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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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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ears ago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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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

영화 ・ 1970

평균 3.8

존 카사베츠의 영화를 볼 때면, 그가 영화 바깥의 것들을 영화 내부로 편입시키는 방식에 관해 늘 생각하게 된다. 그의 영화에선 두 가지가 충족된다. 즉흥적인 계획과 계획된 즉흥. 이 모순처럼 보이는 두 요소가 일사불란하게 줄지어 있는 영화가 바로 카사베츠의 영화다. <남편들>은 <얼굴들>의 변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른 영화도 그렇지만, <남편들>에서도 역시 서사성을 포기한 채 나열되는 지독한 롱테이크가 자주 발견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몇 편의 연극이 엮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극에서 누군가가 배역을 연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철저한 허구일까?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현장의 관객과 교감하는 순간만큼은 진실처럼 감각되지 않는가. . 그래서 <남편들>은 <얼굴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연출된 진실성을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가상의 진실은 마냥 연출에만 머무르는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카사베츠 영화의 묘미다. 이것이 카사베츠의 전략이라면 역시 그에게 카메라를 들고 연출하는 작업은,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영역이다. <남편들>에서 카사베츠는 거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지만, 영화 속 거스는 실제 카사베츠의 분신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는 실제 부인인 지나 롤랜즈(롤랜즈는 남편과 함께 작업하며 그의 영화에 꾸준히 출연해왔다)가 잠시나마 사진과 목소리로 등장한다. 또한 거스는 마지막에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그 이름은 닉이다. 실제 카사베츠의 아들인 닉 카사베츠가 자연스레 연상된다. 그래서 <남편들>은 현실과 허구를 동시에 점유하는 중년 가장의 일탈-회귀극이고, 카사베츠가 남긴 또 한 편의 뛰어난 연극 같은 영화(혹은 영화 같은 연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