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4.0캔버스로서의 영화. 왁구에 천을 덧대듯 필름에 순간을 덧댄다. 말이 없는 동굴에 영상을 전사하고 소리를 포갠다. 타카처럼 찰칵거리는 필름 편집기로 서로 다른 릴들을 이어 붙인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 영화는 캔버스가 된다. 이미 지하에 가라앉아 풍경의 일부가 된 역사의 편린들이 웅성거리는 그림자가 되게 하는 무대이자, 흰 바탕에 그 모든 목소리들이 달라붙을 수 있게 하는 무한한 역량을 가진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그림자 다음은 진짜 손이 다가올 차례다. 각자의 삶을 지나오며 밟은 땅 밑을 상상하며, 대지의 입자 속에 숨어 쉬이 보이지 않는 크기로 아른거리는 기억을 기어코 현재로 끌어 올릴 손. 극장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생경한 세계에 기꺼이 가닿을 당신의 손 말이다. 교두보는 만들어졌고, 우리만 넘어가면 된다. 딱 한 발짝이다. 영화에 대해 다소 상투적이고 직접적인 접근이 조금 의아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새삼스러운 영화. 하지만 그 새삼스러움이 참 좋다.いいね11コメント0
상맹4.0역사의 유령들이 현재에 문득 나타나는 유령론의 구조보다는 나에겐 이를 소리와 동굴의 조명과 빛으로 표현한 연출이 너무 독창적이었다. 영화의 매체 특정성도 한 번 짚고 넘어갈 수 있기도 하고.いいね9コメント0
누워있을래3.0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 그리고 중첩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의아했다. <언더그라운드>는 내게 이전작 <가마>의 디럭스 확장팩 버전같은 인상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를 드는 것은, 추가로 삽입된 분량이 마치 '확장팩' 버전처럼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분명 <언더그라운드>에서 <가마>보다 더 다층의 레이어를 쌓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의 거의 전작을 본 나에게 이 감독의 최고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마>라고 답하고 싶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현실 세계의 이미지와, 관객의 머릿 속에서 상영되는 플래시백, 그리고 한 움큼의 픽션적인 터치, 이 세가지 시네마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대단히 매혹적이라고 느껴졌다. 이 맥락에서 동시대 어떤 영화들과 비교해보아도 아름다운 <세노테>는 오다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더 도발적이고 더 인상적인 영화는 <가마>였다. 필자가 느끼기에 감독이 <가마>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확장하면서 추가한 것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실제'적인 중첩과 극장과 동시대 사람이라는 레이어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어느정도 각각) 동시에 진행되던 이미지와 사운드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방식으로 중첩시켜놓았다는 점, 그리고 특히나 이미지는 빛과 어둠의 조화가 상당한 시각적 매혹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가 색이라고 주장하는 괴테의 색채론에 매혹되어 단편 영화까지 만든 사람이다. <아라가네>부터 <세노테> <언더그라운드>로 이어지는 [지하 3부작]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제 지하의 정치성과 이미지도 있겠지만, 지하 혹은 지층으로 존재하는 빛과 어둠의 조화-이미지일 것이다. 개별 작품으로서의 <언더그라운드>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렇지만, 빛과 어둠에 매혹된 오다 카오리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과연 한발 더 나아갈까 아니면 다른 길로 나아갈까 궁금해진다. +)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그런데 오늘 영상자료원 2관 위쪽에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그게 황당할만큼 소리가 컸던 나머지, 처음엔 사운드 디자인 중에 삭제하지 않은 엠비언트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의 리듬이랑은 안맞는 것 같아서 상영관 우퍼가 터진건가 싶었는데, 전동드릴과 망치질 소리가 점점 이동하길래 아... 이건 리얼 공사소리구나 싶었다. 이렇게 사운드가 귀한 영화에서... 게다가 영자원에서... 이런 끔찍한 극장 경험을...!いいね5コメント0
유다4.0빛이 어둠 속 동굴 안에 밝혀져야만, 그 지하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이 떠오르나, 완전한 어둠속에서도 섬세한 그림자 속에서도 따뜻한 손으로 잊혀진 순간들을 만져낼 수 있다.いいね4コメント0
카키프롬서울5.0 [260331] 마침내 사유를 끝내고 동굴 밖으로 나온 오다 카오리. 지하 3부작에 어울리는 마무리가 인상 깊었다. [260202] 언더그라운드 / 오다 카오리 빈약한 픽션과 스타일이 허공만 더듬다 끝이 난다. 설득력 없이 나열된 심상들은 자세히 보려 다가가면 제 그림자에 가려진다. 진한 베르가못 향수를 뿌린 사람이 버스 옆자리에 앉은 것처럼 답답했다. [260206] 알베르 카뮈와 베르그송의 사유를 토대한 해석 “부조리의 정신과 반대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대상을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묘사하고 기술하는 데 그치는 사유의 이 뚜렷한 겸손, 역설적으로 경험을 깊고도 풍요롭게 하고 세계를 그 장황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만드는 이 단호한 규율, 이것이야말로 부조리의 방법들이다.” <p69, 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いいね4コメント4
김병석
4.0
캔버스로서의 영화. 왁구에 천을 덧대듯 필름에 순간을 덧댄다. 말이 없는 동굴에 영상을 전사하고 소리를 포갠다. 타카처럼 찰칵거리는 필름 편집기로 서로 다른 릴들을 이어 붙인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면 영화는 캔버스가 된다. 이미 지하에 가라앉아 풍경의 일부가 된 역사의 편린들이 웅성거리는 그림자가 되게 하는 무대이자, 흰 바탕에 그 모든 목소리들이 달라붙을 수 있게 하는 무한한 역량을 가진 캔버스가 되는 것이다. 그림자 다음은 진짜 손이 다가올 차례다. 각자의 삶을 지나오며 밟은 땅 밑을 상상하며, 대지의 입자 속에 숨어 쉬이 보이지 않는 크기로 아른거리는 기억을 기어코 현재로 끌어 올릴 손. 극장에 앉아 눈 앞에 펼쳐진 생경한 세계에 기꺼이 가닿을 당신의 손 말이다. 교두보는 만들어졌고, 우리만 넘어가면 된다. 딱 한 발짝이다. 영화에 대해 다소 상투적이고 직접적인 접근이 조금 의아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새삼스러운 영화. 하지만 그 새삼스러움이 참 좋다.
