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하는데 2024 뉴페이스들 중
단연코 원탑이심”
“세상 풍파 인생 실전으로 겪은 사람이 푸는
거친 썰은 '일영'이라 명명해야 한다”
우연한 계기로 침착맨 유튜브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정일영 교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유튜브도 잘 모르며, 요즘 트렌드도 잘 알지 못한다. 강의를 하는 학교에서야 그를 아는 학생들도 많고 프랑스어 자격 시험인 ‘델프(DELF)’에서는 ‘신(神)’이라 불린다고 하지만, 유명 교수도 아니고 방송에 나온 적도 없어서 대중은 그를 알지 못했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10년 동안 머물며 파리 제8대학에서 언어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와 EBS 수능 프랑스어 강의를 약 12년간 진행했으며, 대학에서 25년 이상 프랑스어 강의를 하고 있고, 시원스쿨 프랑스어 대표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에 대해서는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어 교수라고 하면 예상되는 특유의 학문적인 분위기나 고상한 기운은 정일영 교수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10년간의 프랑스 유학 생활과 학위도 모두 부모님 덕분에 할 수 있었다고 정말 솔직히 말하는 정 교수에게서 조금의 가식도 없을뿐더러 그런 솔직한 매력에 이 시대가 원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과연 진짜 ‘내성적’인 성격이 맞는 건지 구독자들이 의문을 가질 만큼 방송에서 노안으로 댓글창을 보지 못하고 오직 침착맨만 바라보며 질주하는 그의 토크에 구독자들은 ‘2024년 침튜브 뉴페이스 원탑’, ‘일영쌤 또 불러주세요~’라며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감히 말하는데 2024 뉴페이스들 중 단연코 원탑이심 (kecerking)
침착맨 섭외팀 진짜 일 잘하네 ㅋㅋㅋ 어떻게 이런 괴인(민수)들을 찾아오는 거야 ㅋㅋㅋ 섭외민수야 너무 고맙다~ (Jo-jj)
웃기는 얘기를 쉬지않고 하는데 본인은 전혀 웃지를 않는다 (jusu-ricement7393)
이건 새로운 장르다. OO민수보단 그저 '일영'이란 명사가 어울린다. 세상 풍파 인생 실전으로 겪은 사람이 푸는 거친 썰은 '일영'이라 명명해야 한다 (wininin2.v-21)
“당신은 극내성이 아니다”
극! 극내성은 / 내! 내 인생과도 같다 / 성! 성공했으니까
외향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소위 ‘기가 빨린다’고들 한다. 정일영 교수가 자칭 ‘극내성’이라고 하자 한 구독자는 기가 빨리기는커녕 “지’극’히, ‘내’ 말만, 하는 ‘성’격” 아니냐며, 그의 상반된 모습에 센스 넘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 그럴 것 같은데 제가 ‘극내성’이에요.
수업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쓰거든요.
강의 평가가 하나라도 나쁘게 나오면 그게 한 학기 내내 가요.”
강의 평가에서 안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한 학기 내내 마음이 쓰인다는 정일영 교수이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남들 앞에서 자신을 표현할 줄도 모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었던 건 반드시 하고 싶고
꼭 해야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할 기회는 생긴다며 꿈을 버리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유튜브에 출연했어요.”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무대에 오르면 ‘울렁증’이 생겨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끔은 내성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춰진 가능성, 숨겨진 재능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더 클 때가 있다. 바로 정 교수처럼 말이다.
63세 극내성 교수가
내성적인 당신에게 전하는 용기
물론 정일영 교수는 늦은 나이에 자신의 끼와 재능을 대중에게 보여주게 되었지만, 자신과 같은 사람도, 심지어 극내성인 성격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정 교수는 한국에서 극내성인이자 틀 밖으로 벗어난 지식인으로서 유일무이한 ‘일영’ 자신으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프랑스와 한국에서 겪은 재밌고 황당한 에피소드들을 모아 이 책에서 소개한다.
그중 한 에피소드 중 늦가을 찬바람이 불던 대학 캠퍼스에서 25년 보따리 장수도 더 이상 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착잡한 생각에 벤치에 누워 있던 자신에게 한 남학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여기서 주무시면 큰일 나요. 입 돌아가요.”
그 학생에게 정 교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라구요. 남이사 입이 돌아가건 머리가 돌아가건 그냥 놔두시구요.”
대학 캠퍼스 벤치에 누워서 남이사 입이 돌아가건 머리가 돌아가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정일영 교수가 말하는 인생썰은 슬픈데 웃기고, 싫은데 좋다. 정 교수는 프랑스어 교재만 출간했지 단행본 에세이를 출간하는 건 처음이라 부담감이 막중하다며,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과 내성적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부디 꼭 사달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