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young_Wonly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平均 4.0
낡은 것들은 겨울을 건너지 못한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기에 겨울에 새해가 있다. 겨울을 좋아한다. 추위가 더위보다 그나마 낫다고 여겨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런 책들 덕분이다. 겨울과 책은 결별이 새로움의 조건이고, 결별의 고통을 잊지 않아 생기는 그리움(고독)은 용기임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올해 8월 말, 사람 대부분은 작년보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찾아온 가을 날씨를 즐기는 한편, 이번 겨울 한파가 얼마나 매서울지 벌써 걱정된다고들 한다. 우리 엄마도 그렇고, 주변 사람 대부분이 없는 사람 살기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한다. 이 와중에 겨울을 택하는 나를 가리키며 어려서 그렇다고, 겨울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고 손사래 친다. 누구 말대로 나이 탓일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앞서 말했듯 여러 책과 특히 신영복 선생님 말씀 덕분에 겨울을 미워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여름' 징역은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구절이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여름이라 하면 피서지와 달콤하고 알록달록한 과일들, 시원한 에어컨 공기를 만끽하는 모습보단 한껏 일그러진 표정과 녹아버린 듯한 얼굴 근육들... 마를 틈 없는 땀과 식혀지지 않는 열기가 자꾸 아른거린다. 겨울엔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추운 날씨를 원망하더라도 사람이 미워지진 않는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 중에 '돕는다는 건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하셨었다.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정(苦情)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 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픔에 둔감해지는 대신에 그 아픔의 원인을 깊이 천착해 들어갈 수 있는 확실한 조건이 되어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 혼자만 쓰고 있는 우산이 없는가를 끊임없이 돌이켜 보는 엄한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처지가 같지 않으면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 진심은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다. "네가 어떻게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니? 겨울보단 여름에 이런 불신이 마음 밑바닥에서 숨어 있는 듯하다.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한다면, 약한 것들은 여름과 겨울을 모두 건너지 못한다. +다음 주중에 대한 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11호 태풍 힌남노는 또 어떤 불신과 격차를 만들어 놓고 갈지 알 수 없어, 오지 않은 겨울이 얼마큼 추울까보다 당장 다가올 태풍이 더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