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에서 ‘프레임’의 기능과 의미작용의 변화를 추적한 첫 국내 연구서
“프레임은 재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며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수용의 조건이다. 모든 예술가는 프레임을 통해 세계라는 혼돈 속에서 하나의 시각장을 선택하고, 경계를 설정하며, 그 내부 요소들에 각각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프레임은 이미지가 끝나는 곳이자, 이미지 바깥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다. 프레임 안에는 그 한계를 지키려는 힘과 이를 넘어 외부로 나아가려는 힘이 항상 공존한다.” _김호영
이 책은 모든 시각예술의 핵심 요소인 ‘프레임frame’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책이다. 그간 이미지 및 영화 연구에 매진해온 영화학자이자 불문학자 김호영은 이번 책에서 ‘프레임’을 화두 삼아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며 프레임의 개념과 그 기능의 변화과정을 추적한다. 『영화이미지학』(2014)에서 이미 보여준 철학적 사유의 영역을 회화, 사진, 영화까지 확장하여, 저자는 시대별로 장르별로 프레임에 대한 인식이 언제부터 싹텄고 어떻게 그 의미작용이 바뀌며 우리의 미학적 사유를 부단히 새롭게 자극해왔는지, 다양한 도판자료와 더불어 여러 미학자-철학자의 관점을 비교하며 그 사유의 흐름을 살핀다.
오늘날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최첨단 시각 우위 시대의 인류에게 눈과 세계가 만나 형성되는 ‘세계관’의 출발을 사유하는 데 있어 ‘프레임’은 매우 긴박한 화두다. 프레임은 이미지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즉 ‘시각 대상’으로 구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흔히 프레임은 정치-경제-심리 등 우리의 인식 전반을 갈무리하는 실용적 도구적 관점에서 기술되어온 게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프레임 미학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시각예술 연구에서조차, 이에 관한 본질적 고찰과 탐구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소홀하거나 부재했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 책의 연구 목적을 프레임의 기능과 의미작용에 관한 사유의 확장을 통해 예술 전반에 대한 안목과 사고의 확장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데서 찾는다. 이 연구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실재와 이미지, 현실과 상상 세계를 오가는 ‘재현’ 문제에 대해, 역사적으로나 동시대적으로나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작품 분석을 통해 ‘창작과 보기’ 사이에서 기술과 매체의 발전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여주고 볼 것인가에 관해, 새롭게 프레이밍해볼 수 있는 분명한 계기를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에서 프레임 미학론의 특색과 차이에 따른 분류
: 프레임, 이차프레임, 탈프레임화
저자는 우선 그간 제대로 숙고된 적 없는 ‘프레임’에 관한 정의부터 문제삼는다. 즉 프레임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적 정의에 대한 인식의 근원을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이를 둘러싼 기존의 회화, 사진, 영화 간의 차이와 결부된 논쟁과 관점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달라져왔을까? 이 책은 프레임 미학론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주로 회화와 영화를 중심으로 시대별 장르별 비교와 더불어, ‘프레임’(1부), ‘이차프레임 혹은 프레임 안의 프레임’(2부), ‘탈프레임화’(3부)으로 구성된다.
