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리

시인장의 살인
平均 3.2
용기는 가상했으나 본인도 수습하느라 정신 없음 ⠀⠀⠀⠀⠀⠀⠀⠀⠀⠀⠀⠀⠀⠀⠀⠀ 1. ‘가장 비현실적인 무대에서 벌어지는 논리적인 추리!’라고 책 뒷면에 적혀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1번 살인사건에만 국한한다면. 1번 살인사건은 좀비와 추리소설이라는 신선한 결합과 탐정의 멋진 연역추리가 잘 비벼진 맛있는 비빔밥이었다. 네이버에 ‘참신함’을 검색해서 나오는 연관어, 유의어들을 다 갖다 붙여도 표현할 방법이 모자랄 만큼 걸작. 3번 살인사건은 설명이 약간 빠져있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았다(빠져있는 부분은 ‘피를 넣었는데 피해자가 그걸 왜 눈치 못 채는가’에 대한 설명). 2번 살인사건은 진상이 진상이었다. 너무 위험천만하고 실패할 확률이 많고 들킬 위험도 많은 트릭이 뻔뻔하게 등장했다. 심지어 나는 ‘이건 아니겠지’하고 넘어갔었다. 아직 죽여야 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남아있는 상황에서라면 범인이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트릭을 쥐어줬다. 죽일 목표물들과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명백히 나뉘어져 있는 범인의 독특한 특성 상, 이건 명백한 설정 붕괴다. ⠀⠀⠀⠀⠀⠀⠀⠀⠀⠀⠀⠀⠀⠀⠀⠀ 2. 기존의 추리소설들을 대차게 까며 시작한다. 특히 밀실살인이 일어나야만 하는 어이없는 이유들이나 탐정과 조수의 특별한 지위 등을 대놓고 저격한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셜록 홈즈가 즐겨 사용하는 귀납 추리가 ‘끼워맞추기’식 추리 방법이라고 비판하는 장면에서는 읽다가 소리를 지를 정도로 좋았다. 진짜 너무 공감하고... 특히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홈즈의 관찰에 힘입은 신들린 추리장면들... 멋있다고 하는 사람들 진심 이해가 안 돼... ⠀⠀⠀⠀⠀⠀⠀⠀⠀⠀⠀⠀⠀⠀⠀⠀ 3. 빈 깡통을 발로 차며 대차게 시작하더니 그 깡통을 다시 주워온다. 본인이 비판했던 기존의 추리소설들, 특히 본격 추리소설들의 특징들을 다시 주워 모아 그 위에서 이야기를 푼다. ‘소설과는 달리 내게 탐정이라는 특등석은 준비되어 있지 않아.’라는 대사를 친 겐자키는, 독자인 우리가 보기에 최고의 특등석에서 호사를 누리고 있다. 다른 탐정들과는 다르게 생존을 위해 추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리 봐도 얘는 다른 탐정들과 똑같은 사신일 뿐이다. ⠀⠀⠀⠀⠀⠀⠀⠀⠀⠀⠀⠀⠀⠀⠀⠀ 4. 깠다가 다시 주워왔다가, 왔다갔다하지만, 그래도 추리소설에 대한 애정이 많을수록 재미있게 읽을 법한 소설. 야유카와 데쓰야, 긴다이치 코스케, 셜록 홈즈, 아야츠지 유키토, 렌조 미키히코, 반 다인, 익숙한 이름도 많이 나오고 밀실살인과 같은 추리소설 이론도 많이 등장한다. 조금 츤데레 같다. 작가 본인은 본격 미스터리의 팬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누가봐도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