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최근작!
알렉시예비치가 20년간 1천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돈과 인간,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한 걸작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말해주었소.
돈이 있으면 인간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에 집착하고, 사회 변혁 과정에서 돌연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들이 정치와 사회를 잠식하며 벌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노벨문학상이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보고 그후의 사회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붉은 인간의 최후』는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작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찍 절판된 탓에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야기장수 출판사는 이 작품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단어인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비유적인 원제 대신 직관적인 ‘붉은 인간의 최후’로 제목을 바꾸고, 번역의 디테일을 다듬어, 688쪽에 달하는 알렉시예비치의 장대한 걸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는 『붉은 인간의 최후』 출간에 즈음한 2024년 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EBS <위대한 수업>을 통해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펼친다. 5월 8일 마지막 강의에서 『붉은 인간의 최후』에 얽힌 취재와 집필 후기,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진정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돈은 인간에게 닥친 큰 시험이었어요, 마치 권력이나 사랑 같은 것이죠.”
―가난은 그토록 순식간에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던 거예요…
―패배해버렸어…… ‘위대하신 햄의 제국’에 패했다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우릴 이겼다고……
―우리의 자본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는 우리가 겪어낸 고통밖에 없어요.
―……시장이 우리의 대학교가 되었어요.
―작고 평범한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無존재라고요, 삶의 밑바닥에 있는.
―개뿔! 벌긴 뭘 벌어요! 부자는 무슨 부자냐고요! 거짓말! 참으로 위대한 거짓말이에요!
―길거리에는 잔인한 자본주의만이 팽배합니다……
―우리에게 햄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사상이 남아 있나요?
―사람들은 역사를 잃어버렸고…… 신념 없이 남겨졌어……
―사회주의를 고작 바나나와 바꾸다니, 껌 따위와 바꾸다니…… 쯧쯧.
위대한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
소련 해체 이후 ‘붉은 인간’들은 무엇을 꿈꾸고 욕망하고 후회했는가
소비에트연방의 맹렬한 사회주의 동지였던 이들은
왜 지금 쪼개져 원수처럼 전쟁하는가
알렉시예비치는 “오직 소련인만이 소련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공산주의 체제의 최후를 불러온 모든 것과, 그 시대를 살아가다 돈과 마주한 ‘붉은 인간’들의 마지막 증언에 대해 서술한다. 돈과 인간의 관계를 밝힌 이 책은 알렉시예비치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야심찬 작업’(<뉴욕 타임스>)이자 알렉시예비치가 무려 20년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작품이다. 소비에트연방의 몰락을 전후로 다양한 관점을 가진 목격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1990년대를 증언해줄 사람들을 찾아 나선 작가는 1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비로소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에는 소련과 사회주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이들을 위선자라 생각하며 기꺼이 자본주의와 시장을 몸을 던지는 인물들도 나온다. 작가는 그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섣부른 판단이나 개입 없이 사회 격변의 시기에 흔들리고 분노하고 환호하고 쓰러지는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담는다.
“위대한 사상은 가차없이 자기 사람들을 집어삼켰습니다. 사상은 아픔을 모릅니다. 사람들은 가엾습니다.”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 시상식 연단에 올라 ‘붉은 인간’들을 생각하며 한 이 말은 이 책에 담긴 민중의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 그 자체다.
구소련이 쪼개지며 각각의 공화국으로 독립하거나 독립하지 못하면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과 테러, 그리고 그로 인해 절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최근 세계정세와 맞물려 절박하게 다가온다.
—봄이었어요. 맑고 따뜻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였어요…… 전 그때 산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모두들 어디론가 떠나버렸어요. 각자 살길을 도모했던 거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놀러오라고 하더군요. 그곳에서 작은 아파트를 빌려 산다고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태평양…… 어딜 가나 태평양 바다가 보였어요. 그곳에서 전 하루종일 해변가에 앉아서 울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전 우유 한 봉지 때문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전쟁터에서 온 사람이었으니까요. 해변가를 따라 한 노인이 다가오더군요. 단을 접은 바지에 화려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죠. 그가 제 곁에서 멈춰 서더니 묻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요?” “우리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어요. 형제들끼리 서로를 죽이고 있어요.” “여기에 그냥 남아요.” 그가 그랬어요, 대양이…… 아름다움이 상처를 치유한다고…… 그 사람은 오랫동안 저를 위로했고 저는 계속 울었어요. 따뜻한 말을 들으면 제가 할 수 있는 반응은 딱 한 가지였거든요. 눈물이 세 가닥이 되어서 제 뺨을 타고 흘러내렸어요. 고향땅에서 총성이나 피를 보았을 때도 그렇게는 울지 않았는데, 거기서 들은 따뜻한 말에 저는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어요.
인간은 언제나 이상향을 꿈꾼다. 그러나 그 이상향은 너무도 쉽게 오염되고 변질되며, 가장 밑바닥에 있는 민초들은 그리하여 언제나 지옥을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어느 ‘이름 없는 민초의 넋두리’로 끝난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끝내 구원하지 못한 이 민초의 쓸쓸한 읊조림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본문 중 알렉시예비치가 만난 돈의 세계로 던져진 이들의 목소리 중에서
“내 마지막 소원이야. 제발, 진실만을 써줘.
선생의 진실이 아닌 내 진실을. 내 목소리가 남아 있도록 해줘……”
“난 내가 하는 이야기들 때문에 곧 죽을 겁니다…… 대체 왜 난 이런 얘기를 할까요? 선생님이 내게 도움을 줄 순 없어요. 그래요, 쓰세요…… 출판도 하세요…… 좋은 사람들이 그 책을 사서 한 번 읽고는 좀 울겠죠. 나쁜 사람들은…… 중요한 건 그 나쁜 사람들이 읽지 않을 거라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뭣 때문에 읽겠어요?”
“프롤레타리아의 독재 대신에 정글의 법칙이 들어왔어. ‘너보다 약한 자를 물어뜯고 너보다 강한 자에게는 무릎을 꿇어라.’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 법칙이……”
“전 부자가 싫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자신들의 궁전, 와인 창고를 자랑질하고 있는 저들이…… 황금 욕조에 모유를 가득 담아 목욕을 하든 말든, 그걸 대체 왜 저한테까지 보여주는 건가요? 전 그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화가 나고 수치스럽습니다. 맞아요, 살기는 더 좋아졌지만, 더 끔찍해지기도 했어요.”
“저는 가난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