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2.0군에 복무하던 시절에 야간 상황병 근무를 들어가면 솔직히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일지도 기본적으로 쓰는 것 외에 쓸 게 없고, CCTV를 봐도 지나가는 것은 시간마다 교대하는 초소 근무자들이 지나가는 잠시와 극히 드물게 출입하는 간부들의 차량 정도. 그나마 짬이 덜 찼을 땐 선임병들 눈치라도 보지, 그마저 필요없어지는 위치가 되면 긴장감도 사그라든다. 함께 근무하는 당직사령과 당직부관이 별로 엄격하지 않은 간부라면 적당히 교환병과 노가리를 까거나 슬쩍 책 한 권을 가져와 눈치껏 읽기도 한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CCTV 모니터링 근무를 서는 날에 극악의 FM 간부와 함께 서면 근무 내내 CCTV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개미 한 마리까지 빠짐없이 CCTV 일지에 작성해놔야 한다. 그럴 때 화면을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정말 최면에 빠진 것처럼 잠이 오고, '소리도 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그대로인 이 화면을 내가 왜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MBTI F의 힘을 발휘하여 온갖 상상을 쥐어짜내 시간을 때워보려 한다. 내가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냐고? 솔직히 영화에 대해 별로 할 얘기가 없다. 나는 감독이 어떤 이유와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찍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그럴 듯한 분석이나 있어보이는 말들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재주도 없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난 이게 무슨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가 태동하던 20세기 후반-21세기 초의 영화도 아니고 1972년의 영화가 말이다. 전문가나 영잘알의 눈엔 이런 것이 다르게 보이는 건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영역이라 존중하지만, 솔직한 말로는 이 장면들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가?' 당혹스러울 뿐이다.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일상의 사소하고 흔해빠진 것들에서 매번 많은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관찰력의 소유자들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하찮은 생각의 꼬리를 매듭짓기 위해, 논점을 흐리는 느낌의 말같지 않은 가정이란 것을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덧붙이자면- 정말 이 영화에 ... 거장의 이름이 지워지고 내 이름이 들어가도 똑같은 감상을 하게 될런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저 보여지는 느낌대로만(왜냐면, 소리조차 없다.)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를 보는 65분간 정말 그런 뚱딴지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허나 어쩌면 평소라면 떠올릴 일도 없었을 추억을 떠오르게 한 것만으로 이 영화가 내게 가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いいね18コメント1
지하실5.0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6년 1월 5일 - 2026년 3월 15일 뉴욕의 한 호텔을 무대로 한 이 데뷔작은, 인물 대신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 샹탈 아커만 영화 세계의 출발점이다. 카메라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를 느리게 이동하면서 낮과 밤의 리듬을 기록한다. 대사와 서사, 심지어 음향마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이곳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만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는 호텔을 일시적 거처이자 익명의 장소로 재구성하며, 사람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그 체류 흔적을 감각하게 만든다. 이후 그녀의 영화에서 반복될 기다림의 미학은 이미 본작에서 명확히 형성된다. • 샹탈 아커만 감독전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할 말인가 싶지만, 나는 샹탈 아커만을 정말 안 좋아한다. <호텔 몬터레이 (1973)> 같은 영화들 때문이다. 구조주의 영화로 느슨하게 묶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뉴욕 소재의 호텔, '호텔 몬터레이'의 내부를 구석구석 촬영한 것으로, 내러티브나 대사는 물론이고 소리도 안나온다. 말하자면 CCTV 위치에 관객들을 세우는 영화라고나 할까. 아커만이 벨기에에서 막 뉴욕으로 건너와 체류하던 시절, 나름의 적응 방식으로써 이런 영화를 찍지 않았나, 제멋대로 짐작해본다. 아커만의 영화들을 얘기할 때 공간을 빼놓을 수 없는데, <방 (1972)>과 <호텔 몬터레이>는 가장 기초적인 탐구 작업이었다고 분류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와 시선을 일치시킨 후 호텔 인테리어를 관찰하는 것 이상의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이것은 샹탈 아커만에게 내가 가진 핵심 비판 포인트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포착한 물리적 현실 너머 관객들이 뭔가를 보았다면, 그것은 그들의 공이지, 영화의 공이 아니다. 나의 불만은 대체로 여기서 기인한다.いいね6コメント0
