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

シークレット・エージェント
한 시대의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친 정치, 역사, 문화, 언론, 예술, 생활 등을 영화로는 긴 시간이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 내에 모두 한데 엮어 담으며 그를 후대에까지 불러 기억과 기록의 부재를 모두 건드리며 선대가 하지 못하고 흘러가버린 것을 되돌아가 남기려는 클로버 멘돈사 필류 감독의 야심이 고스란히 담긴 대작이자 역작입니다. 비슷한 지점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이야기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이 영화가 유독 산발적이고 산만한지라 이야기 자체를 쫓아가는 게 쉽지 않은데, 순간마다 번뜩이는 연출력과 한번 팽팽하게 쥐고 놓지 않는 텐션, 그리고 그 어지업게 펼쳐 있는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에 다다르면 큰 감명과 울림이 남습니다. 이 작품은 글을 쓰는 최근에 공개된 <아임 스틸 히어>처럼 지구 정반대에 낯선 세계에서도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기억을 건드리며 공감하게끔 만든 작품이 아니라, 가장 토속적이고 민족적이면서 브라질이라는 특정한 국가가 지나왔던 특정 시대와 순간의 모든 것을 담아내겠다는 야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지라, 역사나 시대 배경과도 같은 사전 지식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이 나라 사람이 아니면 모르겠다 싶은 것들도 많다는 게 제겐 오히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물론 그걸 알아야만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건 아니고 대충 짐작이 갑니다만, 심지어 브라질의 그 안 외워지는 이름에 더해 진짜 이름과 숨긴 이름이 따로 있을 만큼 한 인물에 해당하는 정보량부터 무척 많은지라 그냥 사건을 큰 덩어리 째로 영화를 즐기는 쪽이 제겐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야기를 최대한 넣으려다 보니까 많아진 대사량과 정보량 때문에 역으로 자연스레 불친절해진 면도 있는데, 이 작품은 따로 각본에 대해 부족함이 없어 꽉 차있는 볼륨감으로 넘치는 영화가 주는 만족도와, <바쿠라우>에서 본격적으로 보여줬던 그 연출과 같이 살떨리는 연출이 영화 중간에 반짝 드러나며 살벌하게 시대상을 묘사하는 걸 쭉 따라가며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난무하는 폭력과 그에 대한 방관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그 자체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를 어떻게 지켜보고 세상에 누가 알리고 누가 숨기는지를 하나하나 다 읊으면서 되풀이되는 것을 짚어 나가기도 합니다. 결국 기록하지 않은 것과 기록하지 못한 것을 어떻게 영화는 불러오고 그를 남겨 다음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란 질문에 대한 대답같은 영화입니다. 왜 기록하지 않았나와 왜 기록할 수 없었나가 공존하는 시대에 기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가장 맹렬하게 조소하는 방식으로, 기록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군중 사회 속에 가장 가까이 들어가 살갗을 맞대 부딪히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기록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과 기록하지 않은 것을 부르는 두 가지의 방법이 서로 다르지 않고, 영화의 줄거리 안팎에서 그 모티브가 모두 교란에 있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측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 영화가 다루는 소재와 구조의 혼란은 당시 사회 자체와 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 방법이라 말하는 듯하고, 그렇게 만든 혼란 속에서도 과거의 일을 잊혀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발굴해 전하려는 자들이 피를 잇는 모습이 결국 영화의 궁극적인 지점이란 점에 그 의도에 동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