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서문·5
영인본 <엽서> 서문·9
증보판 서문·12
고성(古城) 밑에서 띄우는 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1969년 1월∼1970년 9월)
나의 숨결로 나를 데우며 / 사랑은 경작되는 것 / 고독한 풍화(風化) / 단상 메모 / 초목 같은 사람들 / 독방에 앉아서 / 청구회 추억 / 니토(泥土) 위에 쓰는 글 / 70년대의 벽두 / 고성(古城) 밑에서 띄우는 글
독방의 영토(안양교도소 1970년 9월∼1971년 2월)
객관적 달성보다 주관적 지향을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대전교도소 1971년 2월∼1986년 2월)
형님의 결혼 / 공장 출역(出役) / 잎새보다 가지를 / 염려보다 이해를 / 고시(古詩)와 처칠 / 부모님의 일생 / 아버님의 건필을 기원하며 / 겨울 꼭대기에 핀 꽃 / 이방지대에도 봄이 / 아버님의 사명당 연구 / 한 권으로 묶어서 / 하정일엽(賀正一葉) / 눈은 녹아 못에 고이고 / 생각을 높이고자 / 아름다운 여자 / 엄지의 굳은 살 / 어머님의 염려를 염려하며 / 좋은 시어머님 / 이웃의 체온 / 봄철에 뛰어든 겨울 /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 간고한 경험 / 비행기와 속력 / 인도(人道)와 예도(藝道) / 신행(新行) 기념여행을 기뻐하며 / 사삼(史森)의 미아(迷兒) /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 봄은 창문 가득히 / 서도의 관계론(關係論) / 첩경을 찾는 낭비 / 꽃과 나비 / 버림과 키움 / 할머님이 되신 어머님께 / 바깥은 언제나 봄날 /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듯 / 두 개의 종소리 / 매직펜과 붓 / 민중의 얼굴 / 짧은 1년, 긴 하루 / 거두망창월(擧頭望窓月) / 옥창(獄窓) 속의 역마(驛馬) / 창랑의 물가에서 / 10월 점묘(點描) / 이사간 집을 찾으며 / 세모에 드리는 엽서 / 새해에 드리는 엽서 /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 / 더위는 도시에만 있습니다 / 한가위 달 / 옥창의 풀씨 한 알 / 동굴의 우상 / 손님 / 인디언의 편지 / 엽서 한 장에는 못다 담을 봄 / 쌀을 얻기 위해서는 벼를 심어야 / 방안으로 날아든 민들레씨 / 슬픔도 사람을 키웁니다 / 피서(避書)의 계절 / 강물에 발 담그고 / 참새소리와 국수바람 / 추성만정 충즉즉 / 눈 오는 날 / 겨울은 역시 겨울 / 서도 / 우수, 경칩 넘기면 / 꿈마저 징역살이 /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 속눈썹에 무지개 만들며 / 한 송이 팬지꽃 / 햇볕 속에 서고 싶은 여름 / 널찍한 응달에서 / 메리 골드 / 저녁에 등불을 켜는 것은 / 바다로 열린 시냇물처럼 / 창살 너머 하늘 / 흙내 / 창고의 공허 속에서 / 어머님 앞에서는 /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 영원한 탯줄의 끈 / 낮은 곳 / 떠남과 보냄 / 어머님의 붓글씨 / 새벽 참새 / 동방의 마음 / 산수화 같은 접견 / 세월의 아픈 채찍 / 침묵과 요설(饒舌) / 초승달을 키워서 / 불꽃 / 피고지고 1년 / 없음[無]이 곧 쓰임[用] / 봄싹 / 악수 / 나막신에 우산 한 자루 / 보따리에 고인 세월 / 창문에 벽오동 가지 / 한 그릇의 물에 보름달을 담듯이 / 보리밭 언덕 / 풀냄새, 흙냄새 / 고난의 바닥에 한 톨 인정의 씨앗 / 땅에 누운 새의 슬픔 / 할아버님의 추억 / 청의삭발승(靑衣削髮僧) / 글씨 속에 들어 있는 인생 / 창백한 손 / 밤을 빼앗긴 국화 / 생각의 껍질 / 교(巧)와 고(固) / 낙엽을 떨구어 거름으로 묻고 / 발 밑에 느껴지는 두꺼운 땅 / 창문과 문 / 헤어져 산다는 것 / 더 큰 아픔에 눈뜨고자 / 눈록색의 작은 풀싹 / 정향(靜香) 선생님 / 어둠이 일깨우는 소리 / 담 넘어 날아든 나비 한 마리 / 서도와 필재(筆才) / 따순 등불로 켜지는 어머님의 사랑 / 감옥 속의 닭 ‘쨔보’ / 바다에서 파도를 만나듯 / 환동(還童) / 욕설의 리얼리즘 / 황소 / 역사란 살아 있는 대화 / 저마다의 진실 / 샘이 깊은 물 /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 우김질 / 아버님의 연학(硏學) / 비슷한 얼굴 / 감옥은 교실 / 아버님의 저서 <사명당실기>를 읽고 / 뜨락에 달을 밟고 서서 / 가을의 사색 /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 / 아내와 어머니 / 세월의 흔적이 주는 의미 / 겨울 새벽의 기상 나팔 / 갈근탕과 춘향가 / 한 포기 키 작은 풀로 서서 / 벽 속의 이성과 감정 / 꿈에 뵈는 어머님 / 함께 맞는 비 / 죄명(罪名)과 형기(刑期) / 과거에 투영된 현재 / 아프리카 민요 2제(二題) / 아버님의 한결같으신 연학 / 꽃순이 / 증오는 사랑의 방법 / 빗속에 서고 싶은 충동 / 무거운 흙 / 타락과 발전 / 독다산(讀茶山) 유감(有感) / 어머님의 민체(民體) / 녹두 씨알 / 보호색과 문신 / 어머님의 자리 / 바라볼 언덕도 없이 / 시험의 무게 / 과거의 추체험(追體驗) / 사람은 부모보다 시대를 닮는다 / 한 발 걸음 / 수만 잠 묻히고 묻힌 이 땅에 / 징역보따리 내려놓자 / 구 교도소와 신 교도소 / 닫힌 공간, 열린 정신 / 타락의 노르마 / 민중의 창조 / 온몸에 부어주던 따스한 볕뉘 / 엿새간의 귀휴 / 창녀촌의 노랑머리 / 물은 모이게 마련 / 잡초를 뽑으며 / 일의 명인(名人) / 장기 망태기 / 무릎 꿇고 사는 세월 / 벼베기 / 관계의 최고형태 / 설날 / 나이테 / 지혜와 용기 / 세들어 사는 인생 / 노소(老少)의 차이 / 호숫가의 어머님 / 우산 없는 빗속의 만남 / 다시 빈곳을 채우며 / 아픔의 낭비 / 여름 징역살이 / 어머님과의 일주일 / 우리들의 갈 길 / 작은 실패 / 옥중 열여덟번째의 세모에 / 최후의 의미 / 인동(忍冬)의 지혜 / 하기는 봄이 올 때도 되었습니다
나는 걷고 싶다(전주교도소 1986년 2월∼1988년 8월)
새 칫솔 / 낯선 환경, 새로운 만남 / 나의 이삿짐 속에 / 새벽 새떼들의 합창 / 모악산 / 계수님의 하소연 / 물 머금은 수목처럼 / 사랑은 나누는 것 / 끝나지 않은 죽음 / 수의(囚衣)에 대하여 / 땜통 미싱사 / 부모님의 애물이 되어 / 토끼의 평화 / 토끼야 일어나라 / 설날에 / 잔설도 비에 녹아 사라지고 / 혹시 이번에는 / 밑바닥의 철학 / 어머님의 현등(懸燈) / 죄수의 이빨 / 머슴새의 꾸짖음 / 징역살이에 이골이 난 꾼답게 / 거꾸로 된 이야기 / 뿌리 뽑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4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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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증보판. 저자의 출소 이후 발견된 메모노트와 기존 책에 누락된 편지글들을 완벽하게 되살려냈다. 기존 책에는 없는 1969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서 기록한 글들과 1970년대 초반 안양 대전 교도소에서 쓴 편지들이 빠짐 없이 담겨 있어 저자 20대의 사색 편린들과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일부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실었을 뿐 아니라 수신자 중심이 아닌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어 저자의 20년 20일 동안 옥중생활과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들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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著者/訳者
レビュー
90+目次
出版社による書籍紹介
2005년 서울시교육청 추천도서
2004년 전교조 권장도서 101선 선정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1990년대의 책 100선 (교보문고 주관)
신영복 옥중서간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를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본문 중에서
누락된 편지글과 메모노트, 육필 원문을 추가하여 10년만에 재출간!
