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일
2 years ago

どん底
平均 3.5
영화의 제목인 <밑바닥>은 사람들이 오물 따위를 버리는 취급을 받는 땅ㅡ다소 평탄한 삶을 사는 자들이 밟는 지형ㅡ 밑의 구덩이에서 미처 죽지 못해 살아가는 자들을 품은 마을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사회적 계급에서 밑바닥에 위치한 최하층민들의 삶을 비유하는 표현이 되기도 한다. 생존과 윤리의 문제 사이에서 고뇌하지만, 결국엔 또다시 하나의 결과론으로 귀결되는 그들의 구차한 인생을 지독하게 그려냈다. 극의 중심이 되는 어떠한 소수의 인물상을 강조하는 방식을 배제하고, 그저 같은 처지의 무리들을 한곳에 모아 놓아 인간의 생존/재물/성(性)에 대한 근원적 욕망을 파헤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한 실험적 구조에 입각하는 스토리텔링과 미장센은 다소 단조롭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롱테이크 촬영과 클로즈업을 지양하는 작법론을 통해, 인간의 추함을 낱낱이 드러내고야 마는 카메라의 투명한 복무는 좋다. 애초부터 밑바닥에서 시작한 삶이라면 차라리 자신의 그러한 처지에 적응의 단계를 진작에 거쳤다는 어이없는 긍정이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어떠한 시련의 과정에서 패배하여 밑바닥으로 강등된 삶을 사는 자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옥에서 사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낄 것이다. 결국 이 부조리한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법은, 그저 현실의 한계에 순응하고 의미 없는 하루를 익살스러운 도피 행위로 궁색하게 이어나가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