지하인간3.5영화가 시작되고 몬터레이 호텔의 내부 모습이 몽타주되면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미지의 주체인 샹탈 아커만 감독의 시선이 프레임 위로 떠오른다. 초반부는 순수하고 기대에 차 있지만 중반부는 답답하고 고립되어 있으며 후반부는 자유롭고 해방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호텔의 내부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마법처럼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이나 심리가 효과적으로 드러나며 이따금 등장하는 몇몇 등장 인물은 샹탈 아커만 감독과 그들의 관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궁금해 하도록 만든다. 샹탈 아커만 감독이 뉴욕에 위치한 몬터레이 호텔에서 생활하며 1층에서부터 옥상까지 올라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총 15시간에 걸쳐 촬영한 영상을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영화로, 그가 빌기에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서 타국에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いいね2コメント0
이은택3.0애커만의 영화는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오로지 본다는 행위만으로 축소된 '호텔 몬터레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필요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새삼 세계는 우리의 감각 내부에 있는 것이다. 이는 샹탈 애커만의 영화가 얼마간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진 않은가, 하는 의문에 대한 어느정도 답변이 되기도 하는데, 늘상 그의 영화가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느낌을 주는건, 이 기다림을 통해 무언가 관객 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이 기다림 자체가 우리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감각과 인지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계의 확장이란 바로 이 기다림에서 시작되는건 아닐까. * 본다는 행위가 강조될 뿐, 부피감이나 존재감, 이동의 감각 같은 오감 외의 감각들도 분명 영화 속에는 있다. 엘레베이터에서 카메라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을, 문을 빼꼼 열고는 다시 문을 닫는 여자, 갑작스러운 복도에서의 움직임... 우리는 이런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무언가를 새롭게 감각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いいね1コメント0
바르다3.5러닝타임 내내 소리가 완전 삭제되어 있다 카메라는 대부분 고정된 롱테이크이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느낌을 주며 상승과 하강의 엘리베이터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해질무렵부터 새벽까지의 기록이다 러닝타임이 진행될수록 갖힌 느낌이 들다가 엔딩에 가서 공간이 확장된다 공간의 관찰자에서 시간의 닫힘을 경험한다 (2025 영화의전당 부산영화평론가협회:최전선의 여성감독들)いいね1コメント0
권영민
2.0
군에 복무하던 시절에 야간 상황병 근무를 들어가면 솔직히 정말 할 일이 없었다. 일지도 기본적으로 쓰는 것 외에 쓸 게 없고, CCTV를 봐도 지나가는 것은 시간마다 교대하는 초소 근무자들이 지나가는 잠시와 극히 드물게 출입하는 간부들의 차량 정도. 그나마 짬이 덜 찼을 땐 선임병들 눈치라도 보지, 그마저 필요없어지는 위치가 되면 긴장감도 사그라든다. 함께 근무하는 당직사령과 당직부관이 별로 엄격하지 않은 간부라면 적당히 교환병과 노가리를 까거나 슬쩍 책 한 권을 가져와 눈치껏 읽기도 한다. 그러나 운 나쁘게도(?) CCTV 모니터링 근무를 서는 날에 극악의 FM 간부와 함께 서면 근무 내내 CCTV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개미 한 마리까지 빠짐없이 CCTV 일지에 작성해놔야 한다. 그럴 때 화면을 하염없이 보고 있으면 정말 최면에 빠진 것처럼 잠이 오고, '소리도 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그대로인 이 화면을 내가 왜 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MBTI F의 힘을 발휘하여 온갖 상상을 쥐어짜내 시간을 때워보려 한다. 내가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냐고? 솔직히 영화에 대해 별로 할 얘기가 없다. 나는 감독이 어떤 이유와 생각으로 이런 것들을 찍은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그럴 듯한 분석이나 있어보이는 말들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재주도 없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난 이게 무슨 영화인지 잘 모르겠다. 영화가 태동하던 20세기 후반-21세기 초의 영화도 아니고 1972년의 영화가 말이다. 전문가나 영잘알의 눈엔 이런 것이 다르게 보이는 건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영역이라 존중하지만, 솔직한 말로는 이 장면들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지고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 것인가?' 당혹스러울 뿐이다. 꼭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일상의 사소하고 흔해빠진 것들에서 매번 많은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관찰력의 소유자들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하찮은 생각의 꼬리를 매듭짓기 위해, 논점을 흐리는 느낌의 말같지 않은 가정이란 것을 나도 알지만 그럼에도 덧붙이자면- 정말 이 영화에 ... 거장의 이름이 지워지고 내 이름이 들어가도 똑같은 감상을 하게 될런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저 보여지는 느낌대로만(왜냐면, 소리조차 없다.) 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를 보는 65분간 정말 그런 뚱딴지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허나 어쩌면 평소라면 떠올릴 일도 없었을 추억을 떠오르게 한 것만으로 이 영화가 내게 가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임중경
3.5
배척된 카메라 시선의 탈출기
상맹
3.5
공간에 대한 그리고 카메라에 대한 방향적 탐구. 샹탈식 완고한 형식적 숏에서 드러나는 아방가르드 실험이자 그 형식을 전복할 때의 쾌감.