1988년 첫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남기며 이 시대의 고전으로 기록된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책 출간 10년 그리고 저자의 출소 10년이 되는 올해에, 보다 새로워진 형식과 내용으로 재출간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저자가 사면 복권되어 성공회대학교 교수로 정식 임명된 해라는 점에서도 이번 출간의 의미는 각별하다. 새로 출간된 이 책은, 저자의 출소 이후에 발견된 메모노트와 기존 책에 누락된 편지글들을 완벽하게 되살려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결정판이다.
10년 전, 저자가 옥중에 있었을 당시 출간되었던 기존의 책은 1976년 2월의 편지부터 실려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펴낸 이 책에는 ‘청구회 추억’ 등 1969년 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 기록한 글들과 1970년대 초반 안양·대전교도소에서 쓴 편지들이 누락 없이 완전한 모습으로 담겨 있어 저자의 20대 사색의 편린들과 어려웠던 징역 초년의 면모까지도 면밀히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남한산성육군교도소에서 휴지에 기록한 사색노트는 당시 남한산성에서 근무한 어느 헌병의 친절이 아니었더라면 영영 없어져버렸을 소중한 기록이다.
또한 저자가 감옥에서 그린 그림, 하루 두 장씩 지급되는 휴지와 비좁은 봉함엽서 등에 철필로 깨알같이 박아 쓴 일부 편지의 원문을 그대로 살려, 글의 내용에 못지 않은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책이 수신자별로 구성되었던 데 비해 이 책은 시기별로 구성되어 있어 발신자인 저자의 입장이 보다 잘 드러난다.
영어의 몸으로 겪어낸 20년 20일간의 옥중 삶의 흐름이 저자의 고뇌 어린 사색의 결정과 함께 잔잔히 펼쳐지는 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맑은 거울이자 한 시대의 반듯한 초상이며,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고전이다.



Hyoung_Wonly
4.5
낡은 것들은 겨울을 건너지 못한다.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기에 겨울에 새해가 있다. 겨울을 좋아한다. 추위가 더위보다 그나마 낫다고 여겨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런 책들 덕분이다. 겨울과 책은 결별이 새로움의 조건이고, 결별의 고통을 잊지 않아 생기는 그리움(고독)은 용기임을 몸소 느끼게 해준다. 올해 8월 말, 사람 대부분은 작년보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찾아온 가을 날씨를 즐기는 한편, 이번 겨울 한파가 얼마나 매서울지 벌써 걱정된다고들 한다. 우리 엄마도 그렇고, 주변 사람 대부분이 없는 사람 살기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한다. 이 와중에 겨울을 택하는 나를 가리키며 어려서 그렇다고, 겨울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다고 손사래 친다. 누구 말대로 나이 탓일지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앞서 말했듯 여러 책과 특히 신영복 선생님 말씀 덕분에 겨울을 미워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여름' 징역은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구절이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여름이라 하면 피서지와 달콤하고 알록달록한 과일들, 시원한 에어컨 공기를 만끽하는 모습보단 한껏 일그러진 표정과 녹아버린 듯한 얼굴 근육들... 마를 틈 없는 땀과 식혀지지 않는 열기가 자꾸 아른거린다. 겨울엔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추운 날씨를 원망하더라도 사람이 미워지진 않는다. 신영복 선생님 말씀 중에 '돕는다는 건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 하셨었다.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정(苦情)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 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픔에 둔감해지는 대신에 그 아픔의 원인을 깊이 천착해 들어갈 수 있는 확실한 조건이 되어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 혼자만 쓰고 있는 우산이 없는가를 끊임없이 돌이켜 보는 엄한 자기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처지가 같지 않으면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 진심은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다. "네가 어떻게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니? 겨울보단 여름에 이런 불신이 마음 밑바닥에서 숨어 있는 듯하다.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한다면, 약한 것들은 여름과 겨울을 모두 건너지 못한다. +다음 주중에 대한 해협을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11호 태풍 힌남노는 또 어떤 불신과 격차를 만들어 놓고 갈지 알 수 없어, 오지 않은 겨울이 얼마큼 추울까보다 당장 다가올 태풍이 더 걱정될 뿐이다.
허공에의 질주
読書中
한자 사용이 많아서 그런지 부끄럽게도 선뜻 와닿지 않는 내용이 많다.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기일 이십 대 후반에서 사십 대 후반의 이십 년을 억울하게 옥살이 한 분의 소회이기에 감히 별점 매기는 것이 무례하다 생각해서 공란으로 둔다. 내용도 읽기 어려워져서 백 페이지 정도 읽다 그만 뒀다.
