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H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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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years ago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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ハニーランド 永遠の谷

映画 ・ 2019

平均 3.9

'허니랜드'는 북마케도니아의 외딴 마을에서 어머니와 홀로 사는 양봉인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와중에 유목민 가족이 옆에 들어오게 되며 생긴 일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가끔씩은 제작진의 기획이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며 돌발적이면서도, 그렇기에 더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영화가 그런 경우였다. 이 영화의 구조 자체는 상당히 극적이다. 가장 먼저 영화는 양봉인의 일상을 보여준다. 벌꿀을 수확하고 (오프닝 장면은 정말 아찔하기도 하다), 도시에 나가서 팔고, 어머니를 옆에서 간병하고, 주변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단순한 삶이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화는 유목민 가족이 들어오며 방향이 바뀐다. 낯선 사람들이 옆에 들어오며 소떼를 몰고 오고, 이들을 경계심과 호기심으로 지켜보는 양봉인, 그리고 점차 유목민 부부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친해지는 과정까지 영화는 담아낸다. 하지만 유목민 가족의 욕심이 발현되기 시작하며, 이 영화는 인간의 본능적 이기심과 그에 따르는 파괴적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가 나에게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벌어지는 상황들보다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와 다소 돌발적인 맥락에서 보니, 이 상황들이 인간의 파괴적이고 추악하고 어리석은 본성을 너무 직설적으로 폭로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끝없는 욕심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인간들의 생활을 해치기도 하며,이 모든 것을 자기합리화하는데, 그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자기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인류의 역사가 이 외딴 시골에서 벌어지는 두 가족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상당히 무서웠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양봉인이라는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목민 가족과 대비되어 양봉인은 오랜 세월의 지혜와 경험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외롭기도 하다. 가족이라고는 늙고 병든 어머니 밖에 없다. 그녀에게 유목민 가족은 자신의 일상을 침범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양봉인은 자신의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으로서 나는 양봉인의 고독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인간 개개인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 개개인이 모여 단체, 혹은 사회를 이루게 되면 과연 그게 가능할까? 이 다큐멘터리는 굉장한 편집과 스토리텔링으로 이 질문을 인류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