지하실
5.0
지하실 (jihasil.com) | OTT | 2026년 1월 5일 - 2026년 3월 15일 뉴욕의 한 호텔을 무대로 한 이 데뷔작은, 인물 대신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 샹탈 아커만 영화 세계의 출발점이다. 카메라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를 느리게 이동하면서 낮과 밤의 리듬을 기록한다. 대사와 서사, 심지어 음향마저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이곳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만으로 공간을 채운다. 이는 호텔을 일시적 거처이자 익명의 장소로 재구성하며, 사람의 부재 속에서 오히려 그 체류 흔적을 감각하게 만든다. 이후 그녀의 영화에서 반복될 기다림의 미학은 이미 본작에서 명확히 형성된다. • 샹탈 아커만 감독전을 기획한 사람으로서 할 말인가 싶지만, 나는 샹탈 아커만을 정말 안 좋아한다. <호텔 몬터레이 (1973)> 같은 영화들 때문이다. 구조주의 영화로 느슨하게 묶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뉴욕 소재의 호텔, '호텔 몬터레이'의 내부를 구석구석 촬영한 것으로, 내러티브나 대사는 물론이고 소리도 안나온다. 말하자면 CCTV 위치에 관객들을 세우는 영화라고나 할까. 아커만이 벨기에에서 막 뉴욕으로 건너와 체류하던 시절, 나름의 적응 방식으로써 이런 영화를 찍지 않았나, 제멋대로 짐작해본다. 아커만의 영화들을 얘기할 때 공간을 빼놓을 수 없는데, <방 (1972)>과 <호텔 몬터레이>는 가장 기초적인 탐구 작업이었다고 분류할 수 있겠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카메라와 시선을 일치시킨 후 호텔 인테리어를 관찰하는 것 이상의 감흥은 느끼지 못했다. 이것은 샹탈 아커만에게 내가 가진 핵심 비판 포인트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포착한 물리적 현실 너머 관객들이 뭔가를 보았다면, 그것은 그들의 공이지, 영화의 공이 아니다. 나의 불만은 대체로 여기서 기인한다.
미상
5.0
관음하기와 지켜보기의 차이.
지하인간
3.5
영화가 시작되고 몬터레이 호텔의 내부 모습이 몽타주되면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미지의 주체인 샹탈 아커만 감독의 시선이 프레임 위로 떠오른다. 초반부는 순수하고 기대에 차 있지만 중반부는 답답하고 고립되어 있으며 후반부는 자유롭고 해방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호텔의 내부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마법처럼 그 시선에 담긴 감정이나 심리가 효과적으로 드러나며 이따금 등장하는 몇몇 등장 인물은 샹탈 아커만 감독과 그들의 관계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을 궁금해 하도록 만든다. 샹탈 아커만 감독이 뉴욕에 위치한 몬터레이 호텔에서 생활하며 1층에서부터 옥상까지 올라가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총 15시간에 걸쳐 촬영한 영상을 1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영화로, 그가 빌기에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서 타국에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은택
3.0
애커만의 영화는 세계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오로지 본다는 행위만으로 축소된 '호텔 몬터레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필요조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데, 새삼 세계는 우리의 감각 내부에 있는 것이다. 이는 샹탈 애커만의 영화가 얼마간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진 않은가, 하는 의문에 대한 어느정도 답변이 되기도 하는데, 늘상 그의 영화가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느낌을 주는건, 이 기다림을 통해 무언가 관객 에게 전달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이 기다림 자체가 우리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감각과 인지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세계의 확장이란 바로 이 기다림에서 시작되는건 아닐까. * 본다는 행위가 강조될 뿐, 부피감이나 존재감, 이동의 감각 같은 오감 외의 감각들도 분명 영화 속에는 있다. 엘레베이터에서 카메라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을, 문을 빼꼼 열고는 다시 문을 닫는 여자, 갑작스러운 복도에서의 움직임... 우리는 이런 사소한 순간 속에서도 무언가를 새롭게 감각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바르다
3.5
러닝타임 내내 소리가 완전 삭제되어 있다 카메라는 대부분 고정된 롱테이크이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느낌을 주며 상승과 하강의 엘리베이터는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해질무렵부터 새벽까지의 기록이다 러닝타임이 진행될수록 갖힌 느낌이 들다가 엔딩에 가서 공간이 확장된다 공간의 관찰자에서 시간의 닫힘을 경험한다 (2025 영화의전당 부산영화평론가협회:최전선의 여성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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