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정환

정환

2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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ファースト・カウ

映画 ・ 2019

平均 3.9

잠시 눈을 붙이며 기다렸던 배가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평생을 기다렸던 시간보다도 그 시간 동안 머물렀던 곳이 더 소중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제야 기다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가 머무른 자리의 풍경이라고 믿는다. 시간보다 중요한 건 풍경일 거고, 내 풍경을 채우는 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 영원하고 싶은 시간과, 영원일 것만 같은 시간.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과 영원만큼 가늠하지 못할 시간들. 이것들을 미리 가늠하거나, 상상하거나 부담하기엔 너무도 벅찬 순간들. 과연 이 모든 것이 언제 끝이 나게 될까. 떠오르고 싶지 않더라도 정해진 우리 운명의 최후를 불현듯 상기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입장이 참 볼품없고 작게만 느껴졌다. 곱씹을수록 신비로우면서도 두려운 순간들을 이렇게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야. 이 영화의 순간들처럼. 영원하고 싶은 영화. 영원일 것만 같았던 영화.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의 무료하고 지루한 부담과 두려움을 지우고, 내게 안식을 안겨준 이 영화처럼. 다가오는 것들에게 헤엄쳐 발버둥치는 대신 눈을 감을 줄 아는 저 여유를 일깨운다. 매번 도망쳐 다닌 우리가 무언가에게 쫓기는 대신에 스스로 찾아 나선건 함께할 서로가 아니었나. 무료함이나, 두려움이나, 그것이 권태건, 사랑이건, 죽음이건. 모두 시간을 견뎌내는 훈련을 요하는 것들이다. 늘 도망쳐 살기만 했던 우리 시간의 특성은 참 잔인하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들을 기다리는 것이 끔찍할 만큼 무서울 나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우리가 시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많이 써보질 않아서. 시간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왜냐하면, 시간을 귀하게 여길 때는 시간을 쓰기 전보다 시간을 다 쓴 후라는 시간을 대하는 인간의 특성 자체가 그러하니까. 어딘가에 쫓겨 불안에 떨고, 수많은 사람들의 배가 떠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시간의 고통에 익숙해진다면, 그제서야 내겐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눈에 들어올 거라 믿는다. 떠나는 누군가의 배를 바라보는 일이 익숙해질 때. 언젠가는 떠날 내 시간에 초조함 대신 잠시 눈을 붙일 여유가 생길 때. 살았던 날을 기억하는 것보다 오지 않을 죽을 날이 더 선명하다던 나의 어느 어르신의 담담했던 말씀처럼,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오래 흐른 사람에게, 그것이 언제 도착하는지는 어느덧 중요하지도 않아 보였다. 어떻게 그 만 년같은 하루들을 견뎌내셨냐고 물었을 때, 기다림에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는 내 어르신의 옛 말씀이 요즘에서야 이해가 간다. 웃으면서 담담히 마지막을 기다리는 내 사람을 영원하게 담고 싶었던 개인의 생각이 왜인지 다시 한 번 들게 만들었을 만큼 영원을 담아낸 영화의 평온한 태도가 참 좋았다. 잠시 눈을 붙이며 기다렸던 배가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평생을 기다렸던 시간보다도 그 시간 동안 머물렀던 곳이 더 소중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제야 기다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내가 머무른 자리의 풍경이라고 믿는다. 그때와 지금 내 곁에는 누가 있더라. 시간보다 중요한 건 풍경일 거고, 내 풍경을 채우는 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사랑은 시간을 선물하는 일 이랬나. 그건 유한하지만 무한에 가까운 우리 각자의 시간 동안 쉼터가 되어줄 사람을 찾는 일이겠지. 내 인생의 마지막 배를 기다리는 동안, 기꺼이 같이 머무르고 싶은 사람. 그 시간이 거의 영원에 가까워도 좋을 만큼.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영원해도 좋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