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Hongik Kim

Hongik Kim

3 month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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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통과하는 일

本 ・ 2025

平均 3.9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다 읽었다. 괴로운 책이다. 잘써서 괴로운 책이다. 한국의 창업씬엔 잘되고 멋진 얘기만 넘쳐나는데(그 <크래프톤 웨이>도 결국은 잘된 이야기잖아) 그중에 보기 드문 실패기이고 솔직한 날 것의 이야기라서도 특별하고 소중한 책이다. 스타트업 경영상의 디테일한 내용들이 담긴지라 이쪽 사정이나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약간은 불친절할 수도 있고 퍼블리라는 회사나 박소령이라는 개인을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다짜고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쪽에 조금이라도 관심이나 지식 혹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괴로워하며 읽을 수 있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유사한 점이 있다면 그 괴로움은 한층 배가되어 몸부림치며 읽게될 것이다. 종종 뵈는 멘토 선배와 몇년 전 아주 결정적인 대화를 하나 나눈 적 있다. 사업의 고상함과 성장 사이의 갈등에 대한, 유능한 실무자와 대표로서의 개인에 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나에게 솔직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한 자세히 남겨 지금까지도 잊을만 하면 꺼내어 읽는데, 이 대목이 있다. "소비자를 계몽하려는 욕심은 뛰어난 개인기를 가진 경영자의 위험한 욕심." "경영자가 된다는 것은 고상함을 버리고 사업을 선택하는 일, 결국 후순위가 되는 고상함이란 괴로움일뿐일지도." 사업을 하기보다는 고상한 무언가(이걸 납작하게 퉁쳐 부르자면 '예술'이겠지)를 하고자 하는 마음. 깊게 찔려 아파하면서도 어 아닌데? 생각했던 선배(?) 케이스가 퍼블리와 박소령 대표였다. ​ 나와 퍼블리 그리고 박소령 대표와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카오를 다니며 이바닥늬우스라는 개똥 블로그를 운영하던 내게 누가(라이언이었나) 퍼블리라는 곳을 추천했다. 테크크런치에서 하는 디스럽트라는 컨퍼런스를 취재해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공짜로(심지어 돈을 벌면서) 샌프란을 다녀온다는 세속적인 유혹에서 시작된 관심이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지식 콘텐츠에 생각보다 많이 진심인 퍼블리라는 회사와 박소령이라는 개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 역시 그런 먹물 사람(?!)의 일원으로서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그 뒤로도 크고작은 프로젝트를 같이하는 인연을 이어왔고, 개인적으로 몇번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고.​ 박소령 대표는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강점을 훨-씬 크게 갖고 있(는 것처럼 내맘대로 생각한)다. 공부도 더 많이했고, 여전히 많이하고, 실무자로서든 대표로서든 내가 가진 성과보다 더 크고 빛나는 것들을 많이 해냈다. 똑똑하고, 호기심 많고, 집요하다. 심지어 (내가 이 지점에선 꽤 지기 싫어하는데) 쓸데없는 콘텐츠도 진-짜 많이 본다.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개인의 캐릭터로 잘 드러내고 유려하게 표현한다. 자칫 이런 흐름은 좀 속보이는 사짜 혹은 쌈마이로 흘러가기 쉬운데 박소령 대표는 굉장히 고상하다. 그래서 멋진 롤모델 혹은 인플루언서 같은 카리스마를 갖게 된 것 같다. 지식콘텐츠를 다루는 퍼블리와 (주로 저연차 타겟의) 커리어 SNS인 커리어리의 초기엔 아마 그 개인의 매력이 크게 작용했겠지. 뉴욕 타임즈 혹은 파이낸셜 타임즈 같은 고퀄리티 지식 콘텐츠에 대한 먹물 지식인들의 로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퍼블리는 그 사업 모델의 고상함으로 실제 사업적 성과 이상의 컬트적 인기를 누렸다. 