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렵다고 맛있는 것 먹기를 미루지 말자.”
1인분의 요리로 시작된 1인분 인생의 기록
독립출판, 굿즈 스튜디오, 도예, 해외 초청 전시, 싱어송라이터까지
다재다능한 일러스트레이터 ‘유꽁사’의 첫 단행본!
“이 책을 읽다 보면 하루를 더 잘 살게 하는 건 대단하고 거창한 각오가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잘 산다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무리하지 않는 나만의 최선을 찾는 일 아닐까.”
- 조아란 (민음사 콘텐츠 마케터)
이 책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는 몸과 마음이 지쳐 일상이 무너져버린 저자가 스스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매일 한 끼 식사를 직접 챙겨가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게 된 성장 기록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유꽁사 작가는 바지런히 손을 움직여 한 끼 식사를 만들어 먹으며 다시금 일상의 활력을 회복한 뒤 다시 바지런히 손을 움직여 이 하루하루를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인 글과 그림을 통해 담아냈다.
“당장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다음은 반드시 주어진다.”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방법
우리의 하루는 간단한 루틴으로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하루를 시작할 준비한 뒤 각자의 학교나 일터로 가 할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한 뒤 잠이 드는 것. 그러는 사이사이에 세 번의 끼니가 무심하게 지나간다. 매일같이 반복하는 일상은 계속 이어질 것 같지만 너무 늦게 자거나 너무 늦게 일어나거나 끼니를 거르는 등 한번 루틴이 무너지면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무너진 일상을 발견하는 건 한 순간이지만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일상의 단절, 팬데믹을 거쳐간 우리들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오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의 저변을 확장해온 유꽁사 작가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우울감으로 몸과 마음이 무력해져 하루하루가 그저 흘러가기만을 바라”던 날들이 반복되며 그의 일상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고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이어가던 중 쓰레기가 가득 찬 세탁실을 발견하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로 결심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뭐라도 시작해보자.” 하고.
뭐라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이 ‘잘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살피면서 작가는 우선 스스로 밥해 먹는 일부터 실천하기로 한다. 냉장고 속 사정을 살피고 재료를 꺼내 손질하고 요리를 만들고 예쁜 접시에 담아 한 끼를 마친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하루를 글로 쓰고 그림으로 표현해낸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루 동안 만들어낸 것들을 잘 정리해 뉴스레터로 발행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하루의 루틴이 새롭게 잡히며 일상을 서서히 회복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일상의 변화는 작은 결심에서 비롯되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데에는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요리들은 누가 봐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한 것은 아니다. 냉장고 속 재료를 탈탈 털어 만든 파스타, 엄마가 보내준 소불고기로 만든 소불고기 덮밥, 마트에서 달래를 한 줌 사 와 만든 달래 파스타처럼 누구나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간단한 요리들이다.
그러나 산책 겸 마트로 걸어가 비치된 제철 재료를 직접 만지며 고르고, 어머니의 택배 상자 속에 든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할지 골몰하고, 해외여행에서 먹었던 음식이 먹고 싶어 다시 재현하는 것은 그만이 겪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이다. 이렇듯 주방의 사정을 살피며 스스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는 동안 작가는 취향과 결이 있는 자기 자신으로 자라난다.
“다음에 올 일들을 예비하다 보면 틀림없이 그 도움을 받게 된다.”
무너진 일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곳곳에 달콤하고 환한 순간을 심어두기로 했다
음식을 하며 알게 되는 것은 요리하는 방법뿐만이 아니다. 밭에서 달래를 캘 때는 어린뿌리를 난 자리에 다시 심으며 한곳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이 두고두고 다음을 생각하는 마음을 읽고, 겉잎이 흙 묻고 벌레 먹어 있어도 속은 노랗고 예쁘게 다시 차오르는 배추를 보며 반복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기도 하며, 값이 싸 덜컥 구입한 ‘대봉’ 감이 떫어서 버리려다가 실은 단단한 감에게 바람과 햇볕이 속에서 다디달게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모르고 먹어도 맛있을 음식이건만 이야기를 통해서 만들어낸 요리들은 이해와 감상을 곁들여 입안에서 더욱 가득하고 풍성하게 깃든다.
어떤 날엔 반대로 일상 속에서 시작돼 음식이 당기게 날들도 있다. 네모난 박스를 굴려서 옮기는 동안 더 멀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동글동글한 호박잎 쌈밥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마룻바닥에 비가 흥건하게 떨어지는 소리에서 감자전 굽는 소리를 연상해 노릇한 감자전을 구워내기도 하는 장면들은 사실 요리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 사고의 흐름 속에서 재치 있고 발랄하게 뻗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음식을 해서 먹는다’라는 통합적인 과정 속에서 작가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쓰고 직접 만든 접시에 요리를 올려 먹는 동안 다시 에너지를 채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이 어느새 1인분은 하는 사람임을 깨닫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쌓이고 작은 성장에도 큰 축하를 보내는 동안 소소한 일상 속에는 여러 겹의 접시가 다정하게 쌓이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이어갈지 아득한 아침, 늦잠을 자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오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벌써 4시네 싶어 울적해지는 오후, 내일은 어떻게 보내지 싶어지는 아득한 밤. 항상 에너지가 넘칠 수는 없기에 우리는 삶에서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그럴 때는 일단 속부터 든든하게 채워보면 어떨까. 그리고 작가가 꺼내는 이야기들을 동무 삼아 ‘뭐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서 무릎을 짚고 일어나면 좋겠다. 제목이 말해주듯 ‘눈앞이 캄캄해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서 다다른 곳이 틀린 방향이면 또 어떤가. 다시 그 지점부터 여행해볼 일이다. 어쨌든 우선 속은 든든하게 채우고서 말이다. 하루의 모서리를 접듯 차려낸 매일의 한 접시, 앞으로도 딱 이만큼만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