우선 1부 「프레임」에서, 저자는 시각예술에서 재현의 기본 조건인 프레임을 “이미지의 모태이자 기호적 절단”이면서 “분리이자 통합, 한정이자 위반의 경계”로 정의한다. 또한 그 인식의 근원을 정확히 단정지을 순 없으나, 그림이 등장한 동굴벽화 시대에서 더 나아가 이미지의 틀이자 경계로서 프레임에 관한 ‘조형적’ 인식은 선사시대의 도기에서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러 문명을 거쳐 기원후 2세기에 ‘물리적’ 틀로서의 액자가 처음 등장하고, 차츰 중세에서 르네상스 종교제단화로 넘어오면서 이 물리적 틀로서의 속성은 더 구체화된다. 여기서 저자는 ‘프레임-액자’라는 관점에서 칸트와 데리다의 관점을 비교하는데, 프레임(액자)을 작품의 내재적 요소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본 칸트의 ‘파레르곤parergon’(‘작품ergon’+‘주변para’의 합성어) 개념에 대해 데리다는 프레임 자체는 내부와 외부에 상호간섭하는 이중적 속성이 있음을 칸트가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작품의 의미망과 담론 형성에 관여하는 기호체이긴 하나 그 의미 자체는 불확정성과 비고정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회화를 벗어나 사진과 영화에서도 프레임의 문제를 고찰하는데, 19세기 전반 사진기의 등장과 더불어 급변한 이미지와 재현의 관계는 물론 프레임의 본질에 관한 인식의 변화를 주목한다. 이제 프레임 자체는 고정적 물리적 틀로서가 아닌 임의적이고도 가변적인 경계로서 부각되며, 회화가 이미지와 세계의 이질성을 강조한다면 사진은 이미지가 곧 세계의 일부인 동질성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외젠 아제의 사진을 예로 들며,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논의와 실재의 낙인으로서 유사성과 동질성에 기인한 사진론을 펼친 롤랑 바르트, 공간보다는 순간의 포착인 ‘시간’에서 사진의 미학적 프레이밍(‘부유하는 프레이밍’ 개념)에 주목한 파스칼 보니체가 소개된다. 또 영화에서는 ‘틀cadre’로서(회화)가 아닌 ‘가리개cache’로서(영화) 프레임의 차이를 짚은 앙드레 바쟁, 그것의 대립적 구도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영화 프레임의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특성을 강조한 자크 오몽,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로서 가변적 유동적 주형으로 영화 프레임을 바라본 질 들뢰즈를 비교한다.
2부 「이차프레임 혹은 프레임 안의 프레임」에서는, 회화-사진-영화 등 다양한 시각예술작품 안에 삽입되는 ‘프레임 안의 프레임’(창, 문, 벽, 아치, 거울 등)으로 이차프레임을 정의하면서, 이차프레임이 여러 예술가의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얼마나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인 도판 분석 사례와 더불어 보여준다. 이를테면 화면의 깊이감과 실재감의 구현(마사초 <성삼위일체>, 벨리니 <성모와 성인들> 등의 회화), 특정 요소를 강조하기 위한 시선의 유혹 또는 분산(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그림 <예수 책형>과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 <런던>), 인물 및 오브제의 반경 설정이자 조형적 구성요소(조르주 멜리에스, 루이 푀야르, 프리츠 랑,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등의 영화작품들), 이중적 매개공간 혹인 비가시세계의 문턱(마사초 <성삼위일체>와 프라 안젤리코 <수태고지>), 의미의 이중화 혹은 디제시스의 공간적 확장(얀 반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 <서재의 성히에로니무스>와 안토넬로 다메시나 <서재의 성히에로니무스>), 시각적 서사적 미장아빔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감금 또는 고립 등 서사의 주제 강조나 구조 및 형식의 변화 표현(박찬욱, 차이밍량, 오즈 야스지로 <동경 이야기> <만춘>, 김기영 <하녀>, 자크 오디야르 <러스트 앤 본> 등의 작품), 서사적 갈등에서 정신적 사건 반영(홍상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생활의 발견>), ‘자아’의 내적 상태(욕망, 분열, 상실 등)를 드러내는 자기반영적 공간(폴 델보 <거울>, 아녜스 바르다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 마틴 스코세이지 <택시 드라이버>,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창가의 여인>, 살바도르 달리 <창밖을 보는 소녀>, 오슨 웰스 <시민 케인> <상하이에서 온 여인>, 알랭 레네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 등에서의 거울, 빌헬름 함메르쇠이 <실내>의 문, 칼 드레이어 <오데트> <게르트루드> 등의 거울-창-문, 짐 자무시 <천국보다 낯선>의 창유리,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의 거울과 <인간의 조건>의 창가 캔버스, 벨라스케스 <시녀들>의 거울,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의 거울, 앨프리드 히치콕 <이창>의 창문,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다양한 액자구조) 등이 그것이다.
3부 「탈프레임화」에서는, 회화에서 사진과 영화로 넘어가면서 프레임의 의미작용이 변화함에 따라 내화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