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수진

수진

4 years ag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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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영화 ・ 2020

평균 3.2

나를 바라봐 주는 이들의 작은 사랑들이 모여 커다란 용기를 만들어내는 기적. - 영화의 배경은 1986년이며, 당시의 분위기를 한껏 내려는 소재와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기차'는 교통수단 중에 추억을 담아내기에 가장 좋은 소재라고 생각되며 이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바로 이 기차와 기찻길에서부터 형성된다. 단란한 분위기를 살리는 잔잔하면서도 톡톡 튀는 사운드트랙들 또한 인상적이다. 박정민이 연기한 주인공 준경의 설정은 상투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나름의 귀여운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특히 이런 부분들은 임윤아가 연기한 더 귀여운 캐릭터인 라희와 엮이면서 극대화되는 측면이 있다. 캐릭터들의 이러한 매력은 위에 말한 영화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만나면서 확실한 영화의 강점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영화의 각본은 그다지 짜임새가 좋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영화의 흐름에 있어서 지나치게 주인공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듯한 과정을 되풀이하며, 그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위해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이 있다. 또한 영화의 귀여운 전반부와 신파적인 후반부의 톤이 확연히 다르게 나뉘는 점이 다소 당황스럽고, 그 와중에 중요하게 다뤄졌던 캐릭터가 영화에서 갑자기 소외당하기도 하는 구석이 아쉽게 다가온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입장에서 되돌아보자면 이성민이 연기한 아버지 캐릭터와 임윤아가 연기한 라희라는 캐릭터에게 각각 좀 더 서사를 부여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고, 신파적인 후반부는 확실히 감정을 좀 덜어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여전히 볼만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인물 간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관계에 있어서 이 인물이 저 인물에게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확실하게 표현하는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이 점은 이 영화가 가족 영화이면서 특히 '죄책감'이라는 테마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꽤 귀하게 다가온다. 특히 누나가 남동생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트로피라는 소재를 통해서 상징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굉장하다고 생각된다. 둘째는 이수경이 연기한 누나 보경이라는 캐릭터의 존재인데, 사실 위에서 단점으로 든 것 중에 하나가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이 다르다는 점인데 이 점이 영화의 중심을 주인공의 누나인 보경에 둔다면 일정 부분 보완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상당히 간절한데, 그 이야기가 뿜어내는 분위기가 집약된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는 바로 보경이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누나의 존재가 곧 주인공이 선택을 거듭하는 동력처럼 느껴진다는 점에 있어서 영화의 숨겨진 주인공은 보경이 아닐까 생각되고, 이 캐릭터의 존재가 영화의 톤이 뒤바뀌더라도 영화의 굵은 줄기만은 지탱하는 에너지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곧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이전의 몇몇 영화들을 레퍼런스로서 참고한 부분들이 느껴지는 영화라고도 생각된다. 가난한 집의 재능 있는 자식이라는 설정은 스티븐 돌드리 감독의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시키고, 영화 내에 몇몇 장면들은 그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본떠서 연출한 듯한 느낌도 준다. 기차와 기관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은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