전개와 관념적인 대사들의 향연은 분명 관객들의 감상을 지치게 하는 순간들도 있지만, 유려한 촬영과 함께 펼쳐지는 급진적인 이미지들이 끝내 영화를 긍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