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똘똘
2 years ago

서 있는 여자
平均 4.2
나의 실패의 원인은 바로 남녀평등이라는 거였어. 나는 한 남자를 사랑하기보다는 바로 남녀평등이란 걸 더 사랑했거든. 남녀평등에만 급급한 나머지 사랑까지도 생략하고 남자를 골라잡았던 거야. 그를 남편으로 골라잡은 걸 사랑 때문도 존경 때문도 조건 때문도 아니고 그가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못하다는 거였어. 부모가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기 전부터, 사람들이 수군대며 비웃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어. 그가 나보다 못하다는 걸. 나는 그의 나보다 못한 점을 사랑하거나 연민함이 조금도 없이 그냥 이용이나 해먹으려 했던 거야. 그걸 이용해 거저먹기로 남녀평등을 이룩해보려 했던 거야. 실력이나 인격으로 자기보다 못해 보이는 남자를 일부러 골라 잡아서 평등한 부부 관계를 이룩해보려고 마음먹은 거야말로 잘못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평등에 대한 크나큰 오해였고 자신에 대해 더러운 모독이었다. (p. 457) 정말 많은 문장에 밑줄을 쳤는데, 가장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은 이 대목이다. 어떤 이성애의 비극…보는 내내 썩은 표정이었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고 박완서 작가의 힘을 느낀 책. 한 작가를 파는 일은 참 재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