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민

瑠璃の宝石
광물학을 통해 들여다본 세계의 아름다움 ㅡ <루리의 보석>이 가장 보편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은 영상미일 것이다. 자연 경관도 아름답게 그려졌지만, 광물학이 주요 소재인 만큼 암석과 광물 그림에 정말 큰 정성을 들였음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암석과 지형부터, 현미경을 통해 본 미세한 결정까지 자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 눈을 떼기 아까울 정도이다. 뛰어난 조명 활용이 장면장면의 분위기에 깊이를 더해주고, 정적인 미술뿐만 아니라 인물의 움직임 작화도 엄청난 퀄리티로 부드럽고 생동감 넘치게 그려졌다. 다양한 면에서 장르적인 요소도 뛰어나다. 학습물로써 광물학 지식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부터, 광물 채집을 위해 여러 장소를 탐방하는 어드벤처적인 재미도 있다. 철부지였다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루리를 비롯해 여러 캐릭터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뿌듯하다. 매 에피소드의 짜임새도 탄탄하고, 단서를 모아 광물을 판별하고 산지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치밀한 추리물을 보는 기분마저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루리의 보석>이 내게 이렇게 깊은 감명을 남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라토 나기라는 캐릭터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아라토 나기에게 제대로 반했다. 듬직하고 어른스러우면서 상냥한 성격에 더해, 그동안 쌓아온 노력과 지식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과 당당한 모습도 정말 멋지지지만, 나를 가장 반하게 만든 것은 아라토 나기가 가진 과학자로서의 자세와 철학이다. 작품 속에 묘사되는 광물 및 지질 현상은 모두, 창작된 허구의 판타지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 세상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실감하는 것만으로 아득해질 정도로 거대한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극적인 우연을 통해 자연이 빚어낸 지구의 단면은 그 어떤 판타지 속의 세계보다 신비롭고 다채롭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우주는 어쩌면 이제껏 인류가 상상해왔던 그 어떤 세계보다 장대하고 웅장하며 아름다운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과학은 이 세계를 올바르게 들여다보기 위한 창이다. 과학자라면, 자신의 손으로 그 거대한 창의 일단을 넓히고 닦는 일에 대한 열망과 뿌듯함으로 가슴 벅차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로 작중의 아라토 나기처럼. <루리의 보석>은, 그리고 나기는 내게 그 감동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표면적으로는 학습 애니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루리의 보석>은 단순히 알려진 사실을 나열하는 학습 애니가 아니다. 과학을 연구하는 진짜 재미와 보람을 이렇게 충실하게 담아낸 픽션 작품은 지금껏 보지 못했다. 내가 느낀 재미를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있어 <루리의 보석>은 올해 가장 의미 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