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unjung Park

めまい
平均 3.5
스포있음. 히치콕의 작품을 찾다 우연히 틀게 된 이 영화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내게 숨통을 끊는 듯한 고통을 선사했다. 몇 번이고 영상을 중단하고 싶었지만, 영화는 관객을 비웃기라도 하듯 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 영화 속 어마무시한 공포의 근원지는 '가족'이라는 집단의 소름끼치는 현실감이다.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암묵적인 이해와 타협을 하며 살아간다. 흉기로 찌르듯 날선 말을 내뱉으며 방문을 쾅 닫고 돌아서도, 저녁 시간이 되면 말없이 나와 마주보고 앉아서 수저를 든다. 가족끼리 무슨 사과야. 밥 조금만 더 줘, 찌개 맛있네 같은 말 몇 마디면 자연스레 풀리는거야. 왜? 우린 가족이니까.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을 잔인하게 비웃는다. 치매는 아니지만 가끔씩 깜빡하고 덜렁거려 실소를 짓게 하는 엄마, 크게 잘난 것도 없으면서 나보다 공부 좀 잘했다고 맨날 밥상머리에서 내 자존심을 짓누르는 언니. 넌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실수로 수건을 놓친 적 없니? 다만 엄마가 떨어트린 게 수건이 아니라 아기였을 뿐이다. 이래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묵할 수 있는 일이니? 저 살인자는 너일 수도, 네 엄마일 수도, 네 가족일 수도 있어. 순식간에 아이를 잃은 딸에게 죽 한 그릇으로 한 발자국 다가가려는 엄마, 아이를 잃은 어미로서의 슬픔 때문에 정작 딸을 잃어가는 제 어미의 슬픔은 보지 못하는 딸. 그렇게 살인자와 피해자는 '가족'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버린다. 전부 죽어버려야만 벗어날 수 있는 혈연의 굴레. 껍질을 벗겨내 토악질이 나올 때까지 영화는 관객을 괴롭히지만, 그 누구도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에 찾아본 이돈구 감독의 <현기증> 인터뷰를 보니, 배우들이 작품성을 보고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너무도 충실했고, 영화 몰입도의 80%이상을 끌고가는 배우 김영애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순간 순간이 정말 압권이었다. 자살 시도 후, 김영애와 마주앉아 수저로 뜬 김소은의 고봉밥이 제삿밥같다는 우리 엄마의 추리 또한 소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