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뤼미에르 대극장

뤼미에르 대극장

6 month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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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aming in Luomu (英題)

映画 ・ 2025

장률 감독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은 전작 중 하나인 <후쿠오카>와 맞닿아있다. 사실상 <후쿠오카>의 중국 버전, 리메이크 버전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영화 초반부 자는지 죽었는지 코에 손을 대보는 장면과 주인공에게 신기가 있다고 하는 대사, 죽은 이와의 교감, 비슷한 듯 다른 듯 쌍둥이처럼 구성된 여러 캐릭터, 배우의 본명을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하는 점 등등, 거의 <후쿠오카>의 설정을 그대로 재활용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시작도 <후쿠오카>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 주인공이 죽음으로써 이 작품은 시작된 것이다. <후쿠오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작은 사후세계를, 이번 작품은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와 같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가상 세계를 다룬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꿈 속에 등장한 게스트하우스의 고양이 ‘수수’가 이 세계의 안내자일 것이다. 루오무로 불리우는 이 가상 세계는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가 혼재되어 있다. 주인공 바이와 리우는 서로가 과거이자 미래이며, 바이의 전 남자친구 황과 리우의 술친구 샤오팽도 하나의 인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모든 인물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게스트하우스 직원 레이와 무술 소녀의 관계도 그러하다. 이 장소의 목적은 ‘성불’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업보, 집착, 번뇌를 모두 떨쳐버려야만 ‘사라질’ 수 있다. 황은 그 과정이 장장 3년이 걸렸고, 샤오팽은 리우에게 청혼한 이후에야 성불이 가능했다. 바이의 업보는 ‘알콜 중독’과 ‘황의 존재’이다. 자신의 알콜 중독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는 그 후회가 바이의 성불을 막아선다. 리우 역시 과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선택했다는 업보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는 영화 내내 이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다. 줄곧 산책을 핑계로 황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금주 증상으로 매일 밤 시름시름 앓기도 한다. 여전히 삶을 놓아주질 못한 것이다. 심지어 이미 성불한 황이 말을 걸어와도 밀어내고, 금주 책을 추천해도 읽지도 않는다. 그녀는 성불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철탑에 올라 여유로이 풍경을 바라보며 업보를 청산했던 <후쿠오카> 때와는 다르게 바이는 끝내 이 업보를 청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황을 만날 기회가 와도 여전히 술을 찾고, 도망치려 한다. 어쩌면 장률 감독이 바라본 현대인의 모습이 딱 바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가벼운 여행과 같은 이 삶에 수많은 집착과 후회로 점철된 인생을 사는 우리를 보며 감독이 말하는 것만 같다. 그래선 삶의 끝에서 절대 ‘황혼’을 마주할 수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