レビュー
HBJ

HBJ

6 years ag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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ワンス・アポン・ア・タイム・イン・ハリウッド

映画 ・ 2019

平均 3.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9번째 영화로, 1969년 할리우드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다. 타란티노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을 다루는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엄청 궁금하면서도 다소 걱정되기도 했다. 찰스 맨슨이라는 희대의 컬트 리더는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인물이자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였고 당시 임신 중이었던 샤론 테이트를 포함한 5명이 정말 잔인하고 참혹하게 살해당한 할리우드 역사상 최악의 사건 중 하나를 타란티노 같은 작가가 어떻게 다룰지는 상상이 안됐다. 그 때문인지, 이 영화는 타란티노의 영화들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아래부터는 스포주의---- 옛날 옛적에라는 문구는 전통적으로 동화에 많이 쓰인다. 모두가 잊고 있던 마법과 판타지와 동경의 세계를 소개시키는 첫 문구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타란티노는 정말 그답게 고전 할리우드에 대한 그의 동경을 담고 있다. 타란티노의 필모는 전부 다 서부극의 묘한 변종 (혹은 그냥 서부극) 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웨스턴 사랑은 유명하고, 이 영화에서는 그 당시 유행했던 TV 웨스턴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아니, 아예 극중의 TV 웨스턴들의 씬들을 꽤나 길게 보여주기까지 한다. 극중극이긴 하지만 타란티노는 마치 실제 TV쇼를 시청하고 있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듯이, 극중극임을 연출상으로는 웬만하면 티를 안 내려고 한다. 릭 달턴이 대사를 까먹기 때문에 이 씬이 극중극임을 관객에게 계속 상기시켜주긴 하지만, 어째 감독, 스태프, 카메라, 음향 크루는 절대 안 보여준다. 이는 릭 달턴이 캐릭터에 몰입하고 있는 심리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인 것 같기도 하나, 한편으로 타란티노는 그 당시에 만들 법했을 TV 서부극을 본인이 작은 단편처럼 하나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주인공 중 한명인 릭 달턴의 이야기와도 연관됐기 때문에 존재 의의가 있는 씬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씬을 이렇게 길게 붙잡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 이어진다. 이런 순간들의 결과가 2시간 45분이라는 러닝타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중극들에서 디카프리오가 보여주는 연기력과 긴장감 꽤 있는 연출력에 지루하진 않았다. 타란티노의 동화 속 할리우드는 브래드 피트의 씬들에서도 계속 된다. 일단 브래드 피트의 캐릭터인 클리프 부스는 비교적 과묵한 캐릭터다. 필요한 말들만 단도직입적으로 하는 캐릭터인데, 대사가 흘러넘치는 작가로 유명한 타란티노 영화에서 이런 인물이 투톱 중 한명인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그리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브래드 피트의 역할은 그냥 차 몰고 다니는 것이다. 극중 대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릭 달턴이 "가짜" 카우보이였다면, 클리프 부스는 "진짜" 카우보이다. 준법 정신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폭력의 과거와 마초적인 묵직함이 있는 클리프 부스가 할리우드를 누비는 카우보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말 대신 차를 타고 다닌다. 이 영화는 인물들이 차를 타고 다니는 씬이 정말 많고, 심지어 길다. 스토리 전개와는 상관이 없이, 그냥 인물들이 드라이브를 한다. 이 씬들도 기나긴 러닝타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클리프 부스의 드라이브 시퀀스 중 하나는 편집할 때마다 그가 구도상 진행하는 방향도 반대로 계속 바뀐다. 여기서 타란티노는 이 운전 장면을 통해 어떤 이야기나 목적이나 방향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69년 LA의 시내 공기를 이 캐릭터와 함께 마셔보라는 권유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 이야기꾼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CG가 아닌 진짜 빈티지 자동차들과 소품들로 가득찬 거리를 여유있게 누비며,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그냥 이 환경과 감흥을 체험해보라고 하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GTA'나 'LA 느와르' 같은 오픈월드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단순히 자유도나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꽤나 고증에 충실하게 구현한 실제 도시들의 공기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감흥을 타란티노는 이런 무의미한 씬들을 통해 선사하려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강한 바램은 훌륭한 영상미와 연출과 프로덕션 디자인에서 묻어나온다. 클리프 부스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자면, 릭 달턴의 다소 요란한 서부극 시나리오와 달리, 그는 진짜 서부극 장면을 하나 찍는다. 맨슨 가족 본거지에서의 시퀀스는 엄청난 긴장감이 흘러넘친다. 비록 '바스터즈'의 오프닝 시퀀스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 근처까진 갔고, 동시에 클리프 부스의 유하고 순진해보이는 성격 이면에 있는 굉장한 폭력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릭과 클리프는 커리어의 내리막길을 마주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이 배우들에게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계속 전진하려고 한다. 릭은 TV에서 잘 나가던 쥬연급 배우였지만 영화로 진출하지 못하며, 결국 한 시즌짜리 빌런을 하면서 이번 파일럿이 잘 되길 기도하는 수준으로 한물이 간 배우로 소개된다. 그의 절친 클리프는 이런 배우의 스턴트 더블인 것도 모자라, 아내를 죽인 사람으로 소문이 나있어 업계에서 기피 대상이 돼있다. 비록 영화에서는 딱 잘라 말해주진 않지만, 내 생각에 클리프는 진짜 아내를 죽였을 것 같다 (고의인지 사고인지까지는 잘 몰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남은 영화동안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점차 인정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릭은 빌런 역할을 하며 스타로서 한물 갔을지는 몰라도 배우로서는 여전히 인정받고 더욱 발전하는 길을 찾으며 위안을 삼고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특히나 그렇다. 