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DA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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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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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本 ・ 2012

平均 3.7

이 책은 제목만으로 날 깨운다. 너는 이 책 이전부터 슬픔에 잠겨있던 사람이다. 이 글은 그저 방아쇠에 바를 윤활유 같은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일 것이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글을 다 읽고 심장이 내려앉는 지점이 같은 사람을 잃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것이다. 덕분에 간신히 일어난 두 다리가 다시 땅에 닿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과 무진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안개와 같은 나의 길에 놓인 목적지 역시 무진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앞으로 가는 모든 길이 결국 무진으로 향하는 것을 알고 걷기를 포기할 것이다. 그곳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고, 짙은 안갯속에서 눈을 뜨겠지만 그때도 이쪽으로 오는 버스나 택시는 없을 것이다. 홀연히 나타난 고양이나 새 덕분에 눈을 뜨지만 그들 또한 내가 걸어온 길을 향해 갈 뿐 동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아도 안개뿐이다. 기억이 사라진다. 실제로. 눈을 감아도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안개 때문에 절벽을 찾을 수도, 물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 그때도 이렇게 메모하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노트에 나만 알 수 있는 글씨로. 하지만 나는 소설처럼 간단히 말할 수는 없겠다.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