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천수경

천수경

4 years ag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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レッド・ロケット

映画 ・ 2021

平均 3.5

션베이커의 시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장면에서 "이 장면이 왜 훌륭한지" "저 대사가 왜 개쩌는지"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싶어하면서 봤는데.. 조심스럽다. 언뜻 보면 굳이 이런 얘기를..? 망상에 사로잡힌 백인 남성의 이야기는 이미 널렸는데 또..? 싶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영화가 세상에 완전 존재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믿는다. 이 영화는 감동을 위해 짜여진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세상에 필요한 질문을 잘 던지는 이야기다. 다만 나는 군데군데서 감동을 느꼈는데, 이건 내가 션베이커의 장점을 유독 거대하게 느끼는 광팬이라서 그런 것이기도 하다. 오르한 파묵은 말했다. 예술은 사람을 심판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가령, 마이키랑 장모님이랑 렉시랑 영화에서 처음으로 도넛 가게에 가는 씬. 그리고 집으로 걸어서 돌아가는 씬. 진짜 별 거 아닌데 그냥 그들 사이에도 그런 오붓한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감동이다. 마이키의 머릿속에서 얼마나 하찮은 망상이 꽃피기 시작했는지와는 무관하게, 얼마나 그 시간이 얕고 또 짧은지와 무관하게. 그런 장면이 저들의 일상에서 가능하다는 게 감동이다. 실은 마이키가 렉시의 집에 산다는 설정부터가 감동이다. '정말로 속터지는, 있어선 안 될 일'이기도 한데, 어쨋든 그를 받아들여줬고, 또 그로부터 나름대로 뜯어먹을 거리도 생각하고, 희미한 애정마저 있는 이 가족의 존재 자체가 감동이다. 나는 마이키가 포르노 스타로서의 커리어를 발판 삼아 헐리우드 스타가 된다거나 하는 원대한 꿈은 꾸지도 않았다는 점, 그냥 포르노 스타 그 자체로 성공하고 싶어했다는 점도 감동이다. 그가 자신이 받은 "포르노 업계의 아카데미 상"들을 나열하는 모습들도 그저 대견하다. 마이키는 최선을 다했을 거다. 그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사람은 그보다 더 넓은 세계를 알기 때문일 뿐. 또 어쩌면 그보다 많은 삶의 선택권을 가졌기 때문일 뿐. 제일 웃겼던 건 마약 조직이 주인공 마이키의 돈을 뜯으러 간 시퀀스다. 큰 덩치가 무기인 듯 보이는 한 남성은 자기 여동생(이자 상사)한테 자신이 다 큰 남자 알몸이나 봐야 하냐면서 업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그 크루가 마이키를 덥쳤을 때 마이키는 자고 있었을 뿐이고, 옷을 안 입고 자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그의 성기를 봐야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기분 나빠하면서 일-마이키를 위협하는 일-을 제대로 안 해서 나중에 이 남매는 엄마(이자 보스)가 보는 앞에서 싸운다. 심지어 그 자리엔 마이키도 있는데, 그는 심드렁하다. 자기 성기를 본 일이 뭐가 그렇게 화나는 건지 이해를 못할 사람이니까.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마이키가 갑자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미성년자 여친한테 동네를 떠나자고 고백할 때, 이 답없는 커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설렘과 흥분을 느낀다. 애석하게도 뒤에는 세상에서 제일 시끄러운 기차가 지나가서 서로의 말도 제대로 안 들린다. 그런 환경에서 일어난 이 기쁨의 장면은, 실로 마약중독자의 방구석 high 만큼이나 덧없어 보인다. 우스꽝스럽고 웃기지만, 끝내 질문하게끔 만든다. 마이키에게 뭐 얼마나 많은 선택권이 있었겠나. 과연 진짜 저게 다 덧없는 걸까, 라고 관객이 질문할 수 있게끔 마이키의 세계에 깊숙히 데려다놓는 게 이 감독의 역량이고, 그 능력만큼은 지구상 최고라고 생각한다. 마이키는 욕 먹을만한 요소들로 점철된 인간이다. 그가 오만 쪽 다 팔리고 짐 싸는 모습을 마약 조직단과 온가족이 구경한다. 그러면서 다들 동시에 말을 해서 엄청 시끄럽다. 마이키에 대한 모욕으로 공기가 가득찬다. 하지만 그 순간 마이키가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이 아니다. 그는 웬만한 일로는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저 자기 계획이 틀어진 것이 화나고 당황스러울 뿐. 자기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또한 이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관객이 마이키를 그저 한심하게만 보지 않도록 만든다. 보다보면 진심으로 착잡해진다. 계급의 문제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맞다. 그러니까 이건 계급에 대한 이야기고, 계급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할 때 내가 앞으로 꼭 떠올릴 사례가 될 것이다. 솔직히 주변에 추천하기가 고민된다. 열명 중 다섯 명은 재밌다고 할 것 같고 다섯 명은 내 취향에 깊은 의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미성년자와의 섹스씬들에 관한 내 입장은 다시 보고 정하고 싶다. 다시 보기 전까지 아무한테도 추천 안 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