민...
4.0
앞으로 나도 비행기 소리 신경 안 쓰고 연출인 척할래... 오.다.카.오.리.도.그.랬.으.니.까.
상맹
4.0
역사의 유령들이 현재에 문득 나타나는 유령론의 구조보다는 나에겐 이를 소리와 동굴의 조명과 빛으로 표현한 연출이 너무 독창적이었다. 영화의 매체 특정성도 한 번 짚고 넘어갈 수 있기도 하고.
누워있을래
3.0
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 그리고 중첩 영화를 보는 내내 상당히 의아했다. <언더그라운드>는 내게 이전작 <가마>의 디럭스 확장팩 버전같은 인상이었다. 이런 식의 비유를 드는 것은, 추가로 삽입된 분량이 마치 '확장팩' 버전처럼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분명 <언더그라운드>에서 <가마>보다 더 다층의 레이어를 쌓았다.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의 거의 전작을 본 나에게 이 감독의 최고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마>라고 답하고 싶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현실 세계의 이미지와, 관객의 머릿 속에서 상영되는 플래시백, 그리고 한 움큼의 픽션적인 터치, 이 세가지 시네마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대단히 매혹적이라고 느껴졌다. 이 맥락에서 동시대 어떤 영화들과 비교해보아도 아름다운 <세노테>는 오다 감독의 가장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더 도발적이고 더 인상적인 영화는 <가마>였다. 필자가 느끼기에 감독이 <가마>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확장하면서 추가한 것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실제'적인 중첩과 극장과 동시대 사람이라는 레이어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어느정도 각각) 동시에 진행되던 이미지와 사운드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방식으로 중첩시켜놓았다는 점, 그리고 특히나 이미지는 빛과 어둠의 조화가 상당한 시각적 매혹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오다 카오리 감독은 '빛과 어둠의 존재와 결여'가 색이라고 주장하는 괴테의 색채론에 매혹되어 단편 영화까지 만든 사람이다. <아라가네>부터 <세노테> <언더그라운드>로 이어지는 [지하 3부작]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실제 지하의 정치성과 이미지도 있겠지만, 지하 혹은 지층으로 존재하는 빛과 어둠의 조화-이미지일 것이다. 개별 작품으로서의 <언더그라운드>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렇지만, 빛과 어둠에 매혹된 오다 카오리 감독이 다음 작품에서는 과연 한발 더 나아갈까 아니면 다른 길로 나아갈까 궁금해진다. +)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매력적이다. 그런데 오늘 영상자료원 2관 위쪽에선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그게 황당할만큼 소리가 컸던 나머지, 처음엔 사운드 디자인 중에 삭제하지 않은 엠비언트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의 리듬이랑은 안맞는 것 같아서 상영관 우퍼가 터진건가 싶었는데, 전동드릴과 망치질 소리가 점점 이동하길래 아... 이건 리얼 공사소리구나 싶었다. 이렇게 사운드가 귀한 영화에서... 게다가 영자원에서... 이런 끔찍한 극장 경험을...!
김길영
3.5
기어이 기억되어야 할 것들을 위한 진혼곡 같기도
유다
4.0
빛이 어둠 속 동굴 안에 밝혀져야만, 그 지하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이 떠오르나, 완전한 어둠속에서도 섬세한 그림자 속에서도 따뜻한 손으로 잊혀진 순간들을 만져낼 수 있다.
김재범
4.0
졸도 위기가 몇번 있었지만, 중간중간 엄청난 쇼트들이 등장함!
카키프롬서울
5.0
[260331] 마침내 사유를 끝내고 동굴 밖으로 나온 오다 카오리. 지하 3부작에 어울리는 마무리가 인상 깊었다. [260202] 언더그라운드 / 오다 카오리 빈약한 픽션과 스타일이 허공만 더듬다 끝이 난다. 설득력 없이 나열된 심상들은 자세히 보려 다가가면 제 그림자에 가려진다. 진한 베르가못 향수를 뿌린 사람이 버스 옆자리에 앉은 것처럼 답답했다. [260206] 알베르 카뮈와 베르그송의 사유를 토대한 해석 “부조리의 정신과 반대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대상을 설명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묘사하고 기술하는 데 그치는 사유의 이 뚜렷한 겸손, 역설적으로 경험을 깊고도 풍요롭게 하고 세계를 그 장황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만드는 이 단호한 규율, 이것이야말로 부조리의 방법들이다.” <p69, 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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