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간 연구로 근현대 건축미를 재미있게 전해주던 김정동 교수의 일곱번째 건축 읽기. 이번에는 풍부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건축과 문학의 접목을 시도했다. 근현대 건축의 흔적을 우리의 근대문학을 통해 살펴본 것이 그것. 연구시기는 1910년~1970년대까지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두루 관통한다. "건축의 문화적 가치"에 관심이 많은 지은이는 그 일곱번째 텍스트로 한국 근현대 소설을 선택했다. 그에게 건축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소설은 해방전 17편과 해방 후 7편을 합쳐 총 24편. 개별작품으로 보면 이광수의 <무정>에서부터 1970년대 홍의봉의 <캘리포니아 9006>까지 대표작과 대표작가를 망라하고 있다. 부제로 '김정동 교수의 문학동선'이 붙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각각의 소설 속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도시 경관과 생활상을 복원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글 한 편마다 10장이 넘는 기록 사진을 수록했다. 빈틈없이 현상지를 꽉 채운 시가지 사진, 오가는 사람들로 복닥거리는 거리 사진 사이에는 모델처럼 잔뜩 멋을 부린 기생 사진도 끼어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서는 그냥 소설을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가령 근대적 공간에서 소설 주인공들이 무엇을 느꼈고, 또 어느 곳을 즐겨 찾았는지, 소설 속 공간과 작가의 생활터전 사이에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등등. 특히 일제치하에서의 부산은 일본의 한 도시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주택이나 유곽의 모양이 똑같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명동과 충무로였고, 그와 반대로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진 곳은 종로였다. 그래서 그 당시부터 명동은 유흥과 소비의 중심가였다고. 이외에도 식민지시대 문인들이 주로 모이던 영도사(永導寺),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있었던 청량사(청량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종현 뾰족집'으로 불리던 명동성당 등 주요 건축물의 옛 이력과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더구나, 책 뒤편에 찾아보기 색인이 첨부되어 있어 주요 건축물이나 장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부호> 웨스 앤더슨 감독
비주얼 마스터의 독보적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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