이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때에는 그 다음 시대가 기다리고 있고, 이들도 이를 알고 있다 (재미있게도 릭 달턴이 아내와 입국할 때의 공항 통로는 '재키 브라운'의 오프닝과 굉장히 흡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서 이들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며, 이들의 경험과 예술을 통해 새로운 예술가들이 돋보이도록 돕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그 예술가는 샤론 테이트다. 그 당시 로만 폴란스키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시대를 열 유망한 감독 중 하나였고, 샤론 테이트는 그의 배우자로서 유명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샤론 테이트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직 굉장히 젊었고 TV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배역에서 벗어나 영화에서도 슬슬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한 샤론 테이트의 1969년은 커리어가 막 이륙하려는 참이던 시기였다. 이 영화는 샤론 테이트에 대한 묘사를 상당히 대충하는 느낌이 있다. 그녀와 주변 인물에 대한 정보를 타란티노답지 않게 그냥 제3자 대사로 막 던져버리질 않나, 그냥 음악에 춤추는 씬에만 등장하지 않나. 대사가 엄청나게 적은 건 둘째치고도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묘사하는 샤론 테이트는 악명 높은 살인사건의 피해자, 혹은 유명 감독의 부인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직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젊은 배우였다. 사망 당시 26세 밖에 안됐던 샤론 테이트를 타란티노는 그저 할리우드의 꿈을 꾸는 젊은이답게 파티하고 춤추는 것을 즐기면서도, 배우 지망생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길 바라며, 극장에서 자신의 연기와 그 연기에 즐거움을 얻는 관객들을 보며 희열과 뿌듯함을 느끼는 아름답고 젊고 창창한 배우로 묘사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젊은 여배우는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바로 여기서 타란티노는 상당히 대담한 3막을 고안해낸다. 3막은 커트 러셀의 내레이션이 운명의 밤을 시간과 함께 각 인물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관객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알고 있다고 영화는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비극의 그림자가 다가올수록 조마조마해진다. 하지만 조금씩 영화는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범인들이 가상의 인물인 릭 달턴과 마주치고, 예상치 못한 공범 이탈이 일어나고, 결국 테이트 저택이 아니라 옆집의 달턴 집에 침입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클라이막스에서 타란티노는 정말 범인들을 제대로 조진다. 타란티노치고도 굉장히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수위와 함께 말이다. '바스터즈'의 클라이막스에서 히틀러와 괴벨스를 죽인 경험이 있는 타란티노이긴 하나,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이라는 특정한 사건의 범인들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동시에 타란티노다웠다. 아주 유명한 인터뷰이자 언쟁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계속 타란티노는 영화 속의 폭력과 현실 속의 폭력을 아주 엄격하게 구분한다. 그의 영화는 피와 죽음으로 가득차있지만 모두 판타지, 즉 허구다. 하지만 '바스터즈'에서 잠시 현실 속의 인물을 빌려온 그는, 이번에는 정말 그만의 대체 역사를 쓰며 끔찍한 역사 사건을 지워버리다시피 한다. 이 점이 어떤 사람들에겐 일종의 고인 모독으로 보일 여지는 분명 있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현실의 폭력을 허구의 폭력으로 각색하며, 끔찍한 악에게 그만의 복수를 하는 셈이다. 뉴스에서 흉악범이나 망언들을 뱉는 정치인들을 보면 주먹이 부들부들거리면서 얼굴에 한 대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타란티노는 그런 생각을 그만의 방식대로 재현한 것이다. 죄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아직 세상의 빛도 못 본 아이에게 생명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리고 꿈과 열정이 넘쳤던 청년들을 잔인무도한 광기로 살해한 악인들을, 그만의 동화 속에서는 한물간 두 카우보이들이 무찔렀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폼 떨어지는 죽음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샤론 테이트는 비록 영화 속에서지만, 미래를 얻게 됐다. 마지막에 릭 달턴이 드디어 샤론 테이트와 만나는 장면에서 슬픈 감동을 느꼈다. 영화가 끝나는 이 시점에 이 쾌감 넘치는 해피엔딩은 현실과 정반대라는 생각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 샤론 테이트를 직접 만나보진 못 했을 타란티노는, 릭 달턴을 통해서나마 그녀와 인사를 하고 포옹도 했다. 타란티노 영화에서 보통 가장 강한 점은 연기와 각본이다.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 수준이다. 반면 각본에서 좀 실망했다. 개인적으로 클리프 부스의 캐릭터가 좀 아쉬웠는데, 굉장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있지만, 릭 달턴처럼 좀 더 명확한 캐릭터 변화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샤론 테이트 쪽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내레이션을 너무 무성의하게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잠시 나오고, 후반부에 타임 점프를 하면서 그 사이에 있던 일을 막 뱉어내는 등 섬세하지 못한 모습들이 너무 많았다. 대사들이 많지 않고 타란티노 특유의 스피드한 페이스도 없기 때문에 2시간 45분의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내가 타란티노라는 감독과 그의 연출작에 대한 기대와 편견이라는 것이 생겨 이런 점들이 더욱 더 거슬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현존 최고의 각본가 중 한명치고는 좀 실망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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