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서문> - 책을 내며
㈎ 박근혜 삶과 정치, 그 '핵'을 찾아서
'인문정치'란 무엇이고, 그 개념을 어떻게 세워가야 할까. 무엇보다도 그것이 박근혜의 삶과 정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보아도 될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무슨 필연의 이유라도 있는가. 지난 5년 세월은 온통 이런 화두만으로 머리가 메워졌다.
언론에서는 박근혜의 정치 스타일을 가리켜 '무위정치'라고 하였다. 그 무위정치라면 노자 특유의 정치를 말하는데 그러면 노자와 박근혜는 서로 닮았을까? 하지만 박근혜의 정치를 그저 '무위정치'라고 보는 데서 그칠 일이 아니었다. 노자의 정치를 '무위정치'라고 했을 때의 그것은 노자의 것으로 맞지만, 박근혜의 정치를 '무위정치'라고 했을 때의 그것은 박근혜의 것이 아니라 노자에서 빌려다 쓰는 것이 되고 만다.
만약 박근혜의 '무위정치'가 다른 정치인한테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라, 적어도 박근혜 나름의 영속성을 띤 일종의 '늘 그러한 무위정치'라면, 그 명칭은 '무위정치'외에 따로 불리어야 하지 않을까. 즉 '박근혜 정치'를 총체적으로 일컬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용어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답이 곧 '인문정치'이다. 이 '인문'은 노자와 관련된 것도 있지만 당시 서점가에서 불던 인문학의 열풍과도 관련이 깊었다.
일례를 들면『정의란 무엇인가』이다. 그런데 이 '정의론'이 아무리 사회과학적인 배경을 갖는다 하더라도, '정의'는 곧 '도덕'과 통하므로,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정치를 논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욱이 관련 논문으로는「인문학과 정치」하나만 눈에 띌 정도였다. 이에 '인문학과 정치'라는 병렬적인 엮음이 아니라 그 둘을 하나로 섞어내는 직렬적이고도 동시적인 개념 정의를 세워보고자 하였다. 이렇게 하여 노자→무위정치→박근혜→인문정치라는 구도가 생겨났다.
저자의 노자연구는 2007년부터 4년에 걸치어 이루어졌다. 모두 네 편의 논문이 대학의 인문과학지에 실리었다. 각각 노자의 지식학습관, 통일관념, 그리고 노자 인문학, 노자 인문정치론이 그러하였다. '노자 인문학'에서 노자의 '자연'은 순수'자연'이 아니라 '인문적 자연'이라고 보았으며, 이를 근거로 '노자의 인문정치론'에서는 노자의 '무위정치'가 흔히 알려진 '무위자연'의 것이 아니라, 실은 '인문적 자연'의 '인문정치'로도 거듭날 수 있음을 처음 제기하였다.
박근혜의 사상에는 간략하나마 진득한 그 무엇이 들어있다. 하지만 많은 정치연구가가 이를 지나치기만 한다. 그것은 아마도 사회학이 '사실'에 관한 것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그 배후에 있는 '사상'은 연구대상이 아니라며 비껴가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자 박근혜의 삶과 정치를 인문학적으로 수립해보고 싶었다. 박근혜의 삶과 정치를 '하나'로 나타낼 수 있는 새 용어로서 '인문정치'가 나온 이유이다.
㈏ 이 책이 되기까지의 작은 이야기
GH인문정치연구소의 'GH'는 '박근혜'의 이름에서 따왔다. 원래는 '인문정치학 개론'을 쓰기 위한 모임으로 출범하였다. 강원철 ㈜유평공영 사장, 이천수 전 교육부 차관을 고문으로 하고, 각각 강영세(국민대)·김정화(충북대)·박부권(동국대)·박홍식(대구한의대)·상기숙(한서대)·송인만(성대)·서명덕(상명대)·신남식(서울대)·안병걸(안동대)·윤명철(동국대)·오석원(성대)·이기동(성대)·조남욱(부산대)·조원석(한서대)·천인석(대구한의대)·최영진(성대)·최일범(성대)·허유(한서대) 교수 등을 지도자문위원으로 하였다. 여기다 소장으로서 저자, 모두 41명의 발기인이 참가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학계에 있지 않아 학문연구 활동을 주동적으로 할 입장이 아니었다. 이에 '인문정치학 개론'을 공동 집필하기에 앞서, 한 정치인의 삶과 정치를 '인문정치'로써 관조해보고자 하였다. 저자 단독의 연구만으로도 결실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노자의 인문정치론'을 끝낸 뒤라 이것을 한 정치인의 삶과 정치 속에 넣어 그 사상적 연관 관계를 잘 엮어내면 그런대로 성과가 나올 듯싶었다.
장차 '인문정치학 개론'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공동연구가 안 되면 단독연구라도 해내고 싶다. 문학평론가가 정치평론을 하듯이, 정치학이라는 사회학 분야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어 체계화했으면 한다. 기왕에 '노자의 인문정치론'이 나왔고, 이어 '박근혜 인문정치론'을 선보이는 만큼, '인문정치학 개론'이든 '인문정치개론'이든, 그런대로 나올만한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문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요령 있는 답을 하기가 어렵다. 마치 노자연구를 하고서도 노자의 '도'가 무엇인지 잘 짚이지 않는 것과 같다. 이러고서도 '인문정치의 전도사'를 자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선, 박근혜처럼 그 생각과 행동이 그대로 정치로 구현되는, 즉 '있는 그대로'의 정치가 인문정치라 해두자.
박근혜에 대한 연구는 결국 박근혜에 대한 지지를 어떤 형태로든 내포하기 마련이다. 5년 전, 박근혜의 대통령후보경선 실패의 이유가 그 사상부분에 대한 정리가 미흡한 데 있다고 보았다. 이 인문정치론이 얼마나 그러한 기대에 부합할지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그래도 책을 내게 되니, 어떤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다.
박근혜 연구에 본격적으로 매달려온 지난 1년여, 가족은 모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표지를 멋있게 꾸며준 스톤애드 디자인팀에 감사드린다. 진해 용원컨트리클럽의 최정호 사장에게는 애틋한 정의(情誼)를 표한다. 끝으로 지난 5년 이래 우리 '포럼동서남북'을 이끌어온 성기철 회장, 윤정균 부회장, 이차영 동지, 그리고 경남에 '새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김현태 고문 등과 더불어 이 작은 출판의 기쁨이나마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