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J

계절과 계절 사이
평균 2.7
'계절과 계절 사이'는 비밀을 품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여인과 그녀의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하며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뜨는 여고생에 대한 이야기다. 간만에 LGBTQ 한국 독립영화를 봐서 나름 반갑기도 한 이야기였으며,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마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하고 성숙하게 전개한 이 영화는 흥미로운 각본을 가졌음에도 아쉬운 연출력과 연기에 잠재성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성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인정해가는 이야기는 거의 모든 퀴어 영화들의 공통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이제 갓 그 감정을 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감정에 솔직해지고 당당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한국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배경으로 전제돼있긴 하지만,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충돌 없이, 오로지 주인공들의 내적 갈등과 혼란을 위주로 풀어나가며, 성소수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고민들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극의 전개는 너무 느리고, 이 느린 호흡을 채울 배우들의 연기는 아쉬웠다. 투톱 주연인 이영진과 윤혜리 배우는 준수한 연기를 펼치긴 했지만, 감정적인 고조를 잘 표현하진 못한 것 같다. 특히 윤혜리 배우는 감정적인 폭발이 언제나 좀 어색하게 느껴졌으며, 이영진 배우 같은 경우는 고저가 좀 부족해서 아쉬웠다. 대사 전달 또한 가끔 좀 어색하게 느껴졌고, 전반적인 연기 연출이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연출은 상당히 평이하고 배우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호흡이 매력적이지 않으니 당연하게도 힘을 잃게 됐다. 이야기도 끝에 가면서 뭔가 애매하게 마무리된 느낌이 있어서 찝찝하기도 했다. 그 외에 내가 본 상영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가는 곳이라 그런 것 같진 않지만) 음향이 들쑥날쑥한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배우들의 후시녹음들이 좀 많이 티난 것 같다.