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어

리얼리티 버블
平均 4.1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프루스트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우리를 실제로 떠받치고 있는 체계(식량, 에너지,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 (2부), 그리고 그걸 볼 수 없도록 만들어진 인간의 인지적 한계와 맹점에 대한 이야기 (1부). 나아가 그걸 보지 못하도록 막는 사회의 억압과 감시 체제에 대한 이야기 (3부). 요즘 읽은 책들이 공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 인간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오만이며 현재의 세계 인식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어서 정말 좋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열두 발자국> 등등).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과학적 렌즈를 통해서 이 작업을 치밀하고 우아하게 수행해낸다. 핵심 메시지 자체는 익숙하지만, 이러한 메시지를 그동안 사회과학 책들에서만 많이 접해왔어서 그런지 과학의 언어를 통해 말하는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특히 1부에서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동물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하나하나 사례로 보여준 점이 인상 깊었다. 박쥐는 소리를 “볼” 수 있고, 돌고래는 초음파를 통해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으며, 인간이 하찮게 여기는 쇠똥구리는 하늘의 은하수를 보면서 길을 찾는다 (!!)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껏 지능이라고 여기고 측정해왔던 건 뭘까, 그리고 그 기준은 얼마나 편협했던 걸까. 2부에서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면서 사용한 여러 “측정”의 도구들과, 자연을 인간 밑으로 귀속시킨 ”소유“의 개념이 얼마나 인위적인 인간의 발명품이었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표준시간의 단위는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심지어는 제국주의의 팽창과 산업화를 가능하게 했던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지배의 도구이기도 했다. 자연의 시계를 무시하고 인간의 시계를 도입한 탓에, 우리는 자연의 리듬을 교란시켜 파괴의 시간만을 더욱 앞당겼다. 아인슈타인의 물리학과 상대성 이론, Stardust 이론과 우주과학에도 약간의 관심이 생기게 해준 책. 이런 이론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우리 인간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만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 과학을 통해 세상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풀어내서 참 좋았다. 다만 사례가 너무 많고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전달력 측면에서 아쉬웠다. 마지막에는 갑자기 “감시 자본주의”의 쇼샤나 주보프까지 인용되어서, 주장에 모두 공감하는 것과는 별개로 다소 산만했던… 그래도 세계를 올바르게 접근하기 위한 과학 백과사전의 느낌으로 갖고 있기에 훌륭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