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Blaze(原題)
平均 3.0
에단 호크의 연출작인 '블레이즈'는 포크 가수 블레이즈 폴리에 대한 전기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통적인 전기 영화라기보단, 토드 헤인즈의 '아임 낫 데어'와 좀 더 흡사한 전기 영화다. 시간 순서를 따라 주인공의 삶을 추적하는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시간 순서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며, 인물의 가족 관계, 사랑, 음악관과 커리어 등 주제별로 영화의 구조를 짠 듯하다. 블레이즈 폴리의 외관 (특히 수염)이나 인물들의 대사들을 통해 대충 사건들의 시간 순서를 유추할 수는 있으나, 이는 맥락 속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에 가깝다. 여러 공간들과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의 컷들을 잘 재배치하면 씬들이 좀 더 한눈에 들어오고, 이야기도 시간 순서에 따라 잘 설명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저 잠시 이 세상에 왔다 간 한 가수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대신, 편집을 통해 영화의 구조를 완전히 재배열하며, 이 영화는 인물의 삶이 아닌 가수로서, 남자로서, 한 사람으로서의 블레이즈 폴리를 바라보게 됐다. 이에 대한 역효과가 있다면 바로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마 몇몇 씬들을 줄이면 좀 더 효율적인 이야기가 충분히 됐을 것이다. 보통 배우 출신 감독들의 작품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보장돼있지만, 딱 그 정도까지만인 경우도 잦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연기적인 면들이 오히려 절제돼있고 (폭발적이지 않을 뿐 여전히 훌륭하긴 하다) 에단 호크가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확실히 부각됐기 때문에 다소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