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
4 years ago

피폭의 연대
평균 3.3
<피폭의 연대>는 스크린이 세 개의 화면으로 분리된 영화다. 일종의 콜라주처럼 세 개의 화면에 전혀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면 관객은 혼란스럽다. 이미지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고, 편안하게 볼 수 없으며, 총체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영화는 이미지의 순서에 어떤 위계도 없다는 듯 참혹한 참상을 무작위적으로 보여준다. 이미지의 출처도 알 수 없기에 이미지의 내용 혹은 그 목적조차 파악하기 난감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이미지는 그것이 담고 있는 본연의 내용이나 의미로 이해되기보다, 세 화면에 배열되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을 언어화할 역량은 내게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느낌은 영화의 이미지에 연루되려는 관객의 능동적 의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피폭의 연대>는 몽타주의 규범과 이미지의 세부를 사유하는 증언자로서 관객을 위치시켜 역사의 비극적 얼룩을 마주하게 한다. '이미지의 인상은 그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점차 휘발되는 한계를 지닌다'는 수잔 손택의 말과 달리 <피폭의 연대>는 이미지의 맥락을 재배열하는 작업으로 또 다른 가능성을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