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봄란

곰의 부탁
平均 3.6
참 덤덤하게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잘 표현했다.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다. [곰의 부탁] 여기까지 왔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마음이 또 무거워지려고 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서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 [헬멧] 나는 지금껏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 자신할 수 없었다. 아니, 내 몫의 운을 모조리 써 버린 것 같다 더는 배짱부릴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심장이 혼자 숨죽인 채 뛰고 있었다. [자물쇠를 채우지 않은 날] "묻잖아, 괜찮으냐고?" 괜찮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앞으로도 더 괜찮지 않을까 봐 날마다 속이 졸아 들었다. 가로등 불빛이 하얗게 흩어지고 사람들이 우리 옆을 지나갔다. 길가 나무에서는 붉은 잎이 몇 장 느리게, 느리게 떨어지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그제야 생각났다. 할머니가 아프고 나서부터 나는 계속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할머니, 가지 마세요. 우리만 두고 가지 마세요. 갑자기 귀가 먹먹하고 가슴뼈가 아파 왔다.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박재희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대로 울기 시작했다. [그 뒤에 인터뷰] 돈이 없으면 기분이 더러워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 먹을 때도요. 돈 몇 백원이 뭐라고, 사실 그거 조금 아낀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다 아는데, 모르지 않는데, 그래도 꼭 더 싼 걸 집게 돼요. 내가 또 싼 음료수를 마시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순간 기분이 안 좋아지고 그러면 또 혼자 막 생각해요. 나는 처음부터 이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고, 절대 돈 아끼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을 자꾸 하다 보면요, 제가 처음에 뭘 좋아했는지 점점 헷갈리게 돼요. ... 저는요, 돈이 없어서 뭘 못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요, 이런 게 더 미치겠어요. 내가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하는 거요. 정현이 생각만 하면 가슴에 뭐가 얹힌 것처럼 답답하고 기분이 안 좋았는데, 갑자기 전부 괜찮아졌어요. 너도 나한테 들켰구나. 아무한테도 안 들키고 싶었을 텐데 나한테 들켰구나. 그래도 나는 정현이가 아까워요. 걔 인생이 아까워서 미치겠어요. 옮겨적다보니 더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이 있다. 진형민님 진짜 글 잘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