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경

I am More(英題)
平均 3.7
사랑만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만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게 너무 많이 부풀어오르더라도 사랑이 그걸 다 때려눕혀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모어와 같은 주파수를 사는 사람일 것이다. "네가 무슨 지랄 염병을 하든 아름답다고." "앞으로 명절 때마다 데려와. 설에 데려와." "이렇게 고통스러울 거라고 왜 말해주지 않았나요." "그냥 개거품 물 정도로 내가 끼를 부린 거야. 나는 뼛속까지 끼순이니까. 사람들 막 놀라고.. 나는 물 만난 물고기였지."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인 다큐, 라는 걸 알고서 예상했던 범주를 벗어난 영화였다. 후반부에서 이상하리만치 눈물이 많이 났다. 너무나 광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고향 집 마당과 버스, 지하철역, 길거리 따위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 하나의 생에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만물의 아름다움이 끌려 들어가 있더라. 사람은 누구든 자신이 아는 것을 바탕으로 사랑해줄 수밖에 없다.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다 그런 아쉬운 형태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 영화는 그런 부족한 사랑들이 한 사람 안에 모여 완전함을 채우고도 남아, more가 된 이야기다. 모지민이 more를 바라던 시간을 지나와서 본인이 모어가 된 이야기. 발레가 뭔지 잘 모르는 아빠가 백만원짜리 발레복을 일단 빚 내서 사줬고, 애인을 '네 친구'라고 밖에 부르지 못하는 엄마가 진수성찬을 차려줬고, 세상에 젠더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을 중학생 일진이 자기 집에 초대해서 "앞으로 내가 너를 지켜줄게,"라고 말했어서, 그 사랑보다도 더 큰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서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저렇게 거대한 사람이 있구나. 사람을 사랑보다도 크게 키울 수 있구나. 사랑이. 키웠구나. 보고 싶은 사람한테 전화해서 "와, 오늘은 진짜 너 보고 싶더라. 오늘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라고 하고 싶어진다. --- --- --- --- --- --- --- --- --- --- "아니 첨엔 제냐가 막, 네 인생 찍은 다큐 누가 보냐고 그랬거든요. ..개새끼, 쯧." (관객들 폭소) "그래놓고 영화 보고선 너어-무 좋다구.." 진심 내 인생 GV 경험 중에 제일 많이 웃음. 삼십 분 내내 웃어서 얼굴 근육이 다 땡겼다. GV 중에 모지민(모어)님이 감독한테 "똥 쌀 때 읽으시라고 제 책 한 권 챙겨왔어요.. 꼭 읽으세요," 라면서 주섬주섬 책 꺼내고ㅋㅋㅋㅋ ㅠ 관객이 명장면 기깔나게 분석하니까 "어머 어머.. 엥간하신 분들 너무 많아..어쩜 좋아.." 이러면서 찬탄 날리심 ㅋㅋㅋㅋ 내년 상반기 개봉을 노린다는데 하루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일 년 내내 차별금지법이 고꾸라진 2021의 막바지에 봐서 더 현기증 났다. 법사위 규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