그게 가능했던 것에는 스펙으로나 역량으로나 성향으로나 카리스마로나 박소령이라는 개인을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박소령 대표가 자리를 떠나고 퍼블리가 뉴닉에 인수된다고 할 때 아쉬워하던 사람들은, 많은 경우 그와 (특히 고상했던) 초기의 퍼블리를 기억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도 이 씬에 의미있는 시도였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마음. 동시에 어쩌면 (뉴닉 이전의) 퍼블리라는 이름을 어떤 상징이자 컬트로 기억하리라는 마음. 나도 그러했고. ​ 그런데 동시에 그는 내가 가진 단점도 상위호환으로 갖고 있(는 것처럼 내눈에는 보이)었다. 소위 사회의 엘리트 축에 속한 사람이 갖는 어떤 나이브함,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향상심이 지나쳐 모든걸 교훈으로 해석하려 하는 경향이라거나 지적 호기심이 뛰어난 나머지 온갖 케이스를 다 공부하고 적용하려하는 욕심이라거나, 본인에게 적용하는 가혹함이 타인에게도 적용된다는거나 등등. 법인과 개인의 장단점 모두 나를 압도하는 만큼, 상승과 몰락의 폭도 나보다 컸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아마 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담담하지만 자세히 이야기하는 그 실패의 순간들에는, 읽는 내가 겪는 PTSD보다 몇 곱절은 큰 현실의 괴로움이 있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괴롭다. 이 괴로움은 박소령 대표와 퍼블리가 겪은 과정이 괴로웠을 것이 느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너무 솔직하기 때문에, 그래서 (조금이나마 경험했고 느끼는) 퍼블리와 박소령이라는 개인의 명과 암을 이 글 자체가 너무 잘 보여줘버리기 때문에 괴롭다. 이 책은 챕터별로 '나의 기억'과 '지금의 생각'이라는 두 꼭지가 들어있는데, '나의 기억'은 몰락의 순간들을 매우 핀포인트 스냅샷으로 담아둔 개조식 메모고, '지금의 생각'은 그 때의 순간들에 대한 일종의 코멘터리다. 매 순간 치열했고 비장했던 지난 시간들이 집요하고 꼼꼼하게 담겨있기도 하면서, 이를 깊고 넓은 콘텐츠 레퍼런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강철의 연금술사>에 이르는 - 들로 해석해낸다. 고상하다. 어쩌면 너무할 정도로. 고상함보다는 어떤 현실적인 사업-커리어리-을 택하고 달려나간 박소령 대표와 퍼블리 팀은 여전히 매 순간 아주 성실했다. 동시에 그 컬트 너머로의 확장은 이유가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괴로움이 되었다. 솔직히 챕터가 반복되면서 '지금의 생각' 부분은 레퍼런스가 너무 많고 좀 학구적이고 교훈적이라 템포가 쳐지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나의 기억'만 빼곡하게 있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읽다가 토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박소령 대표는 (과할 정도로) 치열했고 빡빡했다. 그 분야의 누구보다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지만 슬프게도 많은 경우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박소령 대표도 팀도 한계에 다다랐던 듯 하다.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도 고상하다. 그렇기에 미묘하다. 이 책은 실패와 고통의 순간들을 가감없이 내보인다. 솔직하고 단단하고, 그래서 매력적이다. 하물며 우리가 사랑했던 퍼블리와 박소령의 이야기 아닌가. 책이라는 매체를 여전히 사서 읽는 (나와 당신 같은) 소수의 먹물들에게는 기꺼이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미묘하다. 퍼블리는 고상하기 때문에 사랑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여간해선 실패의 이야기를 잘 내지 않는 출판계에서) 이렇게까지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동시에 고상했기 때문에 아주 보편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큰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상해야 콘텐츠가 되고 팬덤이 생긴다. 하지만 고상한게 돈이 되기는 어렵다. 고상함이란 괴로움이다. 그래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