붉은 돼지
5.0
15척 콘크리트 옥벽도 결코 가두지 못한 우리 시대 지성의 높이. 글 한 줄 한 줄 사이 사이 꽃향기가 배어난다.🌾
모란
5.0
고등학생때였나 아빠가 사주셔서 읽었었다 본가에 있는 내 책 표지가 저거인데 ㅎ . 어제 서점에 들렸다가 오랜만에 새 옷 입고 나온걸 보니 반가워서 바로 집어들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막 책장을 덮었다 . 나이가 들수록 소설보다 이런 책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진다 지혜로운 사람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깝게 들을 수 있다는건 기쁜 일이다 . 요즘 책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 외로울 때 책이 있어서 조금은 기댈 수 있지않나 생각한다 ㅡㅡㅡㅡ 책을 다 읽고 아빠에게 카톡을 보냈다 어쩜 우리 아빠는 저런 책을 선물해주셨을까 난 정말 멋지고 좋은 아빠를 가진 것 같다 ㅎ
구본철
3.5
사르트르에게 타인은 지옥이다. 신영복에게 타인은 천국이다. 그는 사회의 병환을 관계로 치유하려한 연대주의자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4.0
담장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던 간절한 사유들. 합당하지 않은 권력의 횡포에 감옥 안에서 보내야만 했던 그 길고 긴 세월을 오직 생각을 깊이 하는데 쓰겠다 다짐하였던 그의 마음자세. 깊은 통찰과 여유있는 마음으로 옥중의 삶을 관조하며 스스로를 조금씩 깊게 하였던 그 고운 사색의 시간들. 그러나 결코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부모며 형제며 친구며. 그를 사랑하는,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담 밖에 놔둔채 수십번의 여름과 수십번의 겨울을 온전히 홀로 견뎌내야 했던 수감생활의 무게는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려우니까. 문득 한학과 서도에 조예가 있는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을 그의 성장과정이 궁금해진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고아한 선비같은 인상이 그의 문체뿐 아니라 사유의 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거라 생각하기에 그의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의 글은 대부분 담박하고 깊은 사색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지만 일부에선 실천없는 지식에 대한 비판이 때로 실천이 따르지 못한 지식에 대한 과도한 평가절하로 흐르는듯한 인상을 받았고 옛것, 자연, 노동에 대한 막연한 옹호로써 젊음과 도시, 그리고 문명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데서는 약간의 고리타분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채 검열된 짧은 서간만을 보고 짐작하는 인상이란 너무도 부정확한 것이어서, 내가 그의 글에 대해 받은 부정적 인상은 고작 단편적인 느낌 정도에 불과하다. 더불어 검열을 거쳐야 했던 편지문의 특성상 민감한 주제에 대한 날 선 사유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저 삶에 대한 관조와 통찰만이 남아있었다는 것이 신영복이란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깊은 사유의 편린들, 그 가운데 빛나는 통찰들은 신영복이란 인간이 어떤 고뇌를 가지고 살아갔던 존재였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어 어느정도 만족스러웠다. [세상이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퇴화한 집오리의 한유(閑遊)보다는 무익조(無翼鳥)의 비상하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 휠씬 훌륭한 자세이다.] 그의 사상을 관통하는 실천의 중시, 다른 수많은 작가의 글에서도 보여졌던 '행하는 것이 행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는 확신. 어느정도는 이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굳이 '어째서 당신들은 세상이 실천의 대상이라 확신하는 것입니까'라고 묻고 싶었던 것은 왜일까. 누구도 이에 대해 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기독교에 대한 사유에서 보여졌던 근원적인 물음이 이에 대해서도 보여졌다면 더욱 만족스러웠을텐데,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oasisdy
4.5
저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 하기에 앞서, 붓을 잡는 자세를 성실히 함으로써 먼저 뜻과 품성을 닦는, 오히려 ‘먼 길’을 걸으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뜻과 품성이 비로소 훌륭한 글씨와 그림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人道(인도)는 藝道(예도)의 長葉(장엽)을 뻗는 深根(심근)인 것을 예도는 인도의 대하로 향하는 시내인 것을, 그리하여 최고의 예술작품은 결국 ‘훌륭한 인간’, ‘훌륭한 역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Hong Jinsung
5.0
어느날 문득 내 인격이 쪼그라 들었다 싶을 때 이 책을 꺼내 아무 페이지나 몇 장 읽어본다. 그때마다